'일상 속 한약재' 이야기 2편을 준비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접해 거부감이 없는 약재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 OTT 넷플릭스에서 본 예능 '먹보와 털보'가 떠올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수 비와 방송인 노홍철이 바이크를 타고 한국 각지를 돌며 맛집 기행을 하는 콘텐츠였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배우 이하늬 씨가 출연해 두 사람에게 뱅쇼(Vin chaud)를 직접 끓여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뱅쇼'는 와인에 약재, 과일, 향신료 등을 넣고 끓여 따뜻하게 마시는 음료입니다. 겨울철에 유럽 전역에서 즐겨 마십니다.
뱅쇼를 만들기 위해서는 와인과 과일, 약재 등이 필요하다 (자료사진). 2015.12.11 ⓒ롯데주류 제공
이 뱅쇼에 들어가는 약재 중 하나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약과 음료에 들어갑니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오한이 들 때 챙겨먹게 되는 쌍화탕, 따뜻한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우유 거품이 어우러진 카푸치노, 한방찻집에서나 한식집 후식으로 마시게 되는 수정과. 이 모든 곳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약재는 바로 '계피'입니다. '다른 건 알겠는데 카푸치노에 계피?'라며 의아하시진 않았나요? 카푸치노 위에 솔솔 뿌려주는 연한 갈색의 시나몬(cinnamon) 가루가 바로 계피 가루입니다.
오늘은 이 '계피'(桂皮)에 대해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계피는 녹나무과 식물인 계피나무(육계나무)의 가지 껍질을 말린 것입니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합니다. 한약재로 쓰일 때는 그 품질과 굵기 등에 따라 계지(桂枝), 계피, 육계(肉桂), 관계(官桂) 등으로 분류가 되긴 합니다만, 편하게 ‘계피’로 통일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계피 스틱과 계피 가루 ⓒpixabay
우선 계피는 감기 치료에 많이 쓰입니다. 앞에 예시로 든 것 중 뱅쇼, 쌍화탕은 감기가 든 듯 으슬으슬한 불편감이 있을 때 많이 찾게 되는 것들입니다. 도대체 계피의 어떤 성질 때문에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계피는 본초학 분류상 ‘발산풍한(發散風寒)’ 약입니다. 찬 바람을 맞아 생긴 병을 날려버리는 약이라는 뜻입니다. 바람을 맞아 생기는 병은 보통 감기나 구안와사, 중풍 등이 있습니다. 이런 병들에 두루 쓸 수 있는 약재가 계피입니다.
또 계피에는 cinnamic aldehyde(시나믹 알데하이드)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이 성분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샘의 땀 분비를 자극합니다. 이 과정에서 몸 안의 열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계피는 '천연 해열제'라고도 부릅니다.
이 외에도 계피는 여성 환자 분들의 보약에도 많이 활용됩니다. 막힌 경맥을 뚫고 혈행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해, 몸이 찬 체질의 여자 사람, 특히 월경통이나 월경주기가 일정치 않은 사람에게 잘 맞는 약재입니다.
오늘은 계피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몸이 으슬으슬 춥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좋다', '손, 발, 아랫배가 차고 월경통이 있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약재다' 이 두 가지를 기억해두시면 일상에서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