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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압승보다 더 무서운 낮은 투표율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대통령 선거 이후 불과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열린 지방선거이니 만큼 여당의 압승은 놀랄 것이 없다. 대선에서의 승부가 0.73%포인트 차이였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대통령제 하에서 여권의 독주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건 낮은 투표율이다.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을 50.9%로 잠정 집계했다. 유권자 두 명 중의 한 명이 투표를 포기했다. 우리 국민의 정치 참여 의지는 결코 낮지 않다. 지난 대선의 77.1%와 비교하면 2/3 토막이 났다.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뒤 열린 4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서도 9.3%포인트 낮다. 특정 정당의 독주가 예상되어 투표를 포기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낮은 투표율을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낮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이 정치로부터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새정부 출범에 환호할 만한 유권자들도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도 막상 야당을 지지하는 데 주저했다는 의미다. 광주와 대구의 낮은 투표율은 충격적이다. 심지어 격전지로 분류된 경기도의 투표율도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았다.

거대 여야의 행태를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새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기대감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두 명의 장관 후보자 낙마와 한동훈 법무부로 쏠리는 권력, 낡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대외정책은 국민을 투표장으로 이끌지 못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정서에 휩싸여 도리어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선거 시기엔 당내 분란으로 이렇다할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2년 가까이 큰 선거가 없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보여주지만 막상 중앙 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작다. 국회에서 다수당을 점한 민주당이나 행정부 권력을 장악한 국민의힘이나 기존의 문법대로 정치를 계속할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이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고 믿고 독주하거나,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동원해 버틴다면 지금의 국면은 계속될 수 있고, 국민의 회의와 불신은 더 심해질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길 거부하는 건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된다. 여야를 포함해 모든 사회세력에 오늘의 낮은 투표율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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