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집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다큐 '봉명주공'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작품을 연출한 김기성 감독이 다큐를 찍게 된 배경과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김기성 감독은 1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봉명동 주공아파트는 흔히 알고 있던 아파트 건물들과는 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의 흔적들이 궁금하고, 특히 그곳에 있던 나무들이 어떻게 옮겨지고 잘리게 될지 궁금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다큐 '봉명주공'은 청주시 봉명동에 있는 독특한 형태의 저층 아파트 '봉명주공'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을 담아내며 집의 의미를 생태학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김 감독은 "봉명동이라는 곳이 주변에 공장이나 시설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산업단지 지역이 형성되고, 이에 노동자들이 많이 주거하던 환경이어서 봉명주공에는 서민분들, 막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살기 시작한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거시적인 이슈보다 동네가 갖고 있는 정서나 분위기, 풍경이 주는 감정을 담고 싶었다"며 "사계절이 변하면서 식물들이 변화되는 과정들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다큐 '봉명주공'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성 감독 ⓒ㈜시네마 달
김 감독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조경디자이너 홍덕은, 사진작가 지은숙·지명환을 섭외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감독은 "'봉명주공'을 촬영하면서 식물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자 연락을 취하다가 '아파트 단지에 이렇게 조경이 잘 되어 있는 곳은 처음 본다'는 홍덕은 디자이너의 말을 듣고 식물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들을 논의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봉명주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행위와 (감독이) 영상으로 기록하는 행위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들어와도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두 사진작가를 섭외하게 된 계기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과거에는 집을 짓고 사는 것을 '뿌리내리고 산다'고 말하며 '집'이라는 개념을 식물의 뿌리에 비유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의미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과거에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았던 삶의 흔적들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