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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민관협치①] 오세훈의 ‘시민단체 죽이기’ 흑색선전 백태

선거 과정에서, 당선 직후에도, 오세훈 “시민단체 자처 단체 혈세 1조원 가져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1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1번출구 인근에서 ‘오썸캠프 출정식’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2022.05.19. ⓒ제공 : 뉴시스

재보궐 선거 이후 2021년 서울시 행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박원순 지우기’였다. 서울시민들의 선택이니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우기’의 표적이 된 대상은 시민사회 그리고 풀뿌리 단체 등이 운영하는 각종 센터였다. 이 센터들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던 사업은 수익을 남기기 어려워 기업에 맡기기 어렵고 공무원이 직접 하기도 어려운 노동, 사회적 약자, 사회적 경제, 공동체 문화 등에 관한 것이었다.

센터를 지우겠다는 말은 곧 ‘시민 참여’, ‘민관 협치’를 표방하던 서울시 정책을 지우겠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민원인 또는 행정서비스 대상으로만 여기던 주민을 행정에 직접 참여토록 하는 시민 참여 문화를 확대하고, 특정 영역에서는 지역 공동체와 협업하는 민관 협치 문화를 확대해 왔는데,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이 흐름이 뒤집히고 있는 것이다.

보통 이 같은 위탁사업을 통째로 뒤엎거나 없앨 경우 적절한 심사 및 공론화 과정 등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오세훈 시장이 취한 방식은 그게 아니었다.

오 시장이 취한 방식은 ‘과장’과 ‘왜곡’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었다.

그는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라며, 마치 시민사회가 서울시민의 혈세를 부정한 방식으로 빼 가는 불법단체로 묘사했다. 또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라며, 시민사회단체가 엄청난 혈세를 훔쳐 간 것처럼 묘사했다.

이는 명백한 과장이자 왜곡이었다. 1조 원 중 대부분은 종교·언론·대학·공공기관 보조비·위탁비였다. 법률상 시민사회단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중앙부처·지자체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은 530억 원에 불과했고, 같은 기준 시민단체 위탁사업 예산도 3200억 원이었다. 이는 모두 관련 조례 및 법령에 따라 선정되어 집행되거나 편성된 것이었다. 그런데 오 시장은 반복적으로 1조 원의 혈세를 시민사회가 부정한 방법으로 빼 갔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며, 선거에도 이용했다.

30여개 대학이 모두 시민단체?
언론사, 교회, 절 등이 시민단체?
SH공사 등 공공기관도 시민단체?
보조금 5백억 → 4천억 뻥튀기
위탁비 3천억 → 6천억 뻥튀기


(단위 : 천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오세훈 시장의 1조원 발언 근거 자료를 봤더니, 도무지 시민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는 언론사, 공공기관, 대학 등이 가득했다. ⓒ서울시 정보공개청구 자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에서 정리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그해 9월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서 그는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또는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지원해 왔다”라며 “그 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시민단체에 편중된 지원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서울시가 시민단체 ATM기로 전락했다”는 수많은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는 심각하게 부풀려진 주장이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1조 원의 근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 시장이 주장한 민간보조비(4304억 원)·민간위탁비(5917억 원)에는 시민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는 기관들 예산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

(단위 : 천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오세훈 시장의 1조원 발언 근거 자료를 봤더니, 도무지 시민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는 기관, 회사, 개인, 협회 등의 이름이 가득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 통해 받은 서울시 자료 원본 갈무리

먼저 ‘4304억 원의 민간보조비’에는 서울권에 있는 30여 개 대학과 18개 교회, 7개 언론사 등이 포함됐다. 또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대한건축사협회, 서울시건축사회, 청계빌딩, 쏘카, 강남데시앙포레입주자대표회의, 모두의주차장 등 도무지 시민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는 기관도 상당수 있었다. 심지어 서울시주택도시공사와 같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보조금까지 여기에 포함시켰다. 예산으로 편성만 됐지, 집행되지 않은 것(979억 원)도 있었다.

