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핵심증거 못 본 검찰, 한동훈 무혐의 처분

검찰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핵심 증거인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2년 넘게 풀지 못했다 게 결정적 이유다. 이 처분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등 후보로 거론되던 한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을 벗어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는 지난 6일 한동훈 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 이후 2년 만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2020년 2~3월경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리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확립된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 증거관계상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2년간 사건을 쥐고 있던 검찰은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 등의 공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인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아이폰)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포렌식에 실패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포렌식에 실패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아이폰)에 대한 포렌식 등을 시도했으나, 2020년 6월 최초 포렌식 시도 이후 22개월, 지난해 7월 포렌식 재개시 이후 약 8개월이 도과한 현 시점에서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해제 시도가 더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숫자와 문자가 결합된 비밀번호를 해제하려면 설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로서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해제 기간조차 가늠할 수 없고, 재차 장기간에 걸쳐 무한정 해제를 시도하는 것은 수사의 상당성 측면에서 적정한지도 의문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피의자였던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중단된 사이 채널A 기자 등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주재로 열린 차장·부장 전체회의에서 사건 장기화에 따른 한 검사장의 ‘불안정한 지위’를 감안해 신속한 결론을 내리는 데 대다수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4일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게 사건을 보고한 뒤 개최됐다.


반면 검찰은 ‘제보자X’로 알려진 지 모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 씨가 신라젠 수사와 관련 채널A 기자들에게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이철 전 대표에게 100억 원을 요구했다’, ‘일부는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윤 전 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윤 전 서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사 시절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이다.

이날 처분 직후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과 공권력 남용이 오늘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며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 지극히 늦게 나온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