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장연 박경석 “이준석, 혐오댓글로 탐욕스런 정치권력 유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정의철 기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표적이 됐다. 여성가족부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5일간 페이스북에 십여 차례 글을 올리며 전장연을 맹비난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편을 나눴던 특유의 갈라치기 전략은 더 진화했다. 정치적 편 가르기를 시작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편을 가르고, 장애인 단체 사이 편을 갈랐다. 흩어져있던 혐오세력은 이준석 대표의 글 밑으로 모여들었다. 이 대표의 비난 수위가 높아질수록 혐오 댓글도 폭주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9일 전장연과 만나 사태를 수습할 때도 이 대표의 조롱은 멈추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2022.03.04. ⓒ뉴시스

30일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만난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갈라치기의 선수다.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그 뛰어난 능력을 문제 해결에 써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혐오가 아니라 정당한 비판이라는 이 대표에게 박 대표는 “차별금지법이나 제정하고 혐오를 논하라”고 일갈했다.

이날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를 멈추고 대신 삭발투쟁에 나섰다. 전날 인수위가 장애인권리보장 예산 등 전장연의 요구안을 “검토하겠다”며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응답이다. 이준석 대표의 혐오 발언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라며 전장연은 다시 한번 정치권의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전장연이 못 박은 기한은 장애인의 날인 오는 4월 20일이다. 박경석 대표는 “검토가 아닌 결정할 때”라고 강조했다.

― 이준석 대표가 시위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잘못됐다면 잘못된 행위라는 주장도 나온다. 청와대·국회·기획재정부 등 권력기관 앞이 아니라 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시위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없음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기재부·국회·청와대 앞에서 다 했다. 더 필요하면 더 열심히 할 거다. 왜 출근길 지하철이냐고 묻는다. 출근길 지하철은 성역화된 공간인가 묻고 싶다. 지하철만 막지 않았다. 버스 위에 올라타고 밑으로 내려가 막기도 하고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 장애인은 기본적인 이동도 할 수 없어서 교육도 못 받고 일할 기회도 못 갖고 시설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과정이 정당하냐고 묻는다면, 지금까지 사회가 장애인을 배제한 과정은 정당했는지 묻고 싶다. 출근길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구호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다. 이 구호가 비장애인에게는 특별하게 들리나. 비장애인에게 너무나 당연한데, 왜 우리가 타면 문제가 되나. 문제가 되는 상황은 연착, 결국 속도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비장애인 출근 속도에서 항상 배제됐는지 묻고 싶다. 이건 누구의 책임인가. 죄 없는 시민을 볼모로 잡았다고 한다면, 왜 죄 없는 장애인들을 지금까지 철저히 배제했는지 답해야 한다.

사회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우리도 불법적으로 복수하는 건 아니다. 이 상황을 불특정 다수에게 불편을 끼치는 문제로 볼 것인가, 잠깐의 멈춤으로 다시 함께 사회를 재건설하는 문제로 볼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시민들은 죄가 없나. 대통령이나 시장이 책임을 질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의 과정은 정당하다. 장애인도 함께 살자고 21년을 외쳤고 우리를 배제하는 속도를 정당하게 막아섰다.”

― 무의사결정을 깨기 위한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애인의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으며 대응하지 않는 권력을 상대로, 직접행동을 통해 문제를 만들어서 결국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협상테이블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으로 태어나 존재조차 없어지지 않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 내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관계 맺는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직접행동을) 한다. 일상에서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본능이라는 기본적 욕구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탑승해 광화문역까지 이동하며 장애인 대중교통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이준석 대표가 ‘불법 시위’라며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등 공권력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공권력은 현재 정해놓은 기준에서 일탈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매우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취한다. 방식도 다양하다. 공사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을 만든 이력이 있다. 그럴 시간이 있고 돈이 있고 머리가 있다. 조직적으로 허락해주는 문화가 있고 문제가 되니 꼬리를 자르는 힘도 있다. 어마어마한 권력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공사, 시민이 한 몸이 돼 우리를 폭력적으로 대했던 과정이 있었다. 그나마 공사 문건이 터지고 경찰력이 줄었다. 혜화역 아침 선전전에 장애인 두세 명 오는데도 경찰차 서너 대가 왔었다.”

―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연일 전장연을 비난하고 있다. 발언을 살펴보면 편을 나눠 ‘갈라치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시민들을 볼모로 잡는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고, ‘박원순 문제를 오세훈에게 따진다’며 정치적 편을 가르고, ‘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며 장애인 단체 편을 갈랐다.

박경석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사실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3호선 경복궁역은 인수위가 있는 곳이고, 4호선 혜화역은 1999년도 이동권 투쟁이 처음 시작된 곳이라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라치기 선수다. 하버드대학에서 그런 것만 배웠나보다. 갈라치는 기술을 활용하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그 뛰어난 능력을 사회 문제 해결에 써야 하는 게 정치 아닌가. 심지어 차기 집권여당의 대표지 않나.

특히 이 대표가 갈라세울 때마다 들었던 근거들이 모두 편집돼고 왜곡됐다. ‘서민주거지역인 3호선·4호선만 마비시킨다’거나 ‘국회 앞에서 쓴 연막탄을 지하철에서도 쓸 거냐’거나 ‘임종을 지키는 시민에게 버스타고 가라고 했다’는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연막탄은 신고 없이 쓸 수 있는 소방훈련용이었다. (국회 앞이 아니라) 여의도 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한 행진 때 사용했다. 그게 무슨 불법이냐. 당시 경찰들이 갑작스럽게 (연막탄 든 제) 손을 잡아채면서 넘어지는 영상이 보도됐었다. 이를 활용해 불법성과 과격함을 강조했다. 맨날 이런 짓만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해 갈라치기를 시작했다. 시민에게 버스타라는 영상도 (발언 당사자인 이형숙 회장이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다며 사과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 그런데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빼다가 썼다. 조작이라고 했더니 조작의 뜻을 들먹이며 꼬투리를 잡더라. 자신의 시선에서 사실들을 왜곡하고 있다.

