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김경수 댓글 사건, 의심할 여지없이 유죄인가요?

양지열 변호사 책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이 사건으로 사법 시스템의 문제를 파헤치다

양지열 변호사의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 ⓒ메디치

지난해 7월 대법원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댓글 조작 연루 사건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실형이 확정되면서 김 전 지사는 지사직에서 물러났고, 지금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지 1년 여가 지나면서 이 사건은 벌써 잊히고 있다.

의문이 남았어도 되돌릴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지만, 이 사건을 향해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바로 기자 출신의 양지열 변호사다. 그는 얼마 전 출간한 책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을 통해 “김경수 사건은 유죄가 확실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양 변호사는 사법 시스템 속에서 누구라도 억울한 이가 나오면 안 된다며 지금 던지는 질문이 김경수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사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 사건이 세상이 알려진 이후 언론을 통해 연일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방송과 언론에 자주 공개됐다. 그렇지만 쏟아지던 헤드라인을 중심으로 사건이 기억될 뿐, 솔직히 진실이 무엇인지 깊이 관심을 가지진 못했다.

언론 보도도 진실을 다룬다고 보긴 힘들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각자의 주장이 난무했고, 재판 보도조차도 그런 프레임 속에 갇혀 관심 깊게 지켜보지 못한 입장에서 솔직히 어떠한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생각의 갈피가 잡히고,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뭐가 문제였는지 알게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해 7월 26일 오후 창원교도소에 수감에 앞서 부인 김정순 씨와 포옹을 하며 마지막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7.26. ⓒ뉴시스


저자는 이 책에서 김 전 지사와 관련한 1심·2심·3심 판결문을 읽고 들었던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판결문은 선명하기를 기대했습니다. 형사처벌이라는 무거운 불이익을 내리려면 적어도 절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수도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김경수는 무죄다’라는 확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유죄로 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등 국민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형사재판의 원칙들이 이제야 생각이 들었다. 오가는 정치적 공방 속에, 쏟아지는 말들 속에서도 결국 끝까지 이어진 질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유죄인가’이고 이번 판결은 이런 형사재판의 원칙과 ‘의심할 여지 없이 유죄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가임을 알 수 있었다.

논란의 시작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2018년 1월이었다. 당시 남북단일팀 구성을 비판한 포털 댓글 공감수와 관련해 조작 의혹이 있다는 글이 청와대에 올라왔다. 이후 해당 포털 사이트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조사에 나서게 된다.

얼마 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댓글 순위를 조작한 3명을 붙잡았다. 사건을 주도한 것은 시사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를 이끌어온 ‘드루킹’ 김 씨였다. 이들은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벌였던 것이다.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60일 간의 수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그런데 뜻밖에 사실이 드러난다. 이들 가운데 두 명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고, 사건을 주도한 김 씨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김 전 지사는 김 씨의 불법행위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와 몇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책은 이른바 ‘선플 운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드루킹 김 씨가 선플 운동을 이용해 어떻게 김 전 지사와 지속적으로 연락했는지 등 판결에서 인정한 내용을 인용하며 서술한다. 또 각 장 별로 재판의 유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근거를 각각 다른 방향에서 제시하고, 의도적으로 내용을 거듭 설명하며 독자의 판단을 구한다.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재판부가 형성했던 심증에 의문이 있다고 해서 유죄 판단의 증거가 아예 없었다는 주장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무죄일 가능성 역시 충분히 있었다는 것입니다. 유죄, 무죄가 혼란스러우면 무죄로 봐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비춰 볼 때, 유죄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가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형성한 심증이 과연 충분히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어떤 재판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면 요즘 흔히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차라리 인공지능에게 판사를 맡기는 게 낫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인 이상 완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지요. 편견이나 선입견, 무지에 따른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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