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귀천의 일과 법] 노동위 차별시정 제도, 고용 성차별에 효과내길

“여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달리하여 모집‧공고하였고, 이에 따라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 자리에는 여성이, 정규직 자리에는 남성이 채용되었다. …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신규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 4명이 모두 남성이고, 계약직 아나운서 15명과 프리랜서 아나운서 5명 등 비정규직에는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여성 아나운서를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이 아닌, 쉽게 고용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직, 프리랜서로 채용한 것은, 아나운서라는 직종에서 나타나는 여성노동의 성격이 지속성과 전문성 축적보다는 우선 소비하기 좋은 젊은 여성의 필요성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채용 성차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남자는 늙어도 중후한 맛이 있는데 여자는 늘 예뻐야 되기때문에...’라는 관계인 ○○○의 발언은 단순히 특정 개인의 부적절한 발언이 아니라 방송국 내의 성차별 관행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 4. 28. 19진정0493800‧19진정0939000(병합) 결정 중 발췌).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유명 방송사가 오랫동안 정규직 아나운서는 남성만, 프리랜서 및 계약직 아나운서는 여성만 채용한 관행을 성차별로 인정했다. 이렇듯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고용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성차별은 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차별받는 문제로 논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성이건 남성이건 특정 성이 성별을 이유로 다른 성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성차별에 해당된다. 드물기는 하지만 남성에 대한 고용 성차별이 문제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사례 중에는 남성 간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간호사 채용광고를 보고 전화로 문의하자 담당자가 “업무특성상 여성만을 채용할 것이므로 남성의 이력서는 접수받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이 성차별행위라고 인정한 경우가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08. 1. 28. 결정 07진차654 결정).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MBC본사 앞 광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공채를 통해 경력직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남자만 정규직으로 채용한 대전MBC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성차별로 판단했다”며 MBC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2020.6.18 ⓒ민중의소리

남녀고용평등법 35년, 고용도 임금도 차별 여전

올해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5년이 되는 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했을 그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나 성평등에 대한 의식수준도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다. 우리는 이제 경제적으로 소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과연 고용상 성평등 수준도 선진국 수준일까?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2021년에 58.6%로 이는 역대 최고수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인 58.9%에 못 미친다. 또한 매년 보도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남녀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이다. 30~40대 여성의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 그 주된 이유는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 때문이라는 점은 여러 조사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30~40대에 경력이 단절되다 보니 여성 관리자나 임원 비율 역시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와 통계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고용 성평등 수준은 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2015년 독일에서는 2천명 이상을 고용하는 민간 주식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최소한 30%가 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여성 임원 30%를 채우지 못하면 당해 임원 자리는 공석으로 비워 놓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민간기업에 대해 상당한 규제를 하는 법이기에 논란도 많았는데, 당시 하이코 마쓰(Heiko Maas) 독일 법무부장관은 “지금처럼 교육을 잘 받은 여성들이 많았던 시대는 과거에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여성을 찾지 못하여 임원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은 발생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교육을 잘 받은 여성들이 많았던 시대가 과거에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여성인재들이 노동시장에서 좌절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제도, 고용 성평등에 기여할까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상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간 성차별 피해를 당한 노동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소송은 비용과 시간의 부담이 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에 성차별 구제의 신속성, 유연성, 성차별 시정의 법적 강제력 확보 등을 고려하여 노동위원회를 통한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이에 지난해 5월 18일 노동위원회의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남녀고용평등법 및 노동위원회법 개정이 이루어져 이달 19일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개정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상 모집·채용, 임금, 복리후생,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의 남녀차별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성차별을 한 경우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의무 규정이나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규정에 위반한 경우에도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일종의 준사법적 기관으로서 우리나라 노동분쟁 해결 기구로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이미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 등의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차별시정 업무를 담당해 왔으므로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구제절차를 담당하게 되면 비정규직 차별시정 업무 처리의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고용상 성차별 사안과 비정규직 차별 사안의 차이점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형태와 성이 복합적으로 차별사유가 된 사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성차별 시정에서도 문제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성차별 시정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무원과 공익위원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기에 제도의 실제 운영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처음 시작되는 제도에 대해서는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제도든 처음부터 완전무결할 수는 없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부족한 점을 계속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용에서의 성평등은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실현해 가야 하는 가치이다. 여성고용률이나 여성 임원비율, 성별임금격차 등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들도 여전히 고용상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 마련과 입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집요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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