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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무투표 당선만 494명, 일당 지배가 만든 최악의 선거

투표 자료사진 ⓒ뉴시스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후보자 등록결과, 무투표 당선자가 49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선출인원의 12%에 달한다.

정말 깜짝 놀랄 수치이다. 4년전 지방선거보다 5배가 넘는 무투표당선자가 나왔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 6명, 지역구 광역의원 106명, 지역구 기초의원 282명, 기초비례의원 99명 등이 무투표 당선됐다.

일당 지배의 민낯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수십 년째 ‘일당 지배’를 하고 있으니까, 아예 경쟁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곳들이 많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 힘’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대구에서는 29명 시의원 중에 20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시의원의 68% 이상이 무투표 당선된 것이다. 선거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경북에서도 도의원 55명 가운데 17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지방의회 자료사진 ⓒ뉴시스

정치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비례대표는 오히려 임명직으로 전락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의 경우 대구에서 6명, 경북에서 15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호남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당만 ‘민주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라북도 도의원의 경우에는 지역구에서 36명을 뽑는데, 그 가운데 22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선출해야 하는 도의원 숫자의 61%가 무투표당선된 것이다. 모두가 민주당 소속이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지역구에서 20명의 시의원을 뽑는데 그 가운데 11명이 무투표 당선됐고, 전라남도 도의원의 경우에도 지역구 55명 가운데 26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져

영호남만 이런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졌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기초의원 선거구 10곳에서 20명이 무투표당선됐다. 2인선거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명씩만 공천을 하고, 다른 후보들은 아예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기초의원을 1자리씩 ‘나눠먹기’를 한 것이다.

서울, 경기에도 2인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1명씩만 공천해서 나눠먹기를 한 곳들이 여럿 있다.

선거를 하는데, 이렇게 무투표당선자가 대거 나오는 것이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일인가? 그것도 다양성이 중요하고 생활정치의 공간이라고 하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말이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및 지방선거구제개편 심사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를 촉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2022.03.22. ⓒ뉴시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지방의원이 되는 것이니, 지방의원이 선출직이 아니라 거대정당 내지 공천권자가 임명하는 임명직이나 다름없게 된 현실이다. 이렇게 무투표당선이 속출하는 것은 결국 일당지배 또는 양당 나눠먹기를 가능하게 하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큰 틀의 제도개혁이 어렵다면, 최소한 기초지방의회에서 2인선거구 만이라도 없애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 힘이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시ㆍ도의회의 조례를 통해서 2인선거구를 없앨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막판에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만든 그나마의 4인선거구조차 2인선거구로 더 쪼개는 행태를 보였다.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한 거대 양당의 책임

이번 사태는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야말로 혁명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권자인 시민들로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금은 열악한 상황하에서도 출마한 소수정당의 지방의원 후보, 무소속 지방의원 후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거대 양당이 짜 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소수정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8 ⓒ뉴스1

그리고 지방선거 이후에는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부터 광역지방의회, 기초지방의회까지 일관된 개혁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제안되어 있다. 독일이 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아니면 아예 ‘지역구’ 개념을 없애고 정당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되, 유권자들이 정당도 고르고 후보자도 고르는 개방명부 방식의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이다.

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덴마크, 스웨덴 등이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면 2023년 상반기까지는 가시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선거다운 선거를 치르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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