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에 경찰국 두고 ‘경찰 직접 통제’하려는 윤석열 정부

경찰청 “범사회적 협의체 만들어 논의해야”, 시민사회 “권고안은 시대 역행”

황정근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운영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21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 구상이 21일 권고안 형식으로 공개됐다. 사실상 행정안전부(행안부)에 과거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설치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경찰에 대한 정부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10일까지, 불과 4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다.

먼저 자문위는 행안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헌법과 정부조직법과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관련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조직이 없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자문위가 댄 이유다.

또한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청의 중요 정책 수립에 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규칙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조직법에는 '중요 정책'에 대해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중요 정책 사항 외에 일반 정책 사항 역시 장관의 지휘권이 인정된다는 게 법제처 해석이라고 황정근 자문위 공동위원장은 주장했다.

경찰 인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다. 자문위는 행안부에 경찰청장이나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경찰청장을 포함한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징계 요구권을 부여하도록 권고했다.

이 외에도 ▲사법·행정경찰 구분, 정보 경찰 기능의 범위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 명확화 ▲국가경찰위원회 개선 방안 ▲자치경찰제도 개혁 방안 등의 사안은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추후 논의 과제로 남겨뒀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권고안 시행 시점에 대해 "권고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며 "관계 기관과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독립 역사적 배경 도외시한 권고안
자문위 "통제 아닌 민주적 관리·운영" 강변

권고안 발표 전부터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의 '직접 통제' 구상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현재의 경찰청은 87년 민주화 전,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경찰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것인데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과거 내무부(행안부 전신) 산하에 있던 경찰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폐단을 드러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내무부 장관의 사무 권한에서 치안을 삭제했으며,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해 독립된 외청인 경찰청이 탄생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에 의한 통제 구상을 두고 "30여년 전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날 자문위를 향해서도 정부의 직접 통제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자문위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졌으니 그에 따른 변화도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권고안은 통제가 아닌 '민주적 운영·관리'라고 포장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관련 질문에 "기존의 치안 환경이 최근 많이 변경됐다"며 "그만큼 경찰을 둘러싼 권한과 책임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부 기관의 민주적인 관리·운영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 자문위를 구성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커졌고, 이에 대한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건 시민사회는 물론 경찰 스스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 견제의 주체가 정부여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데, 행안부의 직접 통제가 민주적 통제라는 말만 반복한 것이다.  

황정근 자문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이 경찰법 제정 정신과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권고안은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에 어긋나는, 경찰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 기관은 견제와 균형이 원리"라며 "경찰청이든, 검찰청이든 행정권에 속하는 이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의 지휘라인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찰제도 기본 정신 담지 못해"
일선 경찰도 '정부 통제 반대' 현수막 들고 반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의 치안정책관실(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안부는 경찰 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이날 권고안 발표로 정부의 경찰 통제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으며, 일선 경찰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 후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권고안에 담긴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경찰을 둘러싼 그간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의 정신에 비추어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한때 헌법에 직접 규정될 만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으며 경찰권 통제와 관련해서도 정부 조직에 의한 행정적 통제보다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 왔다"며 "하지만 이번 권고안은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 제도의 기본 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경찰 제도와 활동은 국민의 생명·신체·인권·자유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경찰 운영의 근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어느 때보다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사회 각계 전문가를 비롯하여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실행자인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제안했다.

경찰권 행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경찰위원회도 입장을 내고 "오늘 발표한 권고안은 경찰 제도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행정·제도를 32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도 권고안 발표 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시대의 역행이고, 통제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인사 권한이 집중되고, 경찰청장과 경찰 고위직에 대한 징계 요구권을 명문화하겠다는 등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수사기관의 독립성마저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반발했다.

"경찰, 정권으로부터 독립돼야"
시민사회단체도 강한 우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제도개선' 권고안 발표가 예정된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의 경찰 직접통제를 반대하고 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시민사회단체도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를 두고 논의 과정과 내용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경찰 개혁에 앞장서 목소리 내온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같은 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는 정치권력에 경찰을 종속시킬 뿐"이라며 "비대해진 경찰 권한의 분산·축소 없는 통제 방안 논의는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일원인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군부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된 과거의 질곡을 극복하고 민주화된 경찰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던 경찰개혁의 틀이 현재 경찰의 모습"이라며 "35년 전 전시대적 경찰, 권위주의적 정치의 도구로서 경찰이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공동대표는 "국가경찰, 자치경찰까지도 행안부 장관의 손으로, 그리고 행안부 장관을 통한 대통령의 손으로 장악할 수 있게 한다는 건 (경찰 개혁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며 "경찰은 이제 정권의 통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법센터 검찰·경찰개혁소위원장은 "경찰의 역사를 보면 치안본부 시절만이 아니라 독립된 외청으로 분리된 지금도 정치권력에 취약하다"며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정보 경찰을 조직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전직 경찰청장 3명이 지금까지도 형사 재판 중에 있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위원장은 "비대해진 경찰권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치경찰제를 실질화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국가수사본부와 국가경찰을 견제·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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