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내정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복지 분야에 대한 후보자의 무지함과 무관심함이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단식 중인데 알고 있나’,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나’라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지 못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하며 500여 명이 집단 삭발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발달장애인 가족으로서 이날 삭발에 동참했다. 다음 날부턴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등 지도부 4명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근처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3일 기준 단식 14일 차다.
애꿎은 안경만 썼다 벗었다 반복하던 정 후보자는 강 의원이 ‘아냐 모르냐’며 재차 질의하자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인수위가 묵묵부답이라며 부모들이 정 후보자에게 대신 물어봐달라고 제게 부탁했다. (한편으론) 어차피 낙마할 사람에게 뭐하러 묻느냐고 하더라. (정 후보자는) 부당 행위가 없다고 떳떳하다고 말하는데, 이미 국민 신뢰는 바닥”이라고 꼬집었다.
김민석(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도 “발달장애인 관련 시위가 있다면, 복지부 장관으로서 왔다갔다 하면서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이 통상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보건복지부 담당이다. 아울러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은 장애계의 숙원이다. 부모연대뿐 아니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며 요구하는 장애인권리보장 예산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의료인 출신인 정 후보자가 복지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차기 장관으로서 국민 목소리를 경청할 자세도 안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도 복지 분야의 전문성 결여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 후보자는 ‘전문성, 능력, 도덕성 등을 다 갖췄다고 자평하냐’는 민주당 고영인 의원의 질의에 “복지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