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한낮 최고 온도가 30도를 넘었습니다. 이제 도로에서 종종 아스팔트 아지랑이가 관찰됩니다. 우리 몸이 찌는 듯한 더위를 견뎌야 할 시점이 된 것입니다.
여름이 오면 나타나는 몸의 생리적인 증상 중 하나가 더위를 느끼면서 땀이 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수분 배출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입이 마르며 갈증도 느껴집니다. 이럴 때 우리는 이온 음료를 많이 찾습니다. 실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에는 이온음료 매출이 봄에 비해 약 30퍼센트 가량 상승한다고 합니다.
현대엔 이온음료를 마시지만, 과거엔 어떤 마실 것들이 이 역할을 했을까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오미자차 입니다. 전통찻집에 가면 쌍화차와 함께 꼭 메뉴에 있는 것이 바로 오미자차이기도 합니다. 오미자의 특성과 맛 덕분에 마시는 이를 더 시원하게 해주고, 빛깔 또한 고와서 마시는 즐거움도 있는 음료입니다.
오미자차(자료사진) ⓒ뉴시스
오늘은 이를 만드는 한약재 '오미자'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오미자(五味子)는 이름의 의미를 풀어보면 ‘다섯가지 맛 열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을 한의학에서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이렇게 다섯 가지로 이야기합니다. 먹으면 이 다섯 가지 맛을 한 번에 다 느낄 수 있는 열매라 해서 그렇게 이름 붙은 것입니다.
오미자의 맛 중에 우리가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맛은 신맛입니다. 신맛을 내는 구연산 등은 땀 분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오미자차를 먹으면 땀을 덜 흘리게 되고, 더위를 덜 느끼게 됩니다. 갈증도 일정 부분 해소되고요.
보통 여성 분들이 임신을 하면 신 음식을 잘 찾는다고 하죠. 신맛은 입맛을 돋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입덧으로 인해 떨어진 식욕을 끌어올리기 위한 뇌의 작용입니다. 비슷하게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를 먹어 입맛이 떨어졌을 때에도 신맛이 도움이 됩니다. 그럴 때 오미자차를 마시면 침 분비가 촉진돼 입맛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오미자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따뜻합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으신 분들은 여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아랫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기 쉽습니다. 커피는 성질이 찬데, 심지어 그걸 차갑게 드셨기 때문에 나타나게 되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오미자는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시원하게 마셔도 탈 날 가능성이 적습니다. 여름에 더워서 찬물, 아이스 아메라카노, 아이스크림 등을 먹었는데 배탈이 나시는 분들은 위장이 찬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께 대신해 시원한 오미자차를 드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오미자와 냉 오미자차(자료사진). ⓒ뉴시스
오미자는 한약재로 쓰일 때 2~6g의 양이 한 첩에 들어갑니다. '한 첩'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1회 복용량을 의미합니다. 차로 마실 때도 이 용량을 넘으면 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미자차를 집에서 끓여드실 계획이라면, 물 1L 에 오미자는 10~20g을 섞어서 물의 양이 절반이 될 때까지 끓여 드시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드실 때는 기호에 맞게 꿀이나 설탕 등을 섞어 드셔도 좋습니다. 다만, 오미자의 신맛이 손상될 정도로 달게 드시면 효과가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본초학에서는 오미자의 효능을 염폐자신(斂肺滋腎), 생진렴한(生津斂汗), 삽정지사(澁精止瀉) 및 영심안신(寧心安神) 이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그 중 생진렴한(체내에 유익한 수분을 만들어내고 땀을 거두어들임)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이외 폐의 기능을 올리고 신장 활동을 돕는 것, 정력에 도움을 줘 유정증이나 만성 설사를 낫게 하는 것,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능도 있다고 첨언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