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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의 유퀴즈 출연, 엄청 멍청하거나 혹은 뭐에 잔뜩 취했거나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라는 걸 한 번 해보자. 모르는 분을 위해 룰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선택하기 매우 애매한 두 가지 보기가 주어지는데 그 중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탕수육을 먹을 때 ①부먹 vs ②찍먹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다. 이런 게 기본 질문이고, 좀 더 심화된 질문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①추성훈 선수한테 얻어맞고 이국종 교수에게 수술 받기 vs ②이국종 교수에게 얻어맞고 추성훈 선수에게 수술 받기

①토 맛 토마토 vs ②토마토 맛 토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는가? 답하기 애매하다. 바로 이 애매한 질문을 잘 던지는 게 이 게임의 묘미다. 이렇게 답하기 애매한 질문을 던지면 ‘밸런스가 맞았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떤가? 밸런스가 잘 맞나?

① 일언반구 없이 대선에 출마하는 유재석 vs ② 일언반구 없이 유퀴즈 쳐들어온 윤석열

이 질문은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뒤 실제 인터넷 상에 떠돈 밸런스 게임 질문이다. 내가 알기로 유재석 씨를 사랑하는 팬들 대부분은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의 깨끗함과 명석함이 정치라는 때를 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만약 유재석 씨가 일언반구 없이 대선에 출마하면 팬들 상당수가 반대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질문을 ‘②일언반구 없이 유퀴즈 쳐들어온 윤석열’과 비교하면 팬들의 선택이 진짜 애매해진다. 두 번째 질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유재석 씨 팬들이 ②를 얼마나 황당하게 생각했으면 저런 밸런스 게임까지 만들었겠나?

권력에 취한 뇌

그래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꼭 하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도대체 예절을 어디서 쳐배우셨기에 이렇게 무례하신가? 나는 “tvN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부겸 총리의 출연 요청은 거절하고 윤석열 당선인만 출연시켰다”는 세간의 비판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애초부터 CJ 계열사인 그 방송사에 공정성이라는 것을 쥐뿔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열이 받는 대목은 따로 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진행자인 유재석 씨조차 방송 직전까지 윤 당선인이 출연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윤 당선인이 쇼 호스트인 유재석 씨를 개무시한 채 자기 마음대로 출연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묻는 거다. 평소 윤 당선인은 남의 집에 방문할 때 그런 식으로 통보도 없이 쳐들어가고 그러나? “나 이래봬도 윤석열이야!” 뭐 이러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냐고?

만약 그래도 되면 나도 당선인 집에 막 쳐들어가서 히죽대도 되겠다? 물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예절을 잘 배운 사람이라 그러지 않겠지만, 당선인은 예절을 뭐라 생각하기에 이딴 짓을 대놓고 저지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내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해보자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첫째, 저런 행동이 무례한 줄 모를 정도로 열라 멍청한 경우다.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채 두 번째 가능성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권력에 취해서, 보다 정확히 말하면 호르몬에 취해서 무례함을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세계적인 뇌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자신의 책 ‘승자의 뇌’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성공을 경험하면 혈중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활성화돼 화학적 도취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런 도취 상태의 느낌은 술이나 마약 등에서 얻는 쾌감과 비슷하다.

20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당선인

그리고 이런 호르몬에 취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 달성, 혹은 자신의 만족에만 집중을 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공감 능력이 개뿔도 없어진다는 뜻이다.

딱 윤석열 당선인 이야기 아닌가? 평생 검사로 살며 권력의 정점에서 칼을 휘두르다가 무려 대통령씩이나 됐다. 추정컨대 그의 뇌는 도파민에 만취한 상태다. 이러니 국민MC라 불리는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통보도 없이 제 멋대로 방송에 쳐들어가 흰소리나 늘어놓는 것이다.

부시가 연상된다

‘권력에 취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는 심리학과 뇌신경학에서는 거의 상식으로 통한다. 미국 UC버클리 대처 켈트너(Dacher Keltner) 교수와 캐나다 온타리오 맥매스터 대학교 수크빈더 오브(Sukhvinder Obh) 교수 등의 연구를 살펴보자.

켈트너 교수에 따르면 연구 대상에게 권력을 줄 경우 남들보다 더 충동적으로 행동했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도 떨어졌으며, 무엇보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능력이 심각하게 하락했다. 어라, 이거 윤 당선인의 유퀴즈 난입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

실제 연구팀은 2006년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이마에 ‘E’를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 내 이마에 ‘E’를 쓰는 목적은 다른 사람이 이 글자를 알아보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나의 관점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E’를 적어야 한다. 만약 나의 관점에서 ‘E’를 적으면 상대에게는 이 글자가 거꾸로 보인다. 그래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의 이마에 ‘E’를 거꾸로 적는다.

그런데 실험 결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관점에서 ‘E’를 적었다. 권력자들이 남의 시각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짐) 오로지 자신의 시각에서만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조지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미국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를 응원한 일이 있었다. 부시가 응원 도중 활짝 웃으며 두 손으로 성조기를 번쩍 들어 올렸는데, 사진을 보면 성조기의 좌우가 뒤바뀌어 나온다. 부시가 자기의 입장에서 성조기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권력자의 특성이다. 대통령쯤 되면 당연히 타인의 시선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부시는 권력에 취해 모든 것을 자기의 시각으로만 바라본다. 쇼 호스트인 유재석 씨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채 쇼에 난입한 윤 당선인처럼 말이다.

윤석열 당선인, 만약 아직도 자신의 유퀴즈 출연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기 바란다. 당선인은 지금 아프다. 뇌가 도파민에 취해 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에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건 당선인의 건강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나라를, 도파민에 만취해 오로지 자기만 아는 지도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하는 말이다. 이 나라는 민중들의 나라이지 당선인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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