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불통의 8년’ 외대생들이 폭로한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민낯

인수위 앞에 모인 대학생단체 “김인철은 교육 망친 부패한 교육행정가, 임명 철회하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4.18 ⓒ민중의소리

"제가 1학년 때 (총장이었던)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성폭력 가해자 교수에게 장기근속 포상을 해서 본관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했습니다. 2학년 때는 부정 회계 50억원이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돼 학교가 뉴스에 보도됐고, 결국 (검찰 수사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이민지 총학생회장은 18일 대학생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주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김 후보자는 학생의 의견은 듣지 않는 불통 행정으로 일관했고, 이에 반발하는 학생에게는 막말을 쏟아내며 윽박질렀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학생회장이 '김인철 총장' 시절을 두고 "외대 투쟁의 역사"라고 촌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등록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때에도 김 후보자는 학교 재정만 걱정했다고 한다.

이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총장과 인사하는 자리에선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제게 값 싸지만 질 낮은 삼겹살보다 비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고 떠올렸다.  

전대넷은 이런 이유에서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한국외대를 포함해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단체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4.14 ⓒ뉴스1

김 후보자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여간 한국외대 총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2년간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직을 함께 맡았다.

김 후보자는 고등교육의 공공성보다는 자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8년간의 외대 총장 재직 시절 학생과의 충돌이 유독 잦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김 후보자가 총장 재직 시절 총학생회장 등에게 반말과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 재임한 시기 한국외대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른바 '금수저 조사'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는 학부모 중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의사, 법조계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이들을 전수조사한 것인데, 학생을 부모 직업에 따라 서열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외에도 지난 2020년, 대학의 50억원대의 회계 부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대교협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국회 공청회에서는 "사립대학 비리가 있더라도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주원 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도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원 전 학생회장은 "외대를 망친 김인철 전 총장이 대한민국 교육까지 망치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며 "어떻게 김인철 전 총장이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될 수 있었던 것인지, '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내각 인선의 기준은 무엇인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주원 전 학생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 세대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와 교육 다양성을 설계할 적임자'로 소개했으나, 김 후보자는 공정 교육을 망친 부패한 교육 행정가"라고 혹평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4.18 ⓒ민중의소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외에도 교육에 대한 후보자의 가치관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주원 전 학생회장은 "김 후보자는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 등록금 인상을 통해 학생들이 부담하게 하는 철 지난 '수익자 부담 원칙' 기반의 재정 운영 방식을 주장해 왔다. 대학 규제를 완화해 교수 연구비도 감사하지 않고, 더욱 느슨한 정부의 교무행정 개입을 주장해왔다"며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우리나라 교육은 시대를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부패하고 시대착오적인 김인철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고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대넷은 김 후보자 반대 성명을 통해 "대학 규제 완화,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김 후보자는 현재 대학이 마주하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현재 논란을 보면 김 후보자는 공정한 교육을 설계할 적임자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전대넷은 "현재 대학의 복합적인 문제는 대학 규제 완화가 아닌 교육부의 관리·감독 역할이 강화돼야 해결 가능하다"며 "이에 전대넷은 고등교육 공공성을 해칠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고, 윤 당선인에게 임명 철회를 요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첫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교협 회장을 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대학 재정 문제'와 '규제 완화'였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 전문가의 시각,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감안해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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