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성철 칼럼] 개막된 ‘용산 시대’, 지금 용산에서 조명돼야 할 것은

이주 대책 없이 강제 철거한 용산역 텐트촌, 계속 미뤄지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서울 용산역과 드래곤시티 호텔을 잇는 공중보행교 아래엔 20여명이 거주하는 홈리스 텐트촌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공간이다. 텐트촌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공간은 과거 철도를 정비하던 곳이었는데 유휴지가 됐다고 한다. 그러다 2000년대 초중반쯤부터 민간복지단체에서 무료급식 등을 진행했는데 그 이후 현재의 텐트촌이 형성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용산구는 기존의 공중보행교를 철거하고 새 공중보행교를 설치하는 사업 계획을 허가했다. 이어 12월 10일 용산구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설 공중보행교 착공식을 진행했다. 신설 공중보행교는 텐트촌 일부를 가로지르게 설계돼 있었고, 5월 완공을 목표로 했다.  

이는 용산구청이 도시 계획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텐트촌 주민들은 공사가 본격 시작된 3월말까지 관련해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홈리스행동에서 텐트촌 주민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회의를 거쳐 용산구청에 세부 계획을 확인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시공업체에서 텐트촌 게시판에 연락처를 남기고 갔다. 이때도 누구의 어떤 텐트가 공사 구간에 포함되는지, 무슨 협의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 다음엔 협의 아닌 ‘통보’와 ‘회유’만 계속됐다. 시공업체는 공사구간 내 주민들에게 텐트를 새로 사 줄테니 공사구간 밖에 다시 텐트를 치라고 통보했다. 주민들에겐 주거지이자 삶의 공간을 옮기는 중차대한 문제인데 이렇게 대응했다. 게다가 텐트촌은 이미 공간이 협소해 다시 칠 공간도 마땅치 않은데 말이다. 결국 텐트촌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구청 면담을 진행하며 이주 대책 협의에 나섰다. 

서울 용산역과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간 공중보행교 공사 구간에서 철거된 텐트. 2022,05.04 ⓒ홈리스행동

 
5만 원에 쫓겨날 수 있는 삶

그러던 중 5월 4일, 텐트가 강제철거됐다. 용산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것이 강제철거가 아니라고 했다. 시행업체가 주민들의 동의를 받았고 다른 공간에 텐트를 친 후 짐을 함께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철거에 동의한 주민은 없었다. 다른 공간에 친 텐트는 현재 텐트가 언제 철거될지 몰라, 두려움에 임시방편으로 쳐둔 것이었다. 포크레인을 동원한 강제 철거가 시작되자, 주민들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짐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전날 시행업체 관계자가 현장에 와 ‘국밥 사 드시라’며 건넨 5만원이 철거의 빌미가 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5만원을 받았던 것이 철거에 대한 동의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하며, 돈은 돌려줬다고 밝혔다. 텐트 두 동, 두 사람의 역사의 일부가 그렇게 강제철거되었다.

현재 텐트촌 주민들은 용산구에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게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훈령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하는 경우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되는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용산구청은 텐트촌 주민들의 실 거주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에 신청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서울시에서 텐트촌 내 텐트 별 위치와 주민 이름 등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서울시가 위탁해 운영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매주 텐트촌을 방문해 왔다. 공공기관이 확인할 수 있는 범주의 정보다. 

그래서 용산구청이 취하는 입장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기 위해 폭력을 가할 때는 절차고 뭐고 없이 밀어붙이더니, 주거가 불안정해진 이들의 주거권 보장 과정에선 절차를 앞세운다. 책임 회피 행정의 폭거로밖에 볼 수 없다. 

11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열린 동자동 쪽방촌 선이주 선순환 공공주택지구 지정 촉구 주민 결의대회 모습, 2022.05.11 ⓒ빈곤사회연대

속절 없이 미뤄지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용산에는 국내 최대 규모 쪽방촌인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동자동은 2021년 2월 5일 정부에서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해, 민간이 아닌 공공 주도로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쪽방주민들은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개발 지역 내에 마련된 이주단지에서 지내다 개발이 완료되면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사업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이하, 지구지정)이 작년 중에 완료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15개월째 소식이 없다. 개발 이익을 얻으려는 토지 및 건물주들의 반대, 이를 부추기고 또 이에 편승한 정치권, 그들의 눈치만 보는 정부 관료들 때문이다.

공공주택사업 지구 지정이 미뤄지는 사이 쪽방의 낡고 위험한 주거 환경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 더불어 주민들의 불안과 피로가 날로 쌓여 가고 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계획이 발표된 뒤, 그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던 건물주들이 동네에 나타났다.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과 빨간 깃발이 설치됐다. 건물주들은 쪽방 주민들을 적대시하기도 하고 회유하려 하기도 했다. 흉흉해지는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동네를 떠난 주민도 있다고 한다.

국토부는 쪽방 주민들의 안정적인 거주를 목표로 토지 및 건물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제는 신뢰조차 불가능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을 포함한 홈리스 주거정책 개선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단체 메시지로 추정해도 무방한 내용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 주한미군용산기지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2022.05.11.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시대’를 선언하며 개발 관련 규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용산은 이윤 욕망을 자극하는 개발 이슈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국민들이 경험하는 주거불평등의 원인이 그 이윤 욕망을 부추겨 누군가의 주거와 생존을 박탈해 온 개발·부동산정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소한 현재의 불평등을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용산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아니 최소한 기억하고 조명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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