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정치와 유승민의 퇴장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때, 상대가 안 받기 어려운 인물이라 평가됐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니 흠결이 있더라도 임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봤다. 좋게 보면 협치카드고, 전략으로 보면 교란술로 여겨졌다. 김앤장 출신이야 여야, 전 정부 현 정부 모두 포진돼 있기도 하니.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깜놀’ 지명을 보며, 한덕수는 버리는 카드인가 싶었다. 상대 입장에서는 최악의 빌런을 가장 목좋은 자리에 임명해, 한번 싸우자는 의중이 읽혔다. 대통령과 호형호제 한다는, 대중에 공인된지 수년째인 ‘오른팔’에 권력이 집중될 것은 너무 당연했다. 이는 검찰 수사권 법안 합의 번복으로 금세 확인됐다. 원내대표가 대통령 당선인 사전보고를 거쳐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한, 의장과 여야의 합의가 번복됐다. 검사들의 반발이야 상수였고, 번복의 도화선은 한동훈 후보자의 ‘NO’라는 게 중평이다. 한 후보자가 당 대표에게 전화를 해 설명인지 질타인지 했다고 하고, 권성동은 당선인에게 불려왔다. 그리고 107명 국회의원들은 ‘우리는 바보’ 인증을 하며, 합의가 부당하다고 외쳤다. 누구 하나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소통령’ 소리가 안 나올 수 없었다. 윤핵관은 서산에 지는 노을 같았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로고(자료사진) 2020.07.30. ⓒ뉴시스

이어진 대통령실 인사는 법무, 공직기강 비서관을 통해(그리고 인사, 총무비서관도 더해) 이 정부의 골간(骨幹)이 검찰임을 널리 알렸다. 특히 공직기강비서관 인사가 던지는 시그널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간단명료했다. 어제는 잊고 우리에게 충성하라!

권성동 파동이라 할 합의 번복으로 국회는 방금 대선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게 전쟁터가 됐다. 포연은 지금도 자욱하다. 한덕수의 운명과 별개로 한동훈 장관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용산과 여의도를 넘나드는 여야의 전쟁은 장기전이 된다. 한덕수 지명 때와는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과 거대야당의 직접 충돌에서 국민의힘은 ‘여의도출장소’를 면키 어렵다. 문제는 소수여당이라는 점이다. 출장소의 임무는 대통령 오더를 관철하는 것, 즉 법을 통과시키거나 막는 것인데 의석이 턱없이 모자란 국민의힘이 할 일은 많지 않다. 보통 소수여당은 협치와 여론을 거론하며 다수야당과 거래해야 한다. 6을 내주고 4를 받아와도 괜찮은 거래고, 4를 내주고 6을 얻으면 대성공이다. 지난번 여야 합의가 그랬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결정권이 없다면, 그래서 ‘한동훈 브레이크’로 의논이 없던 일이 된다면, 당이고 국회의원이고 할 일은 없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떠오른다. 다수당을 출장소 취급해 이른바 ‘시행령 입법’까지 폭주했다. 결국 생각이 조금이라도 합리적이거나 성품이 상대적으로 온화한 이들이 못 견뎠다. 후배들 교육할 때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읽으라고 몇 번 했다. 내용도 보수정당 정책으로 검토할 만한 것이고, 정치사적으로 의미도 있어서다. 유승민이 돌고돌아 윤석열의 측근에게 ‘여론에서 이기고 조직에서 진’ 경선으로 강제퇴장 당하는 것을 보며, 정치가 걱정된다.

여전한 방역위기, 기후위기, 물가상승, 원자재난과 글로벌공급망 위기, 양극화 심화, 지방소멸, 성평등, 저출생, 러시아 침공과 국제질서 재편, 미중 갈등, 남북 대치... 정치가 사라지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법을 찾을까. 어차피 거대양당이 자리를 바꿔가며 늦추고 물타고 떼우는 기성정치, 아예 폭망하는 게 나을까. 그런데 그 뒤에 기다리는 것이 검찰정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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