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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기업이 아니고, 기업을 지향해서도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비공개 토론에서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경제 정책 기조가 ‘기업 주도’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이런 사고방식은 뿌리부터 잘못됐다.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일 수 없고, 더구나 정부의 역할이 기업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점은 경제학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칭찬을 받지만, 정부가 흑자를 내면 괜한 세금을 더 걷어 간 정책 오류가 된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실시해 노동자 숫자를 줄이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일자리를 줄이면 실업 대란이 벌어진다. 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면 상권의 확대이지만, 정부가 이를 부추기면 상인들의 생존권이 박탈된다.

그래서 정부는 절대 기업처럼 운영돼서는 안 된다. “투입자본 대비 효과가 어떻고”를 말하기 시작하면 공공의 영역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저서 제목이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루그먼은 “지도자가 국가를 회사처럼 경영하게 되면 필연코 국가 경제뿐 아니라 국민과도 난타전을 벌이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적인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기업은 ‘무조건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이익 너머의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CEO 타입 지도자를 지향했던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지 똑똑히 봤다. 그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다. 크루그먼의 지적대로 국민과 난타전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 참혹한 일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다”라는 윤 대통령의 선언으로 재벌들은 쾌재를 부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한국 사회의 공공성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한국 사회의 공공성을 지켜야 할 무거운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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