시민사회단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 등록된 비영리단체가 10년간 받은 보조금은 534억 원이었다. 이를 이런저런 기관 예산까지 다 갖다 붙여서 8배로 부풀린 것이다.

시민사회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서울시는 오 시장 발언의 근거로 619개 단체가 민간위탁사업으로 10년간 ‘5917억 원’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이 또한 부풀린 수치였다. 619개 단체 중 중복을 제외하면 167개 단체가 위탁사업을 수행했고, 이 중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는 53개였다. 53개 단체가 관련 조례와 적법한 법률에 따라 위탁사업 수행자로 선정돼 편성된 예산은 3298억 원이었다. 민간위탁 예산에도 (재)서울산업진흥원, 조계사, 경북대 산학협력단,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 서울시설관리공단, 연세대, SH공사, 에너지관리공단 등 시민사회단체라고 할 수 없는 공공기관과 대학 등이 껴 있었다. 민간위탁 예산도 다른 예산까지 덧붙여서 2배로 뻥튀기한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은 시민사회단체가 1조 원가량의 혈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이 또한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었다. 민간 보조금·위탁비는 모두 서울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및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집행되거나 편성됐다. 1조 원의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하거나 편성했다면 관련 공무원도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서울시는 조용하다.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자, 1090개 시민단체가 뭉친 ‘오!시민행동’(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장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은 오 시장을 명예훼손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왜곡과 과장을 멈추지 않았다.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 책자형 선거공보 ⓒ민중의소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모두 받아보는 ‘책자형 선거공보’에 똑같은 선전 내용을 실었다. 방식은 더 교묘했다. 앞서 시민사회가 오 시장이 예산을 심각하게 부풀려 시민사회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판하자, 그는 공보물에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단체’에 대한 위탁수수료 보조금·인건비 지원을 최소화하겠습니다!”라고 홍보했다. 그리고 ‘서울시 바로세우기’ 당시 문제의 발언을 다시 반복했다. “전임시장 10년 동안 민간보조금·민간위탁비 명목으로 특정단체들에 엄청난 금액의 혈세가 낭비됐습니다. 지난 10년간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등 특정 분야에 지원된 보조금, 위탁금 편성 예산이 1조 원이 넘습니다. (중략) 서울시 바로세우기는 부당한 방법으로 낭비되는 예산을 막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정상화 과정입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표차로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되자, 그는 KBS 개표방송에서 당선소감으로 쐐기를 박았다. “서울시 관변단체 내지 산하 단체화된 (단체들이) 시민단체를 자처하면서 서울시 예산을 많이 가져다 지출했다. (중략) 그래서 예산 조정 시작했는데, 그게 민주당 다수 의석의 시의회 때문에 의지가 많이 꺾였다. 그런 점에서 시민 여러분의 아쉬움이 이번 지지로 이어진 듯하다. 더 힘내서 설정한 방향대로 하라는 명령으로 본다.” 그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6월 2일 페이스북 등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한 기사에는 “빨대 기생충들”, “앞잡이”, “조폭”, “사익을 쫓는 사이비 단체” 등 시민사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표현하는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그가 이 같은 왜곡과 과장을 반복한 이유는 뭘까.

이는 최근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여론과 관련 있어 보인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단체를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시민단체의 비판·감시 대상인 금융기관, 대기업, 정부 등보다 낮았다. 시민사회 활동가가 공위공직자 또는 공공기관장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부정적 담론이 팽배해지면서, 권력을 견제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의 시민사회에 대한 흑색선전은 시민사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자신의 정치에 활용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왜곡된 정보로 확산된 자신과 서울시를 견제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혐오 정서에 불을 지피고, 시민사회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모습처럼 홍보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선전 후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되자, 오 시장이 속한 정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여성가족부가 680여개 여성단체에 보조금을 줬다”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

한편, 오 시장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월 15일 고발인인 이원재 오!시민행동 공동대표를 불러 조사를 했으나, 그 이후 수사의 진척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없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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