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법에 못 박은 비현실적인 인력 제한이야말로 독소조항”

윤석열 정부가 ‘독소조항’ 지목한 ‘사건 이첩 요청권’ 논란에 “공수처장 권한 내려놓을 수 있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6. ⓒ뉴시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를 규정한 독소조항이라며 ‘폐지’를 공약한 공수처법 24조와 관련해 “우리는 요건에 맞게 두 건을 정당하게 행사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출범한 지 1년여 지난 가운데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건 이첩 요청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검찰·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경우 공수처가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출범 후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적은 단 두 번밖에 없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이첩하라고 경찰에 요청한 건이다. 감사원이 공수처에는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의뢰하고, 동시에 경찰에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던 건이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딱 중복이었다. 동시에 수사를 시작했다”며 “피의자 인권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아서 한 기관이 몰아서 수사하는 게 맞았다. 저희 판단에선 직권남용 부분이 훨씬 중한 범죄였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을 요청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걸 두고 경찰이 수사한 공을 공수처가 가로챘다고 말하면 상당히 섭섭하다. 그게 아니다”라며 “24조 1항 요건에 맞게 정당하게, 합리적으로 (이첩 요청권을) 잘 행사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한 건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사건 이첩을 요청한 사례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김 처장은 “검찰에서 수사를 많이 진행한 상태고, 공정성 논란이 없다며 (사건 이첩을) 거부했다. 그리곤 거의 1년 가까이 됐다”며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안 줬으면 수사를 더 진행하거나 처분을 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제가 아는 한 그런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김 처장은 “그렇다고 해서 24조 1항이 제가 아니라 후임 처장이 와서 자의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지 않나”라며 객관적인 통제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결국은 공수처장이 권한을 내려놓고 스스로 견제받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권 처장은 ‘기소배심제’ 도입 등으로 기소권을 내려놓는 방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처장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인력(제한)이 독소조항”이라며 “이걸 풀어주면 공수처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공수처 수사력을 두고 논란이 된 것에 대한 해명이다.

김 처장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수처가 지금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공수처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이나 공수처법상 맹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기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공수처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000명이 넘지만 검사 총원이 처·차장 빼고 23명에 불과해 검사 인원 수로는 검찰의 지청 중에서도 작은 지청 수준으로 최근 3월에 개청한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더구나 수사를 지휘할 부장검사 2명은 여전히 공석 상태이고 수사관 8명도 선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공수처는 사건의 접수와 처리는 물론이고 예산·회계, 국회·언론 관련, 인사나 법제, 행정심판, 감찰 등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의 모든 업무를 공수처법상 정원제한 때문에 극히 적은 인원으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하면서 처리하고 있다”며 “공수처는 검사 총 25명, 수사관 총 40명, 일반직원 총 20명으로 정원이 너무 적게 법에 못이 박혀있는 관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향후 ‘공수유지’ 역량 강화를 위해선 반드시 인력충원이 있어야 한다고 김 처장은 강조했다. 

김 처장은 최소한 ‘세자릿수’ 수사인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설계 당초에는 처·장을 제외하고 검사 50명, 수사관 70명, 총 120명 규모였다. 이걸 ‘슈퍼공수처’라고 (비판)하자, 처·장 포함해서 25명으로 줄인 거다. 그랬더니 ‘종이호랑이’라고 보도되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적정 검사수는 몇 명이냐’는 질문에 “제 생각에는 세자리 숫자(가 필요하고),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원안(120명)으로 돼야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은 검찰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검사 정원이 2,300명으로 23명밖에 없는 공수처의 100배”라며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라고 하면서검찰의 100분의 1 규모면 실효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독립청사로 있지 못 하고 정부과천청사 안에 자리를 잡게 된 데에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당초 공수처법이 시행되는 2020년 7월 15일에 맞추느라 독립청사도 없는 유일한 수사기관이 됐고, 과천청사 5동의 2개층에 급히 입주하는 바람에 수사 보안 등의 문제도 심각합니다”며 “공수처는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인데, 행정부처가 모여있는 과천청사에 있다는 건 상당히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조사’ 논란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며 김 처장은 유감을 표했다. 피의자 등이 소환조사에 응할 때, 청사로 들어오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외부에 공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관용차량을 이용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공수처가 하루빨리 여기서 나와서 독립청사로, 보안이 되는 곳으로 가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 수사권 조정권 분리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김 처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이라고 하던데, 처음에 입법 발의됐을 때와 최종 본회의 통과 법안을 비교하면 여러 가지가 변했다”며 “마지막 법안을 보면,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찰의 직접수사권 단계적 축소와 수사·기소 분리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 거 같다”고 꼬집었다. 다만 “수사기관장이 입법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드리는 건 적합하지 않다”며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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