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금 바로 진보] 장애인과 화물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치’

정부와 정치권은 법치주의 운운 전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그간 노력부터 돌아봐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12.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리가 적절한 생활수준과 임금수준, 소득수준, 노동환경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누군가에게 굉장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에 있어서는 정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지난 6월 12일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이와 같이 답변했다.


답변의 내용이 틀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그 ‘역할’을 정부와 이 대표를 포함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는커녕,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나선 노동자 및 활동가들에게 ‘갈라치기’로 대응하는 현 상황은 극히 잘못됐다. 그 결과, 문제의 본질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은 없고, 시민사회 내의 극심한 혐오와 갈등만 양산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태도가 바로 그 예시이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든 노동자의 불법행위든 간에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계속 천명해왔다” - 윤석열 대통령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하여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 이준석 대표

대통령과 집권여당 당대표의 말은 국가운영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지향점을 나타낸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장애인 시민들의 목소리와 화물노동자들의 근무제도 개선 요구에 대한 답변을 주기보다 이들의 공론 방식에 대해 ‘불법행위 엄정 대응’이라는 답변을 내놓는 이들의 태도가 매우 우려스럽다. 물론 서울시민 전체가 화물연대 총파업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연대하지 않는 현실을 알고 있다. 특히,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인해 회사 출근에 지각하는 등 많은 불편이 신고되기도 하고, 비장애인 시민들과 전장연 활동가들의 충돌도 잦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불편과 시민 간 갈등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시위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그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확실히 해야한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라면, ‘해당 사안들을 지금까지 못 챙겨서 송구하다’고 사과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행동의 적법성을 운운하며 진압과 처벌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대응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기회삼아 시민 간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것은 ‘악질 정치’이며, 특히 이준석식 ‘갈라치기’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심각한 혐오를 조장한다. 실제로 이 대표가 직접 본인 SNS에 공유한 악의적으로 편집된 ‘할머니 임종 영상’의 사례처럼,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전혀 무관한 과거 폭력시위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노조를 공격할 정치적 목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화물연대 및 전장연이 제기하는 문제점과 이를 이해하고 연대해야 하는 시민사회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에서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6.12. ⓒ뉴시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8일간의 총파업 끝에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 추진 등에 대한 합의를 얻어냈지만, 전장연은 아직이다. 지난 5월 동안 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 예산 관련 면담을 요구했지만, 끝내 기획재정부는 만남조차 응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당장 면담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전장연-이준석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는 굉장히 큰 상처를 안았다. 대한민국 사회는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풍토 속에서 시민적 연대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것은 물론, 혐오와 차별로 얼룩지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건강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부터 건강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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