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경은 추경대로, 재정당국의 문제는 문제대로 다뤄야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600만∼1천만원 상당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하는 5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인 이번 추경은 2020년 3차 추경의 35조원보다 24조원이나 더 많은 역대 최대규모다. 코로나19의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당시 약속했던 일이니 곧바로 심사를 거쳐 최대한 빨리 실행해야 한다.

다만 재원마련과 관련한 재정당국의 행태에 대해서는 엄밀히 들여다봐야 마땅하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53조원 규모의 추가세수를 반영해 세입을 경정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세수 전망치가 기존 343조4천억원에서 396조6천억원으로 늘어나고, 총수입은 608조3천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작년에도 기재부는 세차례나 세수 전망을 수정했는데, 그 결과 본예산 편성에 비해 무려 61조원이 늘어났다. 이 정도면 단순한 경기변동에 따른 오류라고 보기 어렵다.

새정부 출범 전후로 재정당국의 태도가 바뀐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지난 4월만 해도 '재원이 없다'면서 대규모 추경에 반대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세금이 너무 많이 걷힐 것이 예상된다면서 입장을 바꿨다. 이제 5월이고 정부가 쥐고 있는 세수 실적치는 3월까지다. 연간 세수 진도율이 20%를 겨우 넘은 상황에서 '앞으로 더 걷힐 것'이라면서 전망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50조원이 넘는 초과세수가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입장도 180도 바뀌었다. 추 부총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올해 1월엔 세금이 더 걷히면 빚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추경을 편성하는 건 "매표행위"라고 극단적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그래놓고 기재부를 앞세워 '적자국채는 없다'면서 추경을 추진한 건 볼썽사납다.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어야 국민이 신뢰를 보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추경의 필요성이 약해지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지금 예상하는 세수가 '펑크'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기침체 가능성은 도리어 추경의 정당성을 보여준다. 오르고 있는 물가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이 물가를 올린다는 주장은 경험적으로 근거가 약하다. 추경은 추경대로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재정당국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악의 경우 세수 예측이 틀려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면 이는 지금 빚을 내는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반대로 소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곳간 문을 여는 것이라면 공무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국가의 재정운용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신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이번에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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