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이 한순간에 휴지조각...테라·루나 사태 전말은?

‘1달러=1테라’ 유지했던 알고리즘의 치명적 약점

테라·루나 ⓒ홈페이지 캡쳐

한국산 가상통화로 촉망받던 '루나'와 '테라USD(UST)'가 폭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오후 3시 기준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루나(LUNA)는 0.310원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와 1대 1로 페깅(고정)돼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는 0.177달러를 보였다.

지난 4월 19일 테라USD가 시가총액 175억6천만달러(약 22조5천억원)를 기록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중 규모 3위로 올라선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같은 달 루나도 역대 최고가인 119달러(약 15만원)을 찍으며 암호화폐 가운데 시총 10위권안에 들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최근 일주일 동안 테라USD와 루나의 시가총액이 450억달러(57조7800억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의 시가 총액이 약 44조원으로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일주일만에 대기업 하나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폭락한 테라USD(위)와 루나(아래) ⓒ코인마켓캡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1coin=1달러'를 유지할까

우선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된 암호화폐로 볼 수 있다. '1테라USD(UST)=1달러'로 고정해 운영되는 것이다.

기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화폐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금으로 직접 암호화폐나 NFT(대체불가토큰) 구입하는 것보다 이미 암호화폐 상태인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면 빠르며 편하고, 거래시 수수료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를 유지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법정화폐 담보' 형식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만큼 실물 법정화폐인 달러를 보유해 담보를 마련하는 식이다. 즉,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보다 많거나 적은 양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중 시총 1위에 있는 '테더(USDT)'가 대표적인 '법정화폐 담보' 형식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도 있다. 대표적으로 '다이(DAI)'는 암호화폐 중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을 담보로 한다. '다이'는 사실상 담보대출처럼 운영된다. 다이를 가지기 위해선 약 150%의 이더리움을 맡겨야 한다. 예를 들어 10달러의 가치를 가진 10다이를 받기 위해선 15달러만큼의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겨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정한 시스템을 통해 '1코인=1달러'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테라USD'가 대표적이다.

1테라USD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매 암호화폐인 '루나'다. 루나는 테라USD와 달리 기존 암호화폐처럼 변동성이 큰 채굴 암호화폐다. 테라USD와 루나를 특정한 규칙의 알고리즘을 통해 발행·소각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테라USD로 교환되는 루나 ⓒ홈페이지 캡쳐

테라USD와 루나가 작동하는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1테라USD는 1달러 가치를 가진 루나와 스왑(교환)이 가능하다'는 규칙을 기억해야 한다. 테라USD의 가격은 시장에 의해 조금씩 변동될 수 있으나 이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이 규칙 하에서 테라USD의 가격 변동이 나타날 경우 시세차를 노린 거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1테라USD가 1달러보다 가치가 높을 경우다. 1테라USD=1.1달러가 됐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에도 1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가지는 루나로 교환가능하다. 100달러만큼의 루나를 사서 100테라USD로 교환한 뒤 이를 시장 가격인 110달러에 팔면 10달러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때 테라의 알고리즘은 테라USD를 주고 받은 루나의 일부를 소각한다. 테라의 공급량을 늘리고 반대로 루나의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다. 공급이 늘어난 테라는 가격이 낮아지고 1달러에 수렴된다.

반대로 1테라USD가 1달러보다 가치가 낮을 경우다. 1테라USD=0.9달러가 됐다면, 90달러로 100테라USD를 살 수 있다. 이를 100달러 가치의 루나로 교환해서 되팔면 10달러의 이득이 남는다. 이때 테라의 알고리즘은 루나를 주고 받은 테라를 소각해 공급량을 줄인다. 공급량이 줄어든 테라의 가격은 올라가고 '1테라USD=1달러'에 맞춰진다.

이미 경고받았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위험

간단한 수요·공급 법칙을 이용한 알고리즘이다. 이대로 작동된다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 구조 속에는 커다란 약점이 숨어있다. 이용자들의 신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만일 어떤 계기로 인해 테라USD가 1달러 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불신이 퍼져 테라USD의 매도 성향이 강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테라USD가 1달러보다 가치가 낮으면 루나로 바꾸려는 거래가 많아진다. 이에 유통량이 많아진 루나는 가격이 내려간다. 그럼에도 테라USD 매도가 멈추지 않으면 1달러 가치에 맞춰지지 않는다. 이에 루나는 계속 발행되고 가격 또한 하락한다. 테라USD의 가치를 담보하는 루나의 가격 하락은 테라USD의 매도세를 더 자극할 것이고, 1달러와는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테라-루나의 알고리즘은 테라USD가 1달러의 가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이용자들의 신뢰와 테라USD의 안정화를 이용자들이 우선 원할 것이라는 발행사의 신뢰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 라이언 클레멘츠(Ryan Clements) 캘거리대학교 법학 교수는 지난해 자신의 논문에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의 코인생태계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바탕이 된다. 그러나 신뢰와 투자자의 수요가 증발하면, 그들은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르게 실패할 것"이라고 테라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한차례 실패한 사례가 있어 위험성이 경고돼 왔다. 지난 2021년 '아이언 파이낸스(Iron Finance)'가 발행한 암호화폐 '타이탄(TITAN)'의 가치가 기존 60달러(약7만6천원)에서 0.000000035달러로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탄은 스테이블코인 '아이언코인(Iron)'의 가치를 담보하는 채굴 암호화폐였다. 구체적인 방식은 약간 상이하지만 두개의 서로 다른 코인을 이용해 공급·수요를 조절한다는 기본 원리는 테라와 비슷했다.

