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5주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1위 게임은 리니지W다. 국내 3대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대표 게임이다. 다른 유저들과 혈맹을 맺고 상대 혈맹과 대규모 전쟁을 벌여 게임 속 이권을 획득하는 대표적인 한국형 MMORPG(다중접속열할수행게임)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후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한국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안타깝게도)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야 재미가 더해진다.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유료 아이템은 ‘000의 변신 패키지’다. 패키지를 구매하면 자신의 캐릭터의 외형이 변하고 능력치가 올라가는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희귀한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뽑기권'도 주어진다. 통상 패키지 아이템은 5만5천원 선이다.
5만5천원이 비싼지 싼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주목해야 할 것은 결제한 5만5천원이 누구에게 가느냐다. 유저 입장에선 리니지W 제작사 엔씨소프트가 80~90%를 가져갈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 재주는 엔씨소프트가 부리고 돈은 구글과 애플이 챙긴다. 구글과 애플은 5만5천원의 30%(16,500원)를 수수료로 떼간다. 구글과 애플은 리니지W 개발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았지만, 수수료를 챙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리니지W로 3,57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1,072억원을 애플과 구글에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니지W 이외에 엔씨소프트가 제공하는 나머지 게임들의 지급수수료 총 규모는 5,5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영업이익이 3,700억원 규모였으니, 수수료가 영업이익의 1.5배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최근 3년간 구글, 애플 지급 수수료 규모를 추산한 결과 3조6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질(현금을 지르다)’ 유저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게임사들이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이유다.
결제 시스템 이용 수수료가 30%라 굽쇼?
유저가 게임 내에서 결제를 하면,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리니지W 유저가 애초에 등록해 둔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 대상은 리니지W를 제공하는 엔씨소프트가 아니라 구글, 애플이 되는 식이다. 결제 요청을 받은 구글·애플은 요청 금액에서 30%를 떼고 엔씨소프트에 나머지 금액을 송금한다. 엔씨소프트로부터 받을 수수료를 원천징수하는 셈이다.
구글·애플이 수수료 30%의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는 것이 이 결제시스템 사용료다. ‘세계 어디서나 안정적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니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리니지W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12개국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 각국 금융 환경에 맞춰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30%에 달하는 과도한 수수료 지급의 근거가 되긴 부족해 보인다.
국내 전자결제시스템 대행 수수료는 1~3%대에 불과하다. 국내 결제 대행업체인 다날 수수료는 신용카드의 경우 3.4%에 불과하다. 계좌이체는 1.8%, 자사 코인 수수료는 1%까지 낮아진다. 현재 다날은 네이버 게임팟에서 제공하는 게임사 결제시스템 지원을 준비중인데, 이때 수수료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결국, 구글과 애플이 ‘결제 시스템 제공’을 내세우는 것은 명분 일 뿐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거대 앱 유통 플랫폼이 자릿세, 혹은 통행료를 받는것 아니겠냐’는 뜻이다. 2020년 기준, 구글플레이의 국내 점유율은 66.5%, 애플 앱스토어는 21.5%다. 두 기업 접유율이 88%로 독점체제다. 글로벌 갑인 구글·애플이 요구하는 수수료를 을인 개발사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국내 앱 유통 점유율 10% 수준인 원스토어 결제 수수료는 20%다. 구글·애플에 비해 10%p 저렴하다. 원스토어 관계자는“수수료 규모는 각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앱 마켓은 업계랑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저 지갑 열어 수수료 두둑히 챙기는 애플·구글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30%가 과도하다면 적정 수수료가 얼마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앱 플랫폼으로서 일정 수익을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의는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두 거대 플랫폼은 ‘적정’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깜깜이 수수료’, ‘자릿세, 통행세’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 앱 공정성협회 패트릭 밴 미터 사무총장은 ‘민중의소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수수료 책정 기준에는 투명성이 결여(no transparency)돼 있다. (구글과 애플이) 지금처럼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은 사라졌다. 소송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미국 37개 주 법무장관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제소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징수함으로써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애플은 미국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와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진행중이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제공한 결제 시스템을 무시하고 자체 결제 결제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럴 경우 애플의 ‘원천징수’ 시스템이 무너진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해 버렸다. 에픽게임즈는 반발하며 애플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지난해 9월 1심 판결 결과는 소송 10건 중 9건이 애플의 승소로 결정됐다. 에픽게임즈는 곧바로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의 다툼은 단순히 앱 개발자와 플랫폼의 싸움이 아니다. 앱 개발자들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수료를 유저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리니지W를 즐기는 소비자 주머니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빼가고 있는 셈이다.
밴 미터 사무총장은 “그들은 수수료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은 그들이 정하는 수수료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하게 하며, 더 적은 혁신(less innovation), 그리고 더 적은 자유(less freedom)를 포함한 수많은 문제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