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메가폴리스산업단지반대대책위원회는 18일 사리면사무소 부근에 산업폐기물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2021.05.18. ⓒ사진 = 뉴시스
지난해 이후 충북 괴산군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SK그룹, 지역 토건업체, 괴산군이 추진하는 ‘괴산 메가폴리스’라는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 때문이다.
원래 계획보다 산업단지 면적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무려 164만㎡에 달하는 산업단지이다. 그리고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관련해서는, 지하 36m까지 파고 194만 톤에 달하는 산업폐기물을 묻겠다는 것이 원래 발표된 내용이다. 유해성이 강한 지정폐기물도 포함되어 있다.
조용한 농촌마을에 떨어진 날벼락
이명박 정권 때 만들어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때문에 산업단지를 추진하기가 쉽게 되면서 수도권에 가까운 충북, 충남지역 곳곳에 산업단지들이 들어섰고, 지금도 들어서고 있다.
민간기업이 다수 지분을 갖고 추진되는 산업단지의 경우에도 나중에 토지강제수용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졸지에 농지를 빼앗기게 되고 임야도 광범위하게 파괴되며, 주민들이 강제이주를 당하게 되기도 한다.
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 백지화 촉구 사리면민 총궐기대회 모습 ⓒ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제공
그런데 괴산군 사리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산업폐기물 매립장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추진한다는 특징이 있다.
산업페기물 매립장의 경우, 인·허가만 받으면 특정 기업이 많게는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특혜성이 더 큰 사업이다. 그래서 제2, 제3의 대장동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사후관리는 부실해서 결국 세금으로 매립장 사후관리를 하게 되는 사례들까지 나오고 있다. 주변의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도 매우 크다.
이렇게 사업이 추진되는 괴산군 사리면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고, 사업예정지 주변에는 어린이집, 초등학교, 마을들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괴산군 사리면 주민들은 초기부터 반대해 왔다. 마을 이장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집단으로 사퇴 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200일이 넘게 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괴산군수는 막무가내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민주당 소속이며,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민간기업이 다수 이윤을 보장받는 사업 위해 공무원 동원
괴산메가폴리스 산업단지를 위해 설립될 특수목적법인(SPC)의 76% 지분은 민간업체들이 갖고, 괴산군은 24% 지분을 갖는 구조이다. 그리고 산업단지로 인한 이익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낳을 산업폐기물매립장 사업은 100% 민간기업들이 지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충주에서 ‘메가폴리스’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산업단지내 산업폐기물매립장의 경우에도 100% 민간기업이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위해 괴산군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있다. 산업단지로 지정이 되려면, 토지면적 50% 이상을 소유한 소유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공무원들이 출장을 내고 토지주들을 만나러 다녔다는 것이 반대대책위원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괴산군 공무원들의 출장 내역을 보면, 산업단지와 관련이 없는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까지 대거 출장을 다닌 것이 확인된다. 농촌 지역에서 공무원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관권을 동원한 회유 압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21년 6월 괴산군 공무원 괴산메가폴리스산단 관련 출장 현황 ⓒ사리산업폐기물매립장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이는 민간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공무원이 동원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 ‘공무원행동강령’ 제11조 제3항에서는 ‘공무원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공직자가 아닌 자에게 알선·청탁 등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비 환수 압박 등 공무원 갑질까지
뿐만 아니다. 작년 6월에는 괴산군의 보조금을 받는 교육 관련 단체가 산업단지 백지화요구 기자회견에 연대단체로 이름을 올리자, 공무원이 해당 단체에 전화해서 사업비 환수를 하겠다고 ‘갑질’을 하기도 했다. 반대대책위의 항의로 사업중단과 사업비 환수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예산지원을 수단삼아 시민단체의 자유로운 의견표명까지도 억압하려고 한 시도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반대대책위 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불법건축물 단속까지 한다고 한다. 일종의 표적 단속 의혹이다.
그리고 군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주민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행태도 극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 3월 18일에는 면장이 주도해서 반대 활동을 하는 주민자치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런 괴산군수와 공무원들의 행태야말로 반(反)민주적인 행태이다.
주민들은 참다못해 지난 3월 30일 괴산군수와 사리면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일방적인 사업추진과 공권력 남용으로 인해 주민들의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단체활동의 자유 등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괴산군수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 입장 밝혀야
대선패배 이후 ‘혁신’을 외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지역에서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자기 당 소속 군수에 대해 어떤 입장일지 궁금하다.
이런 행태를 벌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놔두고서, 어떻게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의 ‘불통’을 비판할 자격이 있겠는가?
게다가 이차영 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공천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차영 군수가 ‘민주’를 내세운 당의 공천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따라서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괴산군 사리면 주민들의 인권침해 실태와 괴산군수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이차영 군수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