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러리스트와 거대자본,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국내 초연 금융스릴러

연극열전 시즌9 두 번째 작품, 국내 초연 금융 스릴러 연극 ‘보이지 않는 손’

연극열전 두 번째 작품 연극 '보이지 않는 손' 출연 배우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하고 있다. 연극열전은 무대예술의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신작 4편을 연달아 선보이는 공연이다. ⓒ뉴시스

국내 초연되고 있는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의 극작가 ‘에이야드 악타(Ayad Akhtar)’는 이슬람계 미국인 변호사의 몰락을 그린 연극 ‘Disgraced’로 2013년 퓰리처상 희곡상을 수상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인 ‘보이지 않는 손’에서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 브라이트’가 자신의 몸값 1천만 달러를 벌어가는 과정을 그린 ‘금융 스릴러’다.

먼저 금융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극 ‘마우스피스’, ‘햄릿’, ‘썬샤인의 전사들’ 등 매 작품마다 색깔 있는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부새롬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전작들에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파고들어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그녀가 선택한 국내 초연작 ‘보이지 않는 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금융스릴러를 연극 무대에

연극인지 경제 유튜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경제 관련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화의 절반이 옵션거래로 돈을 버는 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풋옵션, 통화바스켓, 브레턴 우즈 체제, 비유동성 자산 등등. 경제에 대한 요즘 관심도를 생각하면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용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용어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연극을 보면서 더 세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 연극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가르치기 위한 것도, 투자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도 아니어서다.

금융 스릴러는 낯설지 않다. 영화에서 익히 보아 온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극은 좀 다르다. 우선 경제 용어가 이렇게 넘쳐나는 작품이 흔치 않다. 영화의 두세 곱절은 되는 관람료를 내고 보러 와야 하는 관객 입장에선 낯선 장르이다. 그렇다면 이 연극은 너무 위험한 선택을 한 걸까?

무대는 감옥이자 생존을 위한 싸움판

연극은 투자의 ‘ㅌ’자도 모르는 필자도 상황을 이해하고 긴장 속에 심장이 쫄깃해짐을 느낄 정도로 친절하다. 상상해 보자. 납치되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스톡옵션의 의미를 풀어가며 이야기하고 투자를 가르치고 배운다. 그런데 보는 사람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불안불안하다? 이 작품은 이질적인 두 상황을 장면 변화 없는 연극 무대에 보란 듯이 올려놓았다. 파키스탄이란 낯선 땅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일을 한 투자 전문가가 살기 위해 돈을 버는 이 상황이 현재 우리의 삶과 닮아있음을 바로 알아차리게 한다. 점점 극 속으로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연극열전 두 번째 작품 연극 '보이지 않는 손' 출연 배우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하고 있다. 연극열전은 무대예술의 현장성과 삶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신작 4편을 연달아 선보이는 공연이다. ⓒ뉴시스

무대는 갇힌 공간이면서 열린 공간이다. 납치당해 갇힌 것은 닉이지만 모든 등장인물은 이 감옥 속에 있다. 돈을 벌어 살아나가려는 닉과, 닉을 이용해 목적을 이루려는 바시르와 이맘, 그리고 다르까지. 모두 생존의 링 위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 같다. 서로 손을 잡았다가 다시 돌아서서 총을 겨누는 그런 사이 말이다. 그래서인지 무대는 감옥이자 생존을 위한 싸움판을 연상시킨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무대 위 이야기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의 무대는 파키스탄 무장단체의 은신처다. 이곳에는 상사 대신 납치당한 지지리도 운 나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이 억류되어 있다. 무장단체는 닉의 목숨값을 흥정하는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닉의 목숨을 위협한다. 닉은 자신의 몸값을 직접 벌어야 석장된다는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이제 닉이 미래를 담보로 시세 차익을 노린 옵션 거래를 통해 벌어야 하는 몸값은 1천만 달러다. 무장단체 조직원 바시르는 혁명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닉을 도우며 자본주의 시스템을 배우게 된다. 닉에게 몸값을 벌어야 석방될 수 있다는 명령을 내린 이맘 살림은 파키스탄 무장단체의 지도자다. 그는 돈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돈과 욕망 사이에서 변해가는 것은 바시르도, 닉을 감시해야 하는 다르 역시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손은 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고 그것을 쥐고 싶은 탐욕일 수도 있고 그것을 쥔 사람일 수도 있다. 무대 위 모든 이야기는 어느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되고 이끌려 간다. 닉은 결국 석방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폭탄이 쏟아지고 피범벅이 된 거리다. 그것을 바라보는 닉의 뒷모습은 바로 우리의 뒷모습이 된다.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 브라이트’역에는 배우 김주헌과 성태준이 열연을 펼친다. ‘닉’을 돕다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눈 뜨게 되는 무장단체원 ‘바시르’ 역에는 배우 김동원과 장인섭이 더블 캐스팅되어 변화하는 인물을 그려낸다. 무장단체의 지도자 ‘이맘 살림’역에는 배우 김용준과 이종무가 더블 캐스팅되었다. ‘닉’을 감시하는 무장단체의 어린 조직원 ‘다르’ 역은 배우 류원준과 황규찬이 맡았다. 연극 ‘보이지 않는 손’은 4월 26일부터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연극열전 시즌 9 연극 연극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

공연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공연날짜 : 2022년 4월 26일(화) ~ 6월 30일(목)
공연시간 : 화, 수, 금 20시 / 목 16시, 20시 / 주말 및 공휴일 15시, 18시 30분
러닝타임 : 105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원작 : 에이야드 악타(Ayad Akhtar)
번 역 : 박영록
윤 색 : 부새롬
연 출 : 부새롬
드라마투르그 : 문일수
제작진 : 조연출 한유주/무대디자인 김종석, 신나래/조명디자인 노명준/영상디자인 정병목/의상디자인 김은영/소품디자인 노주연/분장디자인 현새롬/무대감독 강현호
출연진 : 김주헌, 성태준, 김동원, 장인섭, 김용준, 이종무, 류원준, 황규찬
예매처 : 인터파크 티켓, 연극열전
문의 : 02-766-6007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