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소고기로 사람 열 받게 하는 참 독특한 재주를 가진 안철수

먹는 걸로 사람 차별하면 기분이 참 엿 같은데,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렇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코로나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보상 정책을 발표하면서 보상정책의 폐해로 “어느 정도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을 받으면 소고기를 사서 드시고”라는 점을 들었다는 소식이다. 이 말을 번역기에 돌려보면 “너희 같은 서민들이 감히 정부 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처먹어?”라고 번역된다. 그런 번역기가 어디 있냐고? 없으면 말고.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압도적인 돼지고기 지지자다. 고기는 역시 돼지고기지! 즉 돈이 없어서 소고기를 못 먹는 게 아니라 취향이 돼지고기여서 소고기를 별로 안 먹는다는 이야기다. 아닌 것 같다고? 사실은 가난해서 소고기 못 먹으면서 괜히 허세 부리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되면 말고.

20세기를 대표하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코카콜라 예찬론자였다. 그는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본질적으로 똑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전통을 세웠다는 점이다. TV 광고에 등장하는 코카콜라를 보면 당신은, 대통령도 코카콜라를 마시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코카콜라를 마시고, 당신도 코카콜라를 마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콜라는 콜라일 뿐이다. 돈이 많다고 길모퉁이의 부랑자보다 좋은 콜라를 살 수는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위대하다는 개뿔 같은 소리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워홀의 이 말은 자본주의가 중세 봉건제보다 발전한 체제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형식적으로나마 최소한의 평등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귀족에게만 콜라를 마실 권리를 주고, 민중은 콜라를 못 마시게 금지하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안철수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중세 봉건제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서민들이 소고기를 처먹어? 나 같은 귀족이나 먹는 소고기를? 뭐 이런 저열한 계급주의가 그의 머리(대가리라고 쓰려다 참았다)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적 박탈감의 위력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심리학과 키스 페인(Keith Payne) 교수가 실시한 비행기 좌석과 기내 난동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기내 난동을 부리는 승객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비행기의 입구는 꽤 다양하다.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이 탑승을 하면 비즈니스 클래스를 거쳐서 이코노미로 이동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바로 이코노미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재수가 없으면(!)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두 곳을 거쳐야만 이코노미로 갈 수 있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를 거친 고객들이 이코노미에서 난동을 부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들의 난동 가능성은 이코노미로 직행한 승객들에 비해 갑절이나 높았다. 이런 비행기의 운항 시간은 이코노미 직행 비행기보다 평균 6시간이나 더 걸렸다.

조금만 더 살펴보자. 비행기에 따라 퍼스트 클래스나 이코노미 클래스가 있는 비행기도 있고, 오로지 이코노미 클래스만 있는 비행기도 있다. 이 둘을 비교했을 때 승객들의 난동 가능성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놀랍게도 네 배나 차이가 난다. 지연 시간으로 따지면 이코노미 클래스만 있는 비행기에 비해 좌석 차별이 있는 비행기기의 운항 시간은 평균 9시간이나 길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사실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는 사람들은 빈곤층이 아니다.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거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좌석에 비해 훨씬 편안한 좌석을 눈으로 본다. 그리고 그 좌석과 비교하면 내가 앉은 좌석은 너무나 보잘 것이 없다. 이 보잘 것 없는 좌석에서 10시간 넘게 비행을 해야 하다니! 이때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폭발한다.

페인 교수의 다른 설명을 좀 더 들어보다. 프로 골프대회가 열렸을 때, 대회의 상금이 많이 걸릴수록 선수들의 평균 타수가 줄어든다. 성과급이 많이 걸릴수록 선수들의 성과도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성과연봉제를 옹호하는 주류경제학자들이 들으면 매우 좋아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골프는 개인 스포츠다. 이를 팀 스포츠로 바꾸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거액을 들여 슈퍼스타를 영입하면 성적이 좋아질까? 페인 교수에 따르면 거액을 챙긴 슈퍼스타의 성적은 통계적으로 좋은 편이다. 문제는 그 슈퍼스타를 영입한 팀 성적이 평균적으로 매우 안 좋다는 데에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4.07. ⓒ뉴시스

이것도 눈앞에서 벌어진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어느 날 우리 팀 벤치에 연봉 수백 억 원을 받는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연봉이 낮은 동료들은 슈퍼스타를 보고 “나도 열심히 해서 꼭 저렇게 될 테야”라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연봉이 낮은 동료들은 수백 억 원을 버는 슈퍼스타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의욕을 잃는다.

이런 일은 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사장 연봉이 수백 억 원, 임원 연봉이 수십 억 원이면 노동자들이 고무될 것 같은가? 행동경제학자들의 수많은 연구가 내린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간부들과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심할수록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의 창의성이 박탈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매년 3월 국제연합(UN)은 세계 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라는 것을 발표한다. 올해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 순위는 세계 146개국 중 꼴랑 59위였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었느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훌쩍 넘겼느니 떠드는 나라가 받아든 성적표 치고는 처참하기 짝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어떤 나라가 상위권에 위치했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핀란드, 2위는 덴마크, 3위는 아이슬란드, 4위는 스위스, 5위는 네덜란드다. 6위 룩셈부르크, 7위 스웨덴, 8위 노르웨이, 9위 이스라엘, 10위가 뉴질랜드다.

딱 봐도 상위권 나라들의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상당한 수준의 실질적 평등이 보장된 사회민주주의 국가들, 복지국가들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나라에 살면 ‘누가 나보다 너무 잘 살아서 받는 열 받음’ 수준이 매우 줄어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다. 반면 상대적 박탈감이 강한 우리나라 같은 경우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낮은 행복순위를 기록한다.

그래서 페인 교수는 “자신이 사다리 아래층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감, 만성통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업무 실적이 떨어지기 쉽다. 또한 미신과 음모론에 잘 빠지며 비만, 당뇨병,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더 짧다. 이건 실제 소득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열라 불행해진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페인 교수가 남긴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안철수 씨에게 전한다. 그는 연구의 결론을 요약하며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라고 질타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열이 받아 악(惡)해진 이유는 소고기를 사 먹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안철수 너님은 소고기를 냠냠 드시면서 우리보고는 “가난해빠진 주제에 소고기를 처먹어?”라고 놀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안철수 씨, 소고기로 사람 이렇게 열 받게 하는 건 참 독특한 재주인데 그런 재능이 남달리 뛰어나셔서 참 좋으시겠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소고기는 돈 많은 너님이나 많이 처드세요. 나는 돼지고기 씹으면서 당신도 함께 잘근잘근 씹을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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