지장협을 언급한 것도 식민지 시대 한국인 일본 순사와 같은 짓이다. 지장협은 공식적으로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는 단체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할 순 있다. 그러나 지장협이 우리를 맹비난하는 기자회견 뒤 이 대표가 지장협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단체가 사랑스러운 건 인지상정이지만, 이런 식의 줄 세우기는 안 된다고 충고하고 싶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을 하고 있다. 2022.03.28. ⓒ뉴시스

―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을 혐오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수자 정치를 성역화하고 이의제기를 막아선 안 된다고도 했다.

없음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혐오가 무엇인지 사회적 기준이 있나. 혐오를 따질 거면 (혐오의 기준을 정하는) 차별금지법부터 통과시키고 다음에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둘이 논쟁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똑똑한 하버드 출신과 초등학교 졸업장도 못 딴 중증장애인의 목소리 차이는 또 얼마나 큰가. 당신의 승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그의 선동 때문에 달린 수많은 혐오·차별 댓글은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묻고 싶다. 장애인거주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이 6천224억인 반면 탈시설 예산은 24억이라고 하니 6천224대 두들겨 패주겠다고 하더라. 이런 어마어마한 지지 댓글로 표를 받아서 탐욕스러운 정치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혐오를 넘어서 정치인으로 기본 자질이 안 됐다.”

―전장연에서 공개 사과를 촉구했지만 이준석 대표는 오늘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며 끝까지 책임을 회피했다.

“하버드대학 레포트처럼 써줘야 이해하나보다. 하버드 수준은 안 되지만 평생 교육시설에서 교육받지 않은 중증장애인 수준에서 레포트 써서 드릴테니 고민해봐라.”

― ‘공정’을 강조한 이준석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대표의 공정은 하버드대학 갈 수 있는 사람의 공정이다. 공정과 상식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 거냐.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고, 어느 성별로 태어났고, 장애가 있는지 성적 정체성이 어떤지에 따라 다 다른데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 공정과 상식은 그 시대의 힘 있는 자들이 다수의 기준 내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정과 상식은 없다.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 흑인들이 차별당하는 것은 당시 사회의 공정과 상식이었다. 배웠다는 사람이 역사적 차별과 과정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하더라도 무시해버리는 똑똑한 무덤에 파묻힌 것 같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삭발을 앞두고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2022.3.30 ⓒ뉴스1

―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동행해보니 욕설이 무시무시했다. 활동가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 같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욕설은 너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아직 팔은 남았으니 팔까지 자른다고 저주를 퍼붓기도 하더라. 욕에 더해 폭력적인 눈초리와 직접적 행동을 마주치면 진땀이 난다. 특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집구석에 처박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다. 제가 24살에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됐다. 휠체어를 탔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눈빛이 싫고 무서워 집밖에 나오는데 5년이 걸렸다. 그 눈빛이 내 몸에 기어가는 지렁이 같았다. 욕설까지 접하면 정신적 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것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반면에 전장연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민들도 많더라. SNS에 전장연 후원 인증샷이 계속되고 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지하철에서는 분위기가 험악해 아무말도 안 하지만 슥 지나가면서 커피도 주고 힘내라고 말도 한다. 우리 때문에 자신도 늦었는데 응원해준다.”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22.03.29. ⓒ뉴시스

―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부각됐지만, 교육권·노동권·탈시설권리까지 요구안에 담겼다. 다른 기본권을 문제 삼는 목소리는 없는데 유독 탈시설권리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탈시설 용어를 반대하는 태도를 취한다.

“탈시설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탈시설 용어를 문제 삼는 것이다.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돼있다. 장애인이 시설 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용어인데 ‘의견이 다르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나. 한국도 협약에 비준했으니 유엔위원회에 물어봤으면 좋겠다. 유엔에서 쓰지 말라면 안 쓰겠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부모들은 탈시설하면 당장 자식들이 죽는다고 한다. 시설도 국가 돈으로 운영되니 국가가 책임지고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어딘가에서 안정적으로 살게 해주면 되는 문제 아닌가. 자신들에게 대표성 있다는데 시설에 무연고자도 많다. 왜 그 사람들까지 발목을 잡냐. 자식들도 성인이니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 결국 시설 운영권을 둘러싼 돈벌이 문제다. 시설에 얼마나 많은 보조금이 들어가고 후원금이 들어가냐.”

― 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4월 20일까지 지하철 시위를 멈췄다. 인수위에 기대하는 답변은 무엇인가.

“우리 요구안을 검토할 시간은 지났다. 4월 20일까지 꼭 답을 줘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1~4월 기재부를 중심으로 내년도 예산계획을 세운다. 작년 대비 삭감·인상 등 예산 조정이 일어나는 시기다. 실링(부처별 예산한도)을 줬을 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바뀌지 않는다. 특히 힘 없는 우리에게 실링은 끝이다. 장기적 방향도 정해야하지만 내년도 예산은 지금 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장난이다. 우리 요구안에 담긴 저상버스 도입 예산도 국고 지원으로 10년이 걸린다.”

전장연이 인수위에 제출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은 기재부가 보조금법 시행령 제4조를 개정하고 2022년도 추경 2023년도 예산안에 그 내용을 반영해야 해결될 수 있다. 해당 조항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을 ‘별표2’에 명시해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별표2의 제한을 풀고, ‘별표1’의 보조금 지원대상으로 적용해 서울 5, 지방 7의 비율로 운영비를 각 지자체에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장연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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