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에 명단을 보고 무슨 영남 향우회 참석자 명단인 줄 알았다. ‘서영남’, 혹은 ‘육서영’이라고 부른다던가? 윤석열 차기 정권의 초대내각 후보자의 특징이 서울대, 영남, 남자, 60대임을 비꼰 말이란다.
“성별, 지역 안배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오로지 능력만으로 뽑았다”는 게 당선인 측의 설명. 그런데 그렇게 뽑았으면 최소한 유능은 해야 할 텐데 아무리 살펴봐도 장관 후보자들은 유능은커녕 열라 무능해 보인다.
가장 연소하신 법무부장관 후보는 검사시절 당선인의 최측근 부하직원 출신이고, 논란이 무더기로 불거지는 중인 보건복지부장관 후보는 당선인의 40년 지기란다. 이게 능력으로 뽑은 거냐? ‘누가 윤석열의 더 충직한 쫄따구인가?’ 기준으로 뽑은 거지.
국무회의 하면 볼만하겠다. 더 충직한 쫄따구일수록 장관 수명이 연장될 확률이 높아질 테니 낯간지러운 충성맹세가 난무하지 않겠나? 장관들 하는 말이 “내가 임마, 어즈께에도, 어? 느그 대통령하고, 어? 밥도 먹고, 사우나도 하고, 어? 다 했어 임마!” 뭐 이러고 자빠지는 것 아니냐?
아, 한 가지 까먹었는데 장관 후보자님들, 최민식 씨의 이 영화 대사는 꼭 찐~한 경상도 사투리로 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라. 이번 인선에서 전멸하다시피 한 전라도 사투리를 혹시라도 섞어 쓰면 ‘육서영’ 혹은 ‘서영남’에서 탈락할 확률이 매우 높으니 어투에도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란다.
어디가 유능한가?
능력으로 뽑았다는데 윤석열 당선인이 설명하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능력이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이란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 정비에 적합하단다. 당최 영어와 법무부 장관이 뭔 상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하도 영어에 미쳐 사는 나라이니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렇게 말하는 당선인께서는 영어 좀 하시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국가 운영을 위해 당선인도 영어를 잘 하셔야 할 텐데? 잉글리시 어빌리티가 아더 피플들과 매치가 안 돼 다이얼로그가 스무드하게 언더스탠딩이 안 될 정도의 레벨은 돼야 하는 것 아니냐?
한동훈 후보자의 별명이 ‘조선제일검’이라는 언론 보도에서 진심으로 풉 하고 뿜었다. 영어를 잘 하는 조선제일검이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펜싱제일검 정도는 하지 그랬나? 칼질하는 능력이 법무부장관의 조건이라면 차라리 도쿄 올림픽 펜싱 메달리스트 중 한 분을 초빙하는 게 낮지 않겠냐?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이자 무더기 논란의 주인공 정호영 후보자.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택한 이유는 “오랜 기간 경북대 병원장을 지낸 풍부한 현장 경험”이란다. 그런데 정작 이분의 재임 시절, 경북대병원은 4년간 무려 865억 원의 적자를 냈단다. 새 정부의 ‘유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능’과 좀 다른 개념인가보다.
역시 유능해서 뽑았다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남긴 족같은, 아니 참, 주옥같은 어록. “저는 쉽지 않은 남자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총장인 나입니다” “사과는 안 할 건데 양해 좀”···. 이런 인간이 교육부 장관 되면 “우리나라 학교의 주인은 장관인 나다”라고 하지 않겠나?
경제 기자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황당한 인물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다. 이 분이 12년 전 조선일보에 쓴 칼럼 제목이 ‘출산 기피 부담금’이었다. 한 마디로 아이를 안 낳으면 부담금을 물리자는 내용이다.
이런 헛소리를 일기장이 아니라 언론사 칼럼에 쓰는 자가 무려 산업과 통상, 자원 업무를 총괄한단 말인가? 출산 기피 부담금 같은 징벌적 제도는 효과가 없는 것을 떠나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라는 최신 경제학 연구가 한 다발이다. 제발 공부 좀 해라. 유능은 개뿔, 이건 뭐 그냥 윤석열 쫄따구 내각이라는 이야기다.
공포영화 개봉박두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정규분포라는 게 있다. 통계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매우 유용한 법칙이다. 충분히 큰 표본을 뽑으면 그 분포는 가운데(평균)를 중심으로 좌우로 거의 균등하게 퍼진다는 것이다. 예외를 찾기 힘든 자연법칙에 가까워 ‘통계학의 절대 진리’라고 불리기도 하다.
무슨 뜻이냐? 만약 우리나라 인재 풀에서 유능한 사람을 무작위로 뽑았다면 인구 평균을 기준으로 정규분포를 따르는 게 정상이라는 이야기다. 유능한 사람 18명을 뽑았으면 남자가 아홉, 여자가 아홉, 이렇게 나와야 한다.
출생지는 좀 복잡하다. 태어난 곳이 어디냐, 어렸을 때 자란 곳이 어디냐, 본적이 어디냐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18명의 유능한 사람을 뽑았을 때 광주·전남 출신이 빵 명, 전북 출신(1명)을 포함해 호남 출신이 단 1명일 확률은 거의 없다. 무작위로 유능한 사람을 뽑았는데 하필이면 남자가 15명 여자가 3명일 확률도 극도로 낮다. 그런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이번 내각 인선은 절대 유능함을 기준으로 뽑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자연법칙에 가까운 정규분포를 이렇게 대놓고 무시한 인선이 어떻게 유능함의 기준인가? 정상적이라면 2021년 출범한 스웨덴 내각처럼 23명 장관 중 여성 12명, 남성 11명, 뭐 이런 식으로 나와야 통계학에 맞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이 “우리는 절대 능력 위주로 뽑았다. 그런데도 호남 출신이 전멸하고, 여성은 쥐꼬리만큼 뽑혔으며, 30대는 빵 명, 40대는 조선제일검 한 명만 선발됐다”고 주장한다면, 지금 나라가 개판 오분 전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영호남 차별, 성차별이 너무 심각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군나르 뮈르달(Karl Gunnar Myrdal)은 “부유함뿐 아니라 빈곤도 확대 재생산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차별을 받는 지역에서 태어나면 소수라는 이유로 더 차별을 받고, 더 차별을 받기 때문에 소득이 줄어들어 더 가난해진다. 가난하다보니 건강과 교육에 투자를 못해 더 가난해진다. 더 가난해지는 바람에 이들은 더 차별을 받는다.
이게 바로 뮈르달의 ‘누적적 인과관계 이론’이다. 만약 윤석열 정권의 주장대로 서영남이 유능함의 기준이라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더욱 비서울대 출신, 비영남 출신, 남성이 아닌 다른 젠더 출신을 더 등용해야 한다. 그래야 이 차별의 누적적 인과관계를 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권이 안배는 멍멍이한테 던져버리고 대통령 쫄따구들이나 대거 장관으로 등용해? 그래서 그 결과가 서영남이냐? 아주 나라 꼴 잘 돌아간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진짜 무서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고 마무리하겠다. 독자 여러분, 윤석열 차기 정권의 삽질이 하도 정열적이어서 윤석열 시대가 벌써 한 3, 4년 쯤 지난 것 같지 않으신가? 그런데 진짜 놀라운 사실은, 이놈의 정권이 아직 출범도 안 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50년 같은 5년을 이 짜증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한다니, 이거 진짜 호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