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0.75%P 인상됐다. 급격하게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평소 금리 인상 폭(0.25%P)의 3배를 한꺼번에 인상했다. 거대한 후폭풍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 1.50~1.7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0.75%P 인상을 결정한 것은 1994년 이후 28년만의 일이다. 그만큼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이 8%를 기록한 것은 40여년만의 일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강력하게 전념(strongly committed)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한 방법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오늘 관점으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50bp(0.5%p, 1bp=0.01%p) 또는 75bp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 상, 올해 말 금리 수준은 3.4%로 전망됐다. 지난 3월 예상보다 1.5%P 올랐다. 내년 말 전망치는 3.8%였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이날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보다 1.1%포인트 낮은 1.7%로 하향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은 돈을 빌리거나 소비하는 비용을 늘려 수요를 진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경제적인 고통없이 물가를 낮추는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한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수장들, 비상회의…"상당 기간 어려움 지속" 한국 기준금리 인상에는 "시장 상황 봐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 수석 등은 16일 오전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끝나고 배포된 ‘결과문’은 “앞으로 긴축 가속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며 “현 경제 상황이 복합적 위기이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결과문은 물가 안정, 금융·외환시장 급변동 완화,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 등 크게 세가지를 중심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나 외환시장의 경우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 기준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가 같아지고, 향후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참석 직후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 3~4주 정도 남아있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자체는 우리보다 빠르다. 금리 격차 자체보다는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임시 금통위 개최는 “아직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