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금 바로 진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아직 할 일이 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내일'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임종을 앞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지 못한 채 눈을 감지 못하겠다고 분노했다. 이에 주인공 최준웅은 "제가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소리칠 거예요. 그러니까 힘드셨던 삶 이제 더는 꽉 붙잡고 계시지 않으셔도 돼요." "할머니께서 짊어지신 짐. 앞으로 살아갈 저희가 대신 짊어질게요"라고 답했다. 기억을 하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정신을 이어갈 것이냐가 이후 사회를 만든다.

일본군성노예제를 기억하는 현재의 방식은 어떠할까?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정부가 조직적으로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의 여성을 대상으로 전시성폭력을 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 대다수가 공유하는 이 진실은 지난 30년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 김학순이 1991년 최초로 공개증언을 했고, 그 용기에 힘입어 이후 많은 피해생존자들도 자신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였음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성노예제의 진상을 알리고 수요시위를 열면서 일본군성노예제의 진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MBC 드라마 ‘내일’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정문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영옥(오른쪽) ⓒ드라마 캡처

지금이야 일본군성노예제가 교과서에도 나오고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지만, 초반만 해도 진실을 알리기는 쉽지 않았다. 1990년대 시대상,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다. 피해생존자들에게는 자신의 피해를 말하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다. 용기를 내 사실을 말해도 "어디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국가적 망신" 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그런 인식을 바꿔낸 것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함께하는 시민운동의 끝없는 싸움이었다. 전시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를 고발하고 전세계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피해자들의 문제를 나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문제로 치환했다. 시대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군성노예제에 관심을 갖고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후보들도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세우는 등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본군성노예제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우익은 혐한 시위를 하고 증언이 가짜라는 등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일본 극우정당 일본제일당에서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의 행사를 개최했다. 평화의 소녀상과 유사한 풍선 인형을 설치해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대학 강단에서도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교수들이 "일본군'위안부'는 없다", "끌려간 게 아니라 매춘을 한 것이다" 등의 발언을 일삼고 있다. 이에 더해 수요시위 현장에서도 "일본군'위안부'는 가짜다." "강제동원의 증거를 가져오면 2천만원을 주겠다" 등의 망언을 내뱉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고 있으면 피가 차갑게 식는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다가 또 어쩔 때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이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다 울었으면 할 일을 해야 한다.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주저앉는 게 아니라 분노를 원동력으로 한발 나아가야한다. 역사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제주 4.3도, 5.18 광주민중항쟁도 처음에는 폭도의 소동이라고 왜곡되었다. 그럼에도 그 현장을 목격한 역사의 산 증인들은 앞으로 나아가 그날의 진실을 밝혔다. 남은 자들은 희생된 이들의 몫을 짊어지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싸워왔다.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수많은 진실이 왜곡되어 가려져왔다. 누군가는 침묵을 강요하며 진실을 잊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살기 위해 투쟁하며 일궈온 역사를 우리는 잊을 순 없다. 우리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목숨 값을 빚졌다.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온 사회를 묵인하거나 변화시키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다. 우리는 그 시대에 대한 부채를 변화를 위해 투쟁해온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으로 갚아가고 있다. 제주 4.3도, 광주 민중항쟁도, 그리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도, 진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후손들의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며 싸워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받아내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면 결국 이것은 승리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한다. 기억의 부재를 역사의 부채로 인식하고 계속해서 올바른 진실이 기억되고, 진실을 만들기 위한 많은 민중을 비롯한 사람들의 정신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올바른 기억이 올바른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모여 마침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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