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덩어리” 용산공원 열린 날, 환경단체는 방독면·방진복 입었다

녹색연합 “‘보여주기식 관람 쇼’ 위해 국민 건강권 걷어차고 불법 저질러, 오염정화부터 하라”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개방 중단' 녹색연합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앞에서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6.10 ⓒ뉴스1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이 시범개방된 10일, 환경단체가 방독면과 방진복을 갖춰 입고 공원 출입구인 'Gate 14' 앞에 섰다. 맹독성 물질과 발암물질, 중금속이 가득한 용산공원 부지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다. 용산공원 부지의 토양오염은 최근 공개된 정부 보고서로도 확인된 바 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시민회의)는 이날 신용산역 인근 용산공원 출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정화 없는 용산공원의 시범개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에 시범개방된 구역은 지난 2월과 5월에 반환받은 용산 주한미군기지 중 일부로, 미군 장군숙소에서 대통령 집무실 남측, 국립중앙박물관 북측까지 이르는 구역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열흘 동안 시범개방 한 뒤 추가 정화 조처를 거쳐 오는 9월 임시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녹색연합과 시민회의는 "우리 정부 주관의 유해성 조사 보고서는 이곳이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이 들어설 수 없을 만큼 오염이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숙소 부지는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를 의미하는 TPH 수치가 공원 조성이 가능한 수치에서 29배를 초과했고, 지하수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과 페놀류가 각각 기준치의 3.4배와 2.8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드트럭과 간이의자 등 편의시설이 설치된 스포츠필드 구역도 TPH가 기준치의 36배를 초과했고, 최악의 독성물질로 불리는 다이옥신도 검출됐다. 정부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안내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푸릇푸릇한 색으로 용산공원을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오염투성인 부지인 것이다.

용산공원 시범 개방 첫날인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방문자 등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용산공원은 이날부터 열흘간 시범 개방된다. 2022.6.10 ⓒ뉴스1

이들은 "이런 곳을 시범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오늘 행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분명히 현행법상 공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을 시범, 임시 등의 교묘한 말장난으로 정부가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환경정책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오염물질이나 환경오염원의 원천적인 감소를 통한 사전예방적 오염 관리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전예방원칙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는 오염의 실상을 분명히 알고도 보여주기식 관람쇼를 위해 국민 건강권을 걷어차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산 주민이기도 한 김은희 시민회의 대표는 "저희는 용산기지를 온전히 반환받아서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수년동안 운동해 왔다"며 "우리가 소중히 여겼던 온전한 공원, 깨끗하고 안전한 생태 공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완전히 짓밟았다"고 분노를 쏟아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은 '환경오염, 그게 뭔데.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부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응당 미국에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마디 말이 없다. 이렇게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거론도 하지 않고 개방부터 하는 것은 미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치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단 하나의 위험이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이라며 "부디 시범개방을 중단하고, 9월에 상시적으로 개방하겠다면서 임시 개방이라고 이름 붙인 프로그램도 중단하고, 오염 정화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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