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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빨갱이’ 조작이 일상인 종교인들의 윤석열 지지가 무서운 이유

윤석열 정부 대통령 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된 이시원 전 검사. ⓒMBC 화면 캡쳐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이시원 전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이시원 전 검사는 국정원의 조작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게 다였다. 그는 이후로 승승장구하며 부장검사까지 승진했다가 2018년 7월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이시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는 정말 국정원의 조작을 몰랐을까. 그러기에는 이 전 검사의 당시 행동과 발언은 너무나 수상하다. 그는 국정원이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위조한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의 정상 발행 여부도 확인도 되기 전 이를 법원에 제출했고,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에게 거짓 증언을 종용하고 재판에서는 말을 막았다. 유가려 씨의 가짜 진술을 반박하기 위해 유우성 씨가 제시한 증거(사진,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통화기록)들을 제대로 살펴볼 마음조차 갖지 않고 무시했다.

간첩 조작사건 관련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 앉히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겐 신원진술서 요구


누가 봐도 이시원 전 검사가 국가정보원의 조작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고 불성실했던 게 아니라, 함께 가담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다. 오죽했으면 유우성 씨의 변호인 중 한 명이었던 장경욱 변호사는 재판 도중 유가려 씨가 무슨 말만 하면 막아서던 이시원 당시 검사에게 “조작하느라 힘들죠”라고 뼈 때리는 말을 했을까. 그나마 유우성 씨는 변호인들을 잘 만났다. 또 유우성 씨도 그나마 엘리트 출신의 탈북자였기에 국정원과 검사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일 테다. 만약, 이런 행운조차 그에게 따르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정원의 비열한 만행 끝에 결국 “우리 오빠는 간첩입니다”라는 허위자백을 했던 유가려(32)씨.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38)씨의 여동생이다. 가려씨의 허위자백으로 간첩혐의를 받던 우성씨는 지난 2015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민중의소리


그런데 이런 사람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앉히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윤석열의 속마음은 자신의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간첩 조작도 서슴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인사를 감행한다는 말인지, 분노한 시민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이 새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출입자들에게 요구한 ‘신원진술서’가 실제 국가정보원 임용 예정자에게만 받는 신원진술서 양식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경악스러움을 안기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기자의 주소, 학력, 직장, 국적, 경력, 부모·배우자·자녀 등의 정보를 기본으로, ‘재산’(부동산, 동산, 채무)과 ‘정당·사회 단체 활동’, ‘북한거주가족’, ‘친교인물’ 등의 항목들이 기재되어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윤 당선인 측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실수로 국정원에서 사용하던 신원진술서를 기자들에게 요구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실수가 나온다는 말일까. 그 과정에 대한 상세한 해명이 뒤따라야 하겠으나, 이조차 ‘실수’로 눙치는 모양새다.

지금도 극우 개신교인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들에 들어가 보면,
‘종북좌파 척결’, ‘간첩 소탕’ 등의
철 지난 구호가 하나님의 명령인 듯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더 소름이 끼치는 건, ‘문재인은 간첩이다’,‘청와대에 간첩이 드글드글하다’등의 주장을 펼치며 일상적인 간첩 조작질해 온 극우 개신교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극우 개신교인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들에 들어가 보면, ‘종북좌파 척결’, ‘간첩 소탕’ 등의 철 지난 구호가 하나님의 명령인 듯 올라온다. 이승만, 박정희를 신격화하다시피 하며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까지도 칭송해 마다하지 않는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여적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핏대를 올리고 있고, ‘청와대가 북한에 노출되어 있다’, ‘간첩이 드글드글하다’는 글들을 수시로 올리며 서로가 서로를 세뇌시키고 결의를 다진다.

개신교인들이 많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 돌고 있는 메시지들 ⓒ카카오톡 캡쳐


이런 가짜뉴스와 조작질이 빤스류의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만 자행되는 게 아니다. 무속과 신천지 개입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처럼 권력자들의 친구요, 멘토로 추앙받는 인물들의 뇌 구조가 그러하다.

사실 미국의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김장환 목사가 박정희의 신임을 얻게 된 것도 박정희 정권의 간첩 조작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였다. 김 이사장은 1975년 1월 미국 CBS TV토론회에서 박정희 정권 당시 대표적인 간첩조작 사건인 ‘인혁당 사건’을 폭로하면서 추방된 감리교 선교사 조지 E. 오글 목사와 맞붙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순수한 복음 전파를 하는 일은 전혀 탄압받지 않는다. 종교인 가운데 구속된 사람 들은 정치적인 활동 때문에 구속된 것이다”

이런 김장환 이사장을 박정희가 얼마나 고마워했을까. 그는 권력자들의 친구가 되었고, 꽃길을 걸었다. 누군가에게서는 ‘기독교 대통령’이란 칭호를 얻을 만큼 말이다. 교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자는 ‘교회를 무너뜨리는 사탄’으로 낙인찍고 끊임없이 매카시즘이 작동하는 썩은 개신교의 구시대적이고 악날한 맹신과 맹종을 요구하는 문화가 국가 전반에서 시도될까 우려스러워진다. 더 갑갑한 건, 이런 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윤석열 당선인이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빨갱이를 때려잡자”는 구호가 여전히 난무하고
이 철 지난 구호가 먹히는 교회들의 가짜뉴스


시대의 퇴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무속도 신천지의 정치개입 논란도 무마하기 위해 색깔론을 더욱 강력하게 작동시킨 이번 대선이었다는 점은 한국 사회가 이제 다시 공안정국으로 들어섰음을 예견하게 만든다. “빨갱이를 때려잡자”는 구호가 여전히 난무하고 또 이 철 지난 구호가 먹히는 교회들의 가짜뉴스를 막지 못한 비통함이 몰려온다.

우리는 이런 과정에서 동지라 믿었던 이들의 배신을 운명처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평화나무에겐 6.1지방선거를 앞두고 CBS를 통해 송출하려던 공명선거 캠페인이 거부된 것도 그런 아픔이다.

‘설교강단에서 선거법을 잘 지켜 존경받는 한국교회가 되자’는 내용이 담긴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의 캠페인 광고가 지난달 27일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심의를 통과하고도 극동방송의 거절을 맛본 데 이어 CBS로부터도 송출 거절을 통보받은 것이다.

이유는 결국 불편해하는 교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결국 CBS도 자본에 길들여지는 셈이다. CBS의 수익구조를 따져 보면 절대 부인 못할 사실이다. 그게 아니라면 설교 편성도 돈을 받고 내어주는 마당에 공명선거 잘 지키자는 캠페인을 송출할 수 없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테니 말이다.

‘설교강단에서 선거법을 잘 지켜
존경받는 한국교회가 되자’는
광고조차 거부한 CBS


과거 군부독재 정권의 군홧발에도 굴하지 않았던 CBS였다. 그 자존심이 CBS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존심과 자존감을 넘어 엘리트 의식으로까지 굳어져 있었건만, 개신교 이권 카르텔의 눈치를 보는 CBS가 안타깝다. 야만의 시대를 견디는 힘은 견고한 동지애로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믿는 내게는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CBS 조직원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미안함을 표시해 온 이들도 있다. “부끄럽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부의 기류는 이런 일에도 누구 하나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건 김진오 CBS 사장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토론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해 보수개신교 맞춤형 발언을 한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혐오마저 신앙과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지만, 빨갱이는 여전히 쳐 죽일 존재로 인식돼 조작이 반복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건, 믿었던 누군가의 변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자기 신앙의 믿음을 시험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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