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상 밝히자며 ‘월북공작’이라 단정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21일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방안을 논의한다. 사건 당시 해경과 군당국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 신변을 비관한 자진 월북과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북한의 총격살해, 두 가지 사건으로 결론내렸다. 북한의 총격살해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여야 모두 규정한 바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사과한 일이니 국제형사소송 외에 더 추궁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

남은 것은 해수부 공무원이 당시 해경과 군이 밝힌 것처럼 자진 월북한 것이냐 아니면 유족들이 주장한 것처럼 다른 이유로 표류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이라고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유족들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받아준 것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의심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조작하려 한 흔적이다. 두 개의 사건이 세 개가 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세 번째 사건, 즉 문재인 정부의 은폐조작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사건을 “월북 공작 사건”이라고 단정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를 수사해야한다는 입장을 서슴지 않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종전선언에 매달려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하던 때라 문재인 정부의 해경과 국방부가 우리 공무원을 억울하게 ‘월북’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가설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이나 진상규명은 어차피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월북 여부는 당사자가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어떤 반론이 제기되어도 끝까지 의문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통해 전 정부와 세력을 휘저어 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대측 군인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다. 왜 넘어 간 것인지, 왜 사살했는지 더 밝힐 것이 있다면 국민의힘TF가 민주당 주장대로 당시 국회 국방위원들이 모두 인정했다는 비공개회의록 열람부터 시작할 수 있다. 더 많은 진실이 필요하다면 국회와 정부의 노력으로 당시 한미합동군사정보자료를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결론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정보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덮어놓고 월북공작이라고 규정한 태도는 철지난 안보장사이거나 건수 잡아 전 정권 때리기로 의심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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