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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배영경의 방식으로 세상을 밝히는 노래들

포크 싱어송라이터 배영경의 음반 [푸른 너]

포크 싱어송라이터 배영경의 음반 '푸른 너' ⓒ푸른꿈과별 래이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몇 가지 고정관념이 있다. 그 중 예술가의 작품과 삶이 일치한다는 생각이 있다. 예술은 인간의 모순과 사회의 문제를 기록하고 증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작품이 고통스러우면 그 예술가의 삶이 힘겨웠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은 예술가의 삶이 작품으로 반영되었다고 평가하곤 한다.

물론 작품과 삶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예외가 없는 삶은 없다. 그것이 삶의 신비로움이다. 인간의 놀라움이다. 시궁창 같은 삶에서도 연꽃 같은 작품을 피워 올리는 예술가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모든 작품이 인간의 모순과 사회의 문제를 기록하고 증언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자주 웃어야 하고, 때로 삶도 세상도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싱어송라이터 배영경의 새 음반 [푸른 너]를 들으며 실제 배영경의 삶이 어떤지 궁금해 하거나, 왜 오늘의 절망을 노래하지 않는지 물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배영경의 [푸른 너]는 우리가 지향하는 태도와 목표로서의 삶이 알알이 맺혀 값진 음반이다.

배영경 (bae young gyoung) - 사랑해 (i love you (feat. 경선))

이 음반에서 원망이나 구김살을 찾기는 어렵다. 어떤 소리도 귀를 찌르지 않는다. 수록곡의 데시벨은 높아지지 않고, 심장 맥박보다 비트가 빨라지지 않는다. 포크 록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 음반의 수록곡들에서 고단한 삶을 거르고 정제한 싱어송라이터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맑고 순수한 삶을 향한 묵묵한 지향을 흡수할 수 있다.

세상과 자신에게 쌓인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배영경은 “함께 걸으면 행복한 사람 / 마음이 열리면 사랑할 순간들”(‘푸른 너’)만 불러낸다. 이것은 허위가 아니고, 가식이 아니다. 그는 “더 솔직하게 날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 더 거침없이 난 너에게 노래하고 싶어”(‘솔직하게’)라고 노래하는 뮤지션이다. “그렇게 삶의 너머 우리 곁에 / 품고 지내왔던 모든 것들 / 사라져 버린 데도 사랑해”라는 노랫말에는 숱한 후회와 아쉬움의 시간을 통과하고 쌓은 현명함이 있다. “어느 날 그대가 내 곁을 떠나도 / 그 바람 불던 날 그대의 품으로 기억하리”(‘언젠가 나에게 사랑이 온다면’)라는 노랫말에는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용이 반짝인다.

그래서 이 음반을 듣는 40여 분 간 일상의 고단함과 고달픔을 잊게 된다. 지치고 녹슨 마음을 내려놓고 느슨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은 도피하는 시간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다 기억나는 걸 / 나는 어느 것도 잊고 싶지 않았었나 봐 / 시간이 흘러도 빛이 바랜 기억 순간까지도 말야”(‘그땐 우린 모두 다 사랑을 했었네’(Feat. 이규호 (Kyo))라고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우리의 메마른 선의와 그리움을 보충하게 된다. “한 잔의 밤이 쌓여 만 가고 /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되고 / 기억을 나눈 그 추억들은 / 우리를 안아 춤추게 하고”(‘우리’)라는 노랫말처럼 성장할 수 있어, 조금 더 편안해진다.

이 음반을 위해 배영경은 강아솔, 경선, 이규호, 임주연의 목소리를 더하고, 그보다 많은 연주자들이 함께 곡을 완성했다. 고백처럼 자연스럽고 서정적인 노랫말은 배영경의 목소리를 통해 번번이 매끄러운 노래가 된다. 배영경의 음악적 깊이는 자신이 쓴 노랫말을 노래로 탈바꿈 시키는 송라이팅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배영경의 음반 '푸른 너' ⓒ푸른꿈과별 레이블

노랫말과 멜로디의 결합 뿐 아니라, 곡을 끌고 가는 연주의 드라마를 통해서도 배영경의 진면목은 드러난다. 첫 곡 ‘푸른 너’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곡의 사운드가 베이스 기타와 피아노, 드럼의 연주로 출렁일 때 느껴지는 충만함은 이 음반을 들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기에 족하다. 잘 만든 모던 록 밴드의 옛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곡 ‘솔직하게’에서 느껴지는 멜랑콜리는 음반을 듣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사랑해’는 편안하고 다정하다. 음반의 중간에 자리 잡은 ‘오후의 꿈’은 나일론 기타와 피아노만으로 편안함과 다정함을 극대화한다.

‘언젠가 나에게 사랑이 온다면’은 친근하고 강력한 테마의 힘이 돋보인다. 이 곡을 타이틀 곡으로 했다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강아솔과 함께 부른 ‘작은방’은 다시 나일론 기타만으로 “오늘을 살아야겠네”라는 노랫말의 진정성을 부각시키면서 음반을 관통하는 배영경의 주제의식을 압축한다. 슬로우 템포의 ‘그땐 우린 모두 다 사랑을 했었네“는 자연스럽고, ’우리‘는 아련하며 ’그 길 위에 다시 새벽‘는 투명하다.

이렇게 한 사람의 뮤지션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있다.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음반만큼 5월의 하늘이 푸르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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