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폭 올린 때로 돌아가잔 거냐” 윤석열 인수위에 분노한 세입자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임대차 3법 폐지·축소 아닌 강화할 때”

참여연대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통의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의 임대차 3법 개악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


"2년마다 이사를 강요당하고, 임대료를 50%나 올리던 그때로 돌아가자는 겁니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인근에서 한 세입자가 분노를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차 3법'을 손질하겠다고 예고하자, 최소한의 주거권마저 보장되지 않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느냐고 되물은 것이다.

참여연대 등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30일 인수위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통의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는 새 정부의 임대차 3법 폐지·축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로 촉구했다.

'임대차 3법'이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의 근거 법안(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세입자들은 기본 2년의 전·월세 계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한차례 계약 연장이 가능하게 됐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최소 4년까지 이사를 강요당하지 않고 같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본 계약 기간 동안 임대인이 전·월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인상할 때에도 그 상한선이 5%로 제한된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법을 다시 개정해 제도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수위는 오히려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국민의 거주 안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매물 감소,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4년 치 임대료 선반영에 따른 급격한 가격 상승 등 문제가 극심히 증가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집걱정없는세상' 최창호 대표는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세입자는 없고 주거권도 없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2년마다 계속해서 쫓겨나야 했던 세입자들은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한 곳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그래서 겨우 늘어난 게 4년"이라며 "그런데 이것을 폄훼하고 임대차 시장이 반시장화됐다고 비난하는 윤 당선인은 2천400만 세입자에게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임대차 3법을 축소할 게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차 3법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계약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허점이 존재하는데, 제도의 빈틈을 메워 진정한 세입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임대인이 들어오겠다면 군말 없이 비워줘야 하는 독소조항이 있었고, 신규 임대차(계약)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대차 3법을 진정한 보호법으로 바꿔야 한다. 이게 개혁이고 민생 위주의 정치"라며 "그런데 (윤 당선인이 하겠다는 건) 주거 역주행이고 민생 파탄"이라고 질타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많은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고 전월세상한제를 이용하고 있다"며 "서울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3.5년에서 5년으로 늘었고, 임대차 계약 갱신을 이용한 사람은 7.2%에서 77.7%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 위원장은 "임대차 3법이 (인수위 주장처럼) 나쁜 법이었다면, 세입자에게 도움되지 않았다면, 이 법을 왜 사용했겠나"라며 "세입자의 주거 걱정을 자극했던 건 임대차 3법이 생긴 이후가 아니라 임대차 3법조차 없었던 과거의 주택임대차 시장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 위원장은 "(윤 당선인은) 청년을 위해서 청년주택을 짓겠다고 했는데, 청년주택을 짓는 것보다 임대차 3법을 강화하는 게 더 많은 사람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다음 세대가 더 안정적으로 집다운 집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인해 주택 임대료가 상승했다는 인수위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임대차 3법 때문에 주택 임대차 가격이 올랐다는 건 가장 잘못된 생각"이라며 "솔직하게 말하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집값이 뛰고, 임대차 가격도 폭등했다. 이전까지는 잠잠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 아파트 주택가격 변동 추세를 보면 집값이 뛰어서 전·월세 임대료가 뛴 것이지, 임대차 3법을 개정해서 뛴 게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임대차 3법 개정 전까지 민간임대등록을 활성화하겠다는 인수위의 계획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인수위가 공언한 과제 중 '등록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로 확인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해 오히려 관련 제도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세제 혜택을 축소했다.

이 변호사는 "이 정책은 잘못됐기 때문에 (사실상) 폐기한 것인데, 재도입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임차인이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폐지하겠다면서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게 새 정부가 할 정책인가.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를 위한 정부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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