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금 바로 진보] 2022년의 구의역 김군은 어떻게 살고 있나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김군이 세상을 떠난지 6년이 흘렀다.

김군이 사고를 당했던 나이 만 19살, 김군의 죽음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하는 노동현장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고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안전한 일터가 된 걸까? 2022년의 김군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구의역 김군과 같은 나이의 특성화고노동조합 조합원 김윤재님(가명)을 만났다. 윤재님은 비행기 정비 업체에서 3개월의 현장실습 기간을 끝내고 직원으로 다시 4개월째 근무하고 있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의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후 희생자인 김군의  추모 장소에 시민들이 가져온 음식과 국화들이 놓여 있다. ⓒ양지웅 기자

“비행기 엔진소리 한 번 들어보실래요?”

볼륨 조절을 했는데도 귀청 떨어질 것처럼 큰 소리. 윤재님이 비행기 엔진소리를 핸드폰에 녹음해 온 것이었다. 엔진소리를 들려주는 그의 표정은 설레어 보였다. 어렸을 적부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고 아름다웠다’는 윤재님은 비행기를 사랑하는 비행기 ‘덕후’다. 그래서 일이 관두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그래도 이 직업을 좋아한다. 이른바 ‘덕업일치’를 실현하고 있다.

“비행기를 정말 좋아하기도 했는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가기보다 빨리 취직해서 부모님 도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특성화고를 선택했어요. 지금도 월 100만원씩 어머니께 생활비로 드리고 있어요”

“근무 스케줄표가 1-2시간 전에도 바뀌어요. 미치겠어요”
“공돌이를 갈아 넣는다는 말이 있어요. 제작기간, 돈이 부족하면 ‘사람을 갈아넣어서 어떻게든 해낸다’는 뜻이에요”


“시간표가 갑자기 바뀔 때가 자주 있어요. 내일까지 비행기가 나가야 하는데 정비작업이 남았다고 하면 휴일이었는데 갑자기 1~2시간 전에 출근해야한다고 연락이 와요. 어떻게든 시간 맞추려고 사람을 갈아넣는 거죠. 최근에 부사관 지원하려고 서류제출을 준비했는데 휴일이 갑자기 근무날로 바뀌어서 지원도 못했어요”

비행기가 날씨 등의 문제로 갑자기 회항, 결항하는 경우 갑작스럽게 비행기 정비 업무가 많아진다. 비행기 일정에 맞춰야 하는 점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불안정한 스케줄표. 다음주 나의 근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거나, 갑자기 출근해야하고, 갑자기 쉬는 날이 정해진다. 그래서 자신의 일정과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고 늘 대기상태에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장실습기간에는 휴일도 보장해줬고 퇴근시간도 보장해줬다. 정규직으로 바뀌자 주6일 근무, 주7일 근무가 생기고 오버타임근무가 시작되었다. 심할 때에는 다음날 출근시간까지 밤새 일하기도 한다.

“지금 많이 좋아진 거에요. 1년 전만 해도 정말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노예였대요”

예전엔 30분 전에도 스케줄표가 불규칙하게 바뀌고, 일을 죽도록 시키면서도 추가근무수당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괜히 노예라는 표현이 나온 게 아니다.

오버타임근무, 불규칙한 스케줄표, 위험수당 포함 월 180만원

“임금 올라서 너무 기뻐요. 스무살에 월 200받고 일하기 쉽지 않아요!”
“월 250만원 정도는 줬으면 좋겠어요. 세전이라도 좋으니까”

오버타임 근무를 하고도 위험수당 포함해서 겨우 월 180만원을 받던 윤재님은 최근 임금이 올랐다며 기뻐했다.(월 160만원 받은 적도 있었다) 전문직이고 기술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업무다. 하지만 그의 임금은 최저임금. 특정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아르바이트처럼 최저임금으로 계산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실력 좋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말도 안 되는 저임금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

“저 오늘 오른손 날아갈 뻔 했어요”

하루는 비행기 날개를 정비하기 위해 날개의 판넬을 열어서 오른손을 집어넣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위이이이잉’ 비행기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한 생각에 바로 오른손을 뺐고, 빼자마자 판넬이 닫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오른손 압착사고였다. 원인은 상사가 발전기를 돌릴 때 복명복창을 하지 않고, 작업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위험이 늘 가까이 있었다. 윤재님은 현장실습기간 3개월 중 2번이나 그라인더(회전 숫돌로 공작물의 면을 깎는 기계)에 손가락과 다리의 오금 부분이 갈려나가서 병원을 다녀와야 했었다.

“이쪽 일 하다보면 가벼운 산재라는 게 없어요. 다 크게 다쳐요. 안전교육 때 보는 영상들은 거의 머리가 아예 날아가거나 몸이 산산조각 나는 영상들이에요.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가벼운 거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민주한국공항지부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노동자 사망에 대한 집회를 열고, 중대재해 처벌 및 부족인력 충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처음으로 유서를 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장실습 기간이 끝나고 정규직이 되자마자 큰 사고가 있었다. 같이 일하던 특성화고 졸업생이 작업대가 엎어지면서 그 밑에 깔렸다. 머리가 찢어지고 다리가 탈골되어 3개월이 넘도록 아직 입원하고 있다. 직접 목격한 친구 2명은 충격으로 며칠 회사를 쉬어야만 했다. 윤재님도 그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일하면 딱 죽겠다 싶더라. 씻다가 쌍코피가 났다.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피를 철철 흘리던 동료를 보니, 산재위험이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재님이 근무하는 비행기 정비업체는 항공분야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국에서 취업을 오는 곳이다. 작년 말, 40여명으로 시작했던 현장실습 동기들은 많이 관두고 지금은 20명도 안 남았다. 현장직 중에서는 고위직을 제외한 대부분이 특성화고 졸업생들이다. 너무 힘들고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관두는 사람도 많고 새로 채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 회사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취업 보내던 어떤 학교가 작업대 사고로 학생들을 취업 보낼 회사를 다시 물색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국공항. 4월 말 38세 노동자가 바퀴와 차체에 머리가 끼어 사망했던 그곳이다. 비행기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안전한 일터다.

안전한 일터는 무엇일까? 비용이 더 들더라도 사고 나지 않을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라인더 장비 중에 사람 손이 닿으면 그 즉시 날이 쏙 들어가서 손가락은 전혀 다치지 않게 하는 장비가 있다. 그걸로 장비를 교체하면 현장실습생이 그라인더를 잘못 사용해 살점 떨어져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1~2시간 전에 근무표가 바뀌지 않고 무리한 오버타임 근무를 하지 않도록, 장비 가지러 창고 갈 시간이 부족해서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노동자를 충분히 고용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었다. 110대 국정과제에서 기업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개정이 필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조차도 무력화 시켜달라는 기업에게 자율적으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라니, 윤석열 정부 임기동안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또 목숨을 잃어야 하나.

구의역 김군이 세상을 떠난지 6년이 흐른 지금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졸업생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더이상 제2의 구의역 김군이 나오지 않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사업장과 노동자에게 전면적용 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필자주

혹시 지금 내 일터가 위험하다고 느껴지거나,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에 제보해주세요. 우리가 목소리 내고 싸우는 것이 특성화고 학생, 졸업생들의 죽음을 막고 안전한 일터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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