'아이언코인'와 '타이탄'이 폭락하게 된 계기는 오히려 호재에서 시작됐다. 1달러 안팎에 머물던 타이탄의 가격이 유명 투자자의 매집 소식에 6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를 과매수로 판단한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타이탄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타이탄의 가격은 다시 급락, 1달러 밑으로 내려가자 매도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것이다. 계기 하나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건이다.

이번 태라·루나 사태도 갑자기 나타난 대량 매도가 계기가 됐다. 지난 7일 익명의 고래 투자자가 8,500만테라USD를 매도해 또다른 스테이블코인인 USD코인(USDC)을 8,450만USDC만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1테라USD=1달러가 깨지는 '디페깅'으로 이어졌지만, 곧 1달러 가격을 되찾았다.

그러나 9일 또다시 테라USD는 0.985달러로 하락하면서 디페깅이 일어났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안정화를 위해 15억달러(약 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미국 증시 추락, 가상자산 시장마저 하락하는 악재가 겹치자 디페깅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이는 이용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뱅크런'으로 이어진 것이다. 11일 테라USD는 0.4달러, 루나는 92% 하락한 2.5달러까지 급락했고, 12일에는 루나의 시세가 99.99%까지 떨어져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었다.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20% 이자 보장하던 테라, 결국 폰지사기였나

전문가들은 테라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유인책이었던 '앵커프로토콜'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앵커프로토콜은 테라 생태계에서 작용되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로, 암호화폐로 이뤄지는 금융상품이다.

앵커프로토콜은 루나나 이더리움을 담보로 테라USD를 대출해주고, 이를 다시 예치하면 연 20%에 가까운 이자를 주는 구조다. 20%라는 파격적인 이자를 가격 변동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한다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매력적인 투자조건이지만 이는 곧 위험성을 지적받았다. 대출이자보다 더 많은 20%의 이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뒷사람 돈을 받아 앞사람에게 주는 '폰지사기' 형식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투자자는 늘어 테라USD를 스테이블코인 시총 3위까지 올려놨다. 만일 '폰지사기'처럼 위험성이 있더라도 내가 먼저 투자한다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 덕분이다.

이에 대해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는 지난 16일 TBS라디오에서 테라·루나 사태를 "전형적 폰지 사기"라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심리가 루나의 가격을 떠받쳐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4월 앵커프로토콜의 금리를 변동금리로 조정하자는 안건이 투자자들에 의해 부결됐던 것으로 증명된다. 결국 앵커프로토콜의 금리는 5월부터 조정됐으나 ±1.5%p 내에서 움직일 수 있어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하기에는 무리였다.

라이언 클레멘츠 교수도 논문에서 "지속가능성을 시장 행위자들의 이익 추구 행위에 의존하는 개발형 디파이 금융 생태계는 마치 쓰러지기 전의 도미노처럼 보인다"며 테라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테라·루나 사태 지켜본 각국 정부들, 스테이블코인 규제 움직임

테라USD·루나의 사태로 인해 각국 정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활용하는 대출, 예치 상품을 내놓는 등 사실상 은행과 동일한 행위를 하는 만큼 은행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테라USD와 루나로 인한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동향점검에 들어갔다. 또 암호화폐를 법적 울타리 안으로 가져오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법 13개가 발의된 상태며, 금융위원회가 이를 검토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달초 대통령직인수위도 관련법 제정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상원에 출석해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통과시켜 달라"면서 올 연말까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제안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지난달 패트릭 투미(Patrick Toomey) 상원의원이 '스테이블코인TRUST(Transparency of Reserves and Uniform Safe Transactions)법'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이 증권이 아니라고 명시했으며 △발행자에 의해 법정화폐로 전환할 수 있으며 △법정화폐처럼 고정 가치를 가지며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위해선 OCC(미 통화감독국)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럽연합(EU) 의회에서는 지난 3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안(MiCA, Markets in Crypto Assets)'을 통과시켰다. 이후 EU위원회의 추가 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일본도 최근 엔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의 이용자 보호 및 규제 확립을 위해 금융청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를 은행과 송금대행업체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홈페이지 캡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 밝힌 권도형, 성공할 수 있을까

테라의 발행사 테라폼랩스는 다시 테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테라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라 생태계 재생 계획 2'를 발표했다. 그는 " 테라 생태계와 그 공동체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설 기회"라고 테라 생태계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 대표가 밝힌 계획은 테라 블록체인을 복사하는 하드포크(새로운 체인 구축)를 통해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루나 코인을 '루나 클래식'으로 분류하고,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새로운 블록체인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10억개의 새로운 루나 코인을 만들어 기존 테라·루나 보유자에게 나눠주고 다시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대표는 이 같은 구상을 지난 14일에도 밝힌 바 있다. 해당 계획은 아시아 기준 18일 코인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은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폰지사기와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 이자농사(Yield Farming)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헛소리에 대한 실험을 중단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낸스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테라 부활 계획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크는 어떤 새로운 가치도 주지 못하고 기대 섞인 생각일 뿐"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온체인(블록체인)과 오프체인(거래소) 모두에서 특정 시점 이후의 모든 거래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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