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행위 없었다” 반복한 정호영, ‘아빠 찬스’ 의혹 모두 부인

“교육부서 편입학 과정 조사해 달라, 아들 신체검사 재검증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와 병역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2022.04.17. ⓒ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자신에게 제기된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위법 행위는 없다"고 전면 부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병역 판정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단언컨대 자녀 문제에 있어서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으며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검증을 위해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자녀 성적 공개하며 반박 나선 정호영
"과정도 평가도 공정했다" 주장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진료처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 역시 같은 해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이듬해 생긴 지역 인재 특별전형을 통해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이었다.

의혹의 골자는 두 자녀가 학사 편입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지위나 인맥을 활용하는 등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정 후보자의 자녀들은 학사 편입 전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 같은 이력은 서류전형에서도 반영되면서 '스펙'으로 활용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 후보자 딸의 경우,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시험 중 구술 평가에서 9명의 평가위원 중 3명의 평가위원으로부터 모두 만점인 20점을 받았는데, 이들 모두가 정 후보자와 가까운 지인이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의혹이 커졌다.

정 후보자 아들의 경우엔 학부생 시절 논문 두 편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것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5년 10월부터 2달 간 학생 연구원으로 주 40시간을 근무하며 연구에 참여했는데, 당시 그는 학부에서 19학점 수업을 수강하던 중이어서 이같은 활동을 실제 병행할 수 있었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정 후보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학사 편입 선발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졌고, 평가 결과도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기 소개서에 부모의 이름과 직장을 기재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불이익을 받는다"며 "실제 편입 과정에서 심사위원은 총 50여명이 참여했으며, 의대 임상 교수가 30%, 생화학 등 기초의학 교수가 70%로 구성해 각 시험에 배정된다. 이에 더해 심사위원 배정은 시험 당일 추첨으로 무작위 임의 배정하게 되기 때문에 누가 심사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심사위원 구성상 특정 학생에게 특혜를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 후보자는 '후보자 자녀의 입학 지원 사실을 심사위원들이 몰랐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자녀 입학 사실을 교수님들께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그건 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함도 있지만, 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한 정 후보자는 두 자녀의 성적을 공개하며 심사위원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면접과 서류 평가에서보다 객관적인 시험 성적이 높은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에 따르면,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 전형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학사성적 200점+공인영어 성적 100점+서류전형 200점'을 합산해 합격자의 3배수에 달하는 학생을 선발한다. 이후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 합계'와 '면접고사 100점+구술 평가 200점'을 모두 합산해 선발한다.

딸은 1단계 평가에서 학사 성적 100점 만점에 93.7점을 받았다. 이는 합격자 33명 중 16위로 중간 수준이었다. 영어 성적은 텝스 855점으로 11위였다. 반면 서류 평가는 33명 중 28위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 2단계 평가에서는 면접 점수 15위, 구술 평가에서는 19위였다. 최종 합산 점수 순위는 합격자 33명 중 27명이었다.

아들의 경우 1단계 중 학사 성적은 100점 만점에 96.9점이었고, 영어 성적은 텝스 881점이었다. 학사 성적과 영어 성적 합산 점수는 17명 중 1등이었다. 2단계 평가에서는 면접 점수 8위, 구술 평가 10위로 최종 점수는 7위였다.

정 후보자는 "두 자녀 모두 주관성이 개입되는 면접과 서류 평가의 점수가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학사, 영어 성적보다 낮은 점을 미뤄볼 때 편입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류 평가에 반영됐던 경북대병원 자원봉사 이력 논란에 대해서도 "자녀들이 참여한 경북대병원 자원봉사는 누구든지 신청하면 별도 제한 없이 봉사 기회를 부여한다"며 "따라서 자원봉사를 신청하기 위해 별도의 부탁이나 청탁을 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아들의 논문 참여에 대해서도 특혜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논문 작성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도교수와 진로 상담을 하던 중 'U-헬스케어' 분야에 평소 관심이 많아 논문 작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교수는 전공 소양과 외국어 실력 등을 판단해 논문 작성에 참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논문 작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 검색이나 외국 자료 번역과 편집을 담당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3, 4의 공저자로 등재됐다"며 "(아들이 공부했던) 공대에서는 특성상 학부생이 논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런 사례가 유일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논문 두 편은 제가 속한 의대가 아닌 아들이 재학한 공과대학 전공 관련 논문"이라며 "당시 공대 교수인 지도교수와 저는 친분 관계는 없었으며 교수는 저와 아들의 관계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편입학 과정은 공정했고 어떤 형태든 부당한 요청이나 압력이 없었다"고 거듭 부인하며, "교육부에서 저희 자녀의 편입학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위법 행위 없었다' 반복한 정호영
민주당 "위법하지 않으면 공정한 건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와 병역 의혹 등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에 참 ⓒ뉴시스

정 후보자를 둘러싼 또 다른 의혹은 아들의 병역 판정 특혜 의혹이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11월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5년 뒤인 2015년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재검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받은 척추질환 진단서를 가지고 신체검사장으로 갔으나 병역 판정 검사를 하는 의사가 정확한 판정을 위해 현장에서 다시 CT 촬영을 했다. 판정 의사는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4급으로 판정한 것"이라며 "경북대병원에서 두 번의 MRI 검사와 병무청 CT 검사를 거쳤고, 서로 다른 3명의 의사가 진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는 없었으며 엄격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추가 검증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주면 그 의료기관에서 제 아들로 하여금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며 "이렇게 해서 제 아들이 진정 척추질환이 있는지, 당시 4급 판정이 적절했던 건지 검증받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와 병원에서 자녀가 논문을 쓰고 면접에서 합격한 일련의 과정이 국민적 눈높이에 안 맞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경북대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이라며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그 학교에 있다고 아들딸을 다른 학교에 보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한 차례 학사 편입학 시험에서 탈락했다가 그다음 해 똑같은 스펙으로 지원해 합격한 데 대해서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신설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시에 당시 경북대병원장이었던 자신은 해당 전형 신설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는 대구시 요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원래 다른 학교에 다 있었는데 전국에서 실행하지 않았던 학교 두 군데가 경북대와 영남대"라며 "대구시에서 간곡히 요청해 (경북대에도) 특별전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조사 결과 문제가 있다면 후보직에서 사퇴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조사에서 부당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상응한 조치를 받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정 후보자가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국민적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을 내고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 내내 '부당 행위'와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 주장했다"며 "불법, 위법, 부당행위가 아니면 공정한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 대변인은 또한 '자녀의 학사 편입 절차와 결과가 공정했다'는 정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교 출신 의대 교수 비율이 80%가 넘는, 순혈주의가 공고한 경북대에서 과연 병원장 자녀가 편입 입학한 것이 공정했을지 국민의 의문은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정 후보자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자신만만한 듯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갔지만,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지점은 '게임의 법칙, 룰'을 누가 만들었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적용했냐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정확한 해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의혹제기는 더욱 더 커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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