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는 오는 29일부터 월 정액 요금제를 18% 씩 인상한다. 1만900원짜리 스탠다드는 2천원 올라 1만2,900원이 된다. 티빙은 31일부터다. 1만900원짜리 스탠다드가 1만2,500이 된다. 인상폭은 14% 수준이다. 시즌도 가격 인상 규모를 고민중이다.
요금 인상에 따라 이용자들은 평균 4~5천원, 최대 1만원 이상의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 결과를 보면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마다 2천원씩 오르면 5,120원의 요금을 더 내야한다.
위 연구에서 이용자들은 평균 2만9,900원을 지불하고 있었는데, 경우에 따라 월 3만5천원 이상을 ‘동영상 구독’에 써야하는 셈이다. 이용자 중 ‘콘텐츠 이용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42.5%에 달했다. ‘이용료가 10% 인상되면 지속적으로 이용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1명은 ‘아예 이용하지 않겠다(11.2%)’고 답했다.
요금 인상은 국내 업계에도 부담스럽다. 글로벌 동영상서비스 업체에 비해 수요가 탄탄하지 않다. 요금이 일제히 오르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국내 업체가 될 공산이 크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비해 웨이브, 티빙, 왓챠, 시즌의 점유율을 30%를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이다. 요금이 오르면, 국내 업체들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있다.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가 약속이나 한 듯 요금을 일제히 올리는 이유는 구글의 수수료 정책 때문이다. 구글은 다음달 1일부터 구글플레이의 모든 앱에 대해 자사의 결제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이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의 최대 30%의 수수료를 걷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게임앱에 한해 부과하던 수수료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들 이외에도 멜론, 지니, 플로, 벅스 등 음원 플랫폼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기만 다를 뿐 ‘결국 우리도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카카오웹툰, 네이버시리즈 등 웹툰·스토리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수수료 인상’이 소비자 요금 폭탄이라는 나비효과로 나타나는 꼴이다.
수수료 인상 압력은 생산자에게도 가해진다. 영화나 드라마, 음원처럼 이미 수익구조가 자리잡은곳은 영향이 덜 할 수 있겠지만, 웹툰 처럼 시장 기반이 취약한 곳은 피해가 예상된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소규모 플랫폼의 경우 창작자 수익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 매출이 100이라고 하면 그간 플랫폼과 창작자가 50:50수익 배분이 가능했지만, 구글이 수수료를 30% 부과하면 70을 35:35로 나눠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는 “웹툰 산업의 가장 밑단에 작가들이 생산자이자 공급자”라며 “거대 플랫폼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공급자가 가지는 수익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창작자의 수익성 악화는 ‘질적 저하’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초기 웹툰 시장은 작가 역량에 기반한 ‘일상툰’이 많았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서사를 가진 웰메이드 웹툰이 시장 발전을 이끌어왔다. 탄탄한 시나리오, 스토리 작업이나 후반 그래픽 작업이 웹툰 시장에선 보편화 하고 있다. 산업 측면에선 원가 상승 요인이다. 구글의 수수료 부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여타 컨텐츠에 비해 유료화 초기 단계로 평가받는 웹툰 산업이 퇴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석환 교수는 “최근 웹툰 창작 흐름은 2~3명이 모인 스튜디오 형식으로 높은 퀄리티의 웹툰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비용을 줄이면 시장은 과거 웹툰 초기로 퇴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걷어가는 구글의 ‘플랫폼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간 30% 수수료를 부과했던 게임 산업에 대해 구글은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구글은 ‘인디게임페스티벌’을 통해 영세 개발사를 지원해 왔다. 중소기업청과 연계해 일부 모바일 앱 스타트업 컨설팅을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비록 규모는 미미 하지만 ‘최소한의 상생’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웹툰 등 여타 모바일 앱에 대해서는 어떤 혜택도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범강 회장은 “출판 업계를 생각해보자. 작가 입장에서 출판사는 책도 내주고 홍보 역할을 하면서 이익을 배분한다지만, 구글은 결제만 하는 카드사가 30%를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창작자 입장에선 내 창작물에 기여한 게 없는 플랫폼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