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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

문재인 대통령이 9일로 5년의 임기를 마친다. 문 대통령은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고 인수위 기간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담당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가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고 '적폐청산'의 임무를 담당했다. 전임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이명박씨를 단죄했고 사법부를 포함한 정부 곳곳에 뿌리박은 낡은 시대의 잔재를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 대결로 점철됐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여러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임기 내내 평화국면을 유지한 것도 잘한 일이다.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소득주도 성장 노선 아래 소득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민과 관의 협력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뚜렷한 성과로 기억될 것이다. 임기말까지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국민은 2017년 대선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었다. 지속적인 개혁과 전환을 통해 진보적 발전의 길을 이어가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좋은 정치적 여건 위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임기 초부터 힘을 실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미국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금강산 관광, 개성 공단처럼 쉽게 원상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일들도 실행되지 못했다. 미국이 '허락'하는 평화는 결국 임기말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움 철회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소득불평등이 소폭이나마 개선된 반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폭등은 사회양극화를 부채질했다. 중산층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가로막혔다고 불만을 표출했고, 기득권층은 늘어나는 세금에 반발했다. 서민의 박탈감은 다시 지적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낮추지도, 올리지도 않겠다는 모호한 목표 아래 이른바 '핀셋 규제'만 반복했는데 그 결과는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에너지 전환이나 탈원전, 성평등과 같은 전환적 과제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도 적극적인 실천이 이어지지 못해 구두선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문재인 정부 기간에 정치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막상 여당이 국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2020년 이후엔 개헌을 시도하지 않았다. 여당이 선거법을 개혁해 놓고도 이를 무력화한 '위성정당' 사태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정치지형 자체는 촛불혁명 당시와 이렇다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화를 가로막는 정치제도가 바뀌지 않은 탓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가 모두 문 대통령이나 국정에 참여한 인사들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방향이 옳고 의지가 있었다고 해서 무슨 일이든 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중요한 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정치역량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치적 현상유지'에 그친 문 대통령의 5년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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