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원격근무, 회사가 당신을 감시하는 방법

웹캠·보스웨어 통한 근로관리 늘어나는데...노동자 보호장치는 없어

재택근무(자료사진) ⓒ뉴시스

거리두기가 완화된 '엔데믹'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유지하는 가운데 근태관리도 원격으로 이루어지면서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는 7월부터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원격근무를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거리두기 완화에도 원격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태관리가 과도하게 적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지난달 29일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한 직후 불만이 속출했다. 새로운 근무제에 맞춘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그라운드 룰'이 문제였다. 소통이 가능한 상태라면 음성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에 항상 접속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이 같은 카카오의 '그라운드 룰'을 두고 "서로를 감시하는 구조인 판옵티콘 근무제도"라는 비판도 올라왔다. ‘스피커를 못 켜면 골전도 이어폰을 준다는데, 그럼 하루에 8시간 동안 이어폰을 끼고 있으라는 건가’

판옵티콘은 중심에 감시탑을 두고 수형시설을 외곽에 둘러 배치하는 감옥의 형태로, 피감시자들은 항상 감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감시구조에 의해 자기검열을 하는 상태를 빗대어 쓰이기도 한다.

이에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직접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음성 소통 여부를 테스트한 뒤 조직별로 투표해 결정하겠다"고 '그라운드룰'을 변경했다.

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는 8일 사내 공지를 통해 음성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도록 한 그라운드룰의 내용을 의무 사항에서 권장 사항으로 변경했다. 1주일에 1회 대면 근무를 하도록 했던 사항도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카카오

이같이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과도한 근태관리로 인한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IT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원격근무 시 화상회의 앱인 줌을 근무시간 동안 풀타임으로 켜놓고 업무를 하도록 했다가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재택근무 직원들에게 동의 없이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했다며 노동조합에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근태관리가 사생활 침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원격 감시 소프트웨어인 '보스웨어'를 찾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최근 개발된 원격 감시 소프트웨어들은 웹캠을 통해 실시간으로 컴퓨터 앞에 있는 노동자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직원들이 쓰는 컴퓨터의 화면을 캡처해 관리자에 전송하는 기능 등을 통해 근태관리를 지원한다.

지난 6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60%에 달하는 고용주가 키 입력 감시, 스크린샷 촬영, 웹캠·마이크 활성화, 인터넷 사용 기록 추적 등을 위해 보스웨어를 사용하고, 이를 인사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버클리 노동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보스웨어를 이용한 근태관리에 대해 "직장에서 기본적인 자율성과 존엄성을 없애기 때문에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화상회의(자료사진) ⓒpixabay

원격근무 늘어나는데 원격 감시 보호 수단은 없어

물론 사측 입장에서 원격근무에 대한 근태관리는 필요하다. 또한 보안 등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을'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사생활 침해 위험에서 지켜줄 법안은 미비한 상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관리자를 지정하고 수집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목적 외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 관계의 특성상 노동자 개인이 사측의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하기는 어려워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되긴 어렵다.

현재 노동관계 법령상 노동감시와 관련된 규정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20조)에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를 노사 협의 사항이라고 규정한 것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월 감시설비의 정의를 소프트웨어까지 확장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사측과 관계에서 '을'인 노동자가 감시장비 설치에 동의하는 데 있어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9월 노동자를 감시할 목적의 전자감시 설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애초에 노사 간 협의가 된다면 문제 없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니까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감시 설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하지만, 정당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는 등 법적 보안이 필요하다"면서 "현재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지만,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감시 도구의 도입 절차나 원칙 등을 법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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