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삭발투쟁’ 시작한 전장연 “인수위 ‘검토’ 아닌 ‘결정’할 때”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22.3.30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0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서 전날 전장연과 만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 요구안을 “검토하겠다”며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응답이다.

전장연은 대신 삭발투쟁을 시작했다. 면담 자리에서 못 박은 날(장애인의 날인 오는 4월 20일)까지 인수위에 구체적인 답변을 촉구하기 위해 매일 한 명씩 삭발한다. 전장연은 이젠 ‘검토’가 아닌 ‘결정’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4월 20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약속하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쏟아지는 혐오에 매일 이 악물었는데 이준석 하루아침에…”

전장연은 이날 인수위가 있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1차 전장연 삭발투쟁 결의식’을 진행했다. 지하철 시위 가장 앞에서 온갖 욕설을 견뎌온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삭발투쟁에서도 맨 먼저 나섰다.

이형숙 회장은 “오늘부터 지하철은 타지 않겠다.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 매일 삭발투쟁하며 다시 20일까지 기다리겠다. 그날까지 제대로 된 답변이 없다면 다시 지하철 타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삭발식에 나선 이 회장의 목엔 사다리와 쇠사슬이 걸려있었다. 사다리와 쇠사슬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 역사의 상징이다. 2001년도 오이도역, 2002년도 발산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로 시작된 이동권 투쟁 당시 전장연은 경찰 연행을 막기 위해 서로의 목을 사다리와 쇠사슬로 연결하고 선로로 내려갔다. 이 회장은 “그동안 권력자들이 조롱하고 왜곡하라고 싸운 것 아니다. 21년간의 외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감옥과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절규였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삭발을 앞두고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2022.3.30 ⓒ뉴스1

지난 2월 3일부터 전날까지 26번의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이 회장은 쏟아지는 혐오에 매일 아침 이를 악물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혜화역에서) 아침 선전전을 하고 나면 머리가 띵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욕설이 두렵고 무섭지만 이 악물고 참고 견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하철을 타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시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으로 살며 무엇이 그리 미안한지 ‘죄송하다’는 말을 껌딱지처럼 말한다. 시민들은 지하철이 지연돼 욕하는 것 같지만, 엘리베이터를 늦게 탄다고, 식당에서 휠체어가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고, 걸리적 거린다고 욕해왔다. 단 한 번도 장애인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일이 전쟁같았던 21년의 투쟁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하루아침에 짓밟았다고 이 회장은 규탄했다. 이 회장은 “어느날 갑자기 이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하루아침에 지난 21년간 투쟁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전장연이 인수위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지하철 시위 중단을 발표했을 때도 전장연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전장연이 지하철 통행을 막아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전장연이 다수의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서 다행이고 환영한다”고 썼다.

이에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이준석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전장연은 감히 2호선은 못 탄다. 서민이 사는 3·4호선만 골라 탄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을 겨냥해 “소설 쓰듯 편집한 내용은 진실이 아니다. 이 대표 기대에 맞춰 2호선도 타겠다. 2호선이 막힌다면 오롯이 이준석 대표의 발언으로 생긴 문제다. 공식 사과를 안 하면 모든 호선을 골고루 타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며 책임을 거듭 회피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삭발 후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2.3.30 ⓒ뉴스1

박경석 대표는 인수위를 향해 “4월은 반드시 결정해야 할 시기”라고 분명히 말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이 제출한 예산은 5년 동안의 장기예산이 아니라 2022년 추경과 2023년 본 예산이다. 4월은 기재부가 모든 부처에 2023년 예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것으로 부처 예산이 조정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 답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반영할 의도가 없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다. 더는  무시와 무책임함을 숨기는 립서비스로 장애인을 대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박 대표는 인수위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기획재정부의 명확한 답변을 듣고 장애인들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이 인수위에 제출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은 기재부가 보조금법 시행령 제4조를 개정하고 2022년도 추경 2023년도 예산안에 그 내용을 반영해야 해결될 수 있다. 해당 조항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을 ‘별표2’에 명시해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별표2의 제한을 풀고, ‘별표1’의 보조금 지원대상으로 적용해 서울 5, 지방 7의 비율로 운영비를 각 지자체에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장연 요구다.

한편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각 승강장으로 흩어져 아침 선전전을 진행할 혜화역으로 이동했다. 오는 31일 두 번째 삭발 결의자는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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