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한 달, 일터 잃은 4천 건설노동자 ‘분노’

“하루아침에 아무런 죄없이 일터 밖으로 내몰린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하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경지부는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후 현대건설 본사 앞까지 행진했다. ⓒ민중의소리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중단된 지 한 달가량이 된 가운데 건설노동자들이 사태 해결과 고용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경지부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노동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천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천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공사는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달 15일 0시 전면 중단됐다. 이미 절반 이상 진행된 대단지의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지면 별도 총회를 열어 계약 해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의 중재 방안을 지켜본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일단 유보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사 중단 이전에 강동구청과 함께 약 10차례 걸쳐 양측 간 중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공사 중단 이후에도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이곳에 입주하게 될 조합만 받는 게 아니다. 그동안 새 아파트를 직접 쌓아올리던 약 4천 명의 건설노동자들도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전무한 상태다.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뉴시스

노조는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공사 중단을 감행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음에도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해당 갈등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현장 건설노동자들이 생종권 위기에 내몰린 현실의 해결을 서울시와 시공사에 촉구하기 위해 이번 결의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김창년 서경지부장은 “멀쩡하게 일하고 있던 4천 명의 건설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현재까지 대책은커녕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서울시에 면담을 요구했고, 시공사에도 면담을 요구했는데, 단 한 곳에서도 우리의 면담 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저들은 단 1원도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단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일자리를 통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우리의 일자리를 함부로 유린한 것에 대한 철저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철호 서경지부 동남지대장도 “현장에서 쫓겨나간 노동자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는데도, 시공사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노동자의 생계대책 마련과 무책임한 공사 중지 철회를 요청했으나 기업들은 모든 책임을 재건축조합에 떠넘기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신들에겐 하찮은 일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가족의생존이 걸려있는 절박한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우리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경지부는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후 현대건설 본사 앞까지 행진했다. ⓒ민중의소리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모든 건설노동자의 고용대책과 임금보전이다. 또 서울시와 시공사의 책임있는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노조는 서울시를 향해 “‘신손통합기획’이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니 정권교체와 맞물려 장밋빛 재건축, 재개발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공정률 50%에 달하는거대 현장의 공사 중단 사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염불이 아니란 보장이 있느냐”고 따졌다.

노조는 시공사를 향해서도 “이 거대한 사업 현장에서 당신들의 주장만을 관철하는 것으로 타 현장 수주와 공사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과연 이대로 폐문조거 하여 당신들의 무책임함을 과시하는 것으로 충분한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현대건설을 향해선 “지난해 신규 수주액이 30조원이 넘었고 영업이익도 37.3% 증가했음에도 재건축조합원들의 꿈도,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도 외면한 채 그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현장을 걸어 잠궜는데, 앞으로 수주할 현장에선 이런 사태가 없다는 보장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더 이상의 무능함함을 자랑하지 말고 총력을 다해 사태를 하고, 시공사는 더 이상의 무책임을 과시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현장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우리는 현장에 내팽개쳐진 채 녹슬어가는 자재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오직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바라며 온몸을 바쳐 누군가의 꿈을 지어온 정직한 노동자들이다”라며 “하루아침에 아무런 죄없이 일터 밖으로 내몰린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밖으로 밀려난 중장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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