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종료 83일’ 택배노조가 다시 부분파업을 하는 이유

3개월째 지켜지지 않는 노사합의... 택배노조 “CJ대한통운이 적극 나서야”


쌓여 있는 택배 상자들 ⓒ뉴시스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섰다. 65일간의 총파업 투쟁 끝에 이끌어 낸 노사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2일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은 파업을 종료하면서 합의문을 작성했다. 표준계약서만 작성하고, 독소조항이 담긴 ‘부속합의서’는 현장 복귀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는 게 합의문의 주요 골자다. 여기에 노조는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계약유지 약속도 받아냈다.

하지만 노사간 합의가 이뤄진 지 3개월가량이 흐른 현재 합의문은 지켜지지 않았다.

택배노조는 지난 23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분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부분파업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 중 물량이 가장 적은 매주 월요일에만 진행된다. 파업 참여 인원은 CJ대한통운 조합원 2,000여명 중 쟁의권이 있는 800명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노사합의 파기 규탄 전국택배노동조합 경고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05.23 ⓒ민중의소리


노사합의 3개월째... 지켜지지 않는 합의문

노조가 이번 부분파업에 나서게 된 이유는 계약 해지 위기에 놓인 조합원들 때문이다.

지난 3월 합의문 작성 당시 CJ대한통운을 대신해 교섭에 나섰던 대리점연합은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계약유지를 약속했다. 이후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대리점들이 쟁의권 없이 파업에 동참했던 조합원 130명에 대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서울 방화대리점, 울산 신범서대리점, 전주 온고을대리점, 춘천 석사대리점 등 전국 10여개 대리점이 합의문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또 이들 대리점 소장들의 거부로 약 240여명의 조합원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 소장들이 파업한 조합원들을 못마땅하게 여겨 계약을 해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경찰의 공권력 투입도 이번 부분파업의 불씨가 됐다. 앞서 이달 11~16일 울산 신범서대리점과 학성대리점에서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조합원 6명이 업무방해 및 퇴거 불응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이들 조합원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에 따른 계약갱신 청구권이나 계약 해지의 제한 조항에 관련해 아직 법적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배송업무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해 조합원들을 연행해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택배노조는 노사 공동합의문이 대리점 소장들의 계약 해지 강행과 표준계약서 거부로 인해 휴지 조각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 더해 경찰의 일방적 공권력 투입과 조합원 연행까지 발생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거리에서 헤매는 조합원들이 발생했고, 택배노조는 불가피하게 파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노사합의에 나섰던 대리점연합이 합의 내용을 개별 대리점에 강제할 권한도 없다는 점이다. 실제 택배파업 종료 이후 대리점연합이 개별 대리점에 합의문 내용에 대한 협의요청을 진행했지만, 일부 대리점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점연합 측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 회장은 “합의 당시 대리점을 통해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계약 연장을)협의요청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대리점들에 요청을 했다”면서 “근데 저희가 합의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대리점은 개별 사업자인 만큼 고유권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그래서 합의 당시에도 협의요청을 해준다고 한 것이었지, 명확하게 약속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상황에 택배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간 합의가 파기되고 있는 만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CJ대한통운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대리점연합이 개별 대리점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노사간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CJ대한통운이 나서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조합원에 대한 계약 해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노사간 합의가 지켜질 때까지 투쟁 강도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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