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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민관협치②] 오세훈 ‘예산삭감’ 압박 시달리는 ‘서울시 노동센터’가 해온 일

오세훈 시장 당선 직후 다시 시민사회 위탁사업 구조조정 예고

위협받는 서울시 민관협치

[위협받는 민관협치①] 오세훈의 ‘시민단체 죽이기’ 흑색선전 백태
[위협받는 민관협치②] 오세훈 ‘예산삭감’ 협박 시달리는 ‘서울시 노동센터’가 해온 일


“비영리단체들이 (비영리로)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고 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할 수 있나요? 그래서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한 것인데, 이걸 마치 세금이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민관 거버넌스를 파괴하겠다는 것으로 들려요.”

사회적 약자의 치유와 재기를 돕는 서울시 위탁사업 단체 활동가 A 씨의 말이다.

서울시를 대신해 각종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던 시민단체들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센터 문을 닫거나 완전한 독립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시장이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단체들이 지난 10년간 서울시 혈세를 빼 갔다”고 주장하며, 민간위탁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 일괄적인 민간위탁 예산 구조조정에 나섰다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일부 예산에 대해서만 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서, 지난해 못다 이룬 일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오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비영리단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서울시 혈세를 빼 갔다고 주장하며, 이 때문에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예산 편성·집행이 관련 조례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서울시 예산은 정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곳에 쓰인 것일까? A 씨는 말했다. “물론 (오세훈 시장의 말처럼) 따져보면 예산이 낭비되는 곳도 있겠죠. 하지만 꼭 필요한 곳도 있어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깎으면 안 되잖아요.”

2021년 기준 서울시 내 노동센터 현황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 40% 삭감 위협
삭감, 완화·조정됐지만
“올해 더 힘들 듯”


A씨가 운영하는 단체는 지난해 극적으로 올해 예산을 지켜냈다. 그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한 사업을 통해 사회로 복귀한 이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묻지 마 예산 삭감’에 반대하면서, 다행히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시 내 17개 자치구 노동센터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조직화 지원, 정책개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역 노동센터 1개, 권역별 노동센터 4곳, 자치구 노동센터 17곳을 노동단체에 민간위탁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광역 노동센터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권역별 노동센터는 한국노총이, 자치구 노동센터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유관 단체 등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노동계와 한 자치구 노동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민간위탁사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예고한 뒤 서울시는 민주노총과 연계된 풀뿌리 단체 및 활동가가 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17개 자치구 노동센터의 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각 구청에 통보했다. 전년 대비 60%만 보전하고 40%를 삭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구청에서 센터를 유지하고 싶으면 알아서 40%를 보전하라는 취지였다. 민간위탁비 40% 삭감은 사실상 사업비를 전부 없애는 것이라서,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센터 관계자가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4개의 권역 노동센터는 4%의 예산이 깎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독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연계된 활동가 및 단체에만 가혹한 삭감이 진행됐다.

자치구 노동센터 센터장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시 앞에서 피켓을 들며 이 사실을 알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40% 삭감안은 서울시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17% 삭감으로 완화됐다. 서울시의회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묻지 마 민간위탁비 삭감’에 반대하면서 조정한 결과였다. 또 마포구와 중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청이 없는 예산을 쪼개서 삭감된 시 예산 17%를 보전했다. 덕분에 노동센터 운영은 올해도 지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매우 어둡다. 오세훈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지난해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민간위탁사업 예산을 원하는 대로 구조조정 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의회 68% 의석이 국민의힘 시의원에게 돌아가면서 오 시장은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상당수 국민의힘 출신으로 바뀌어서 예산 보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예산은 지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예산 심사가 시작되는 7월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노동센터 노동상담 건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상담, 5년 사이 2천건→2만건
‘권리구제’도 매해 약 150건씩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그토록 예산을 삭감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서울시 노동센터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과거에는 임금체불·부당해고·산업재해 등 노동사건을 겪으면 고용노동부로 전화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노동센터 통합번호(1661-2020)로도 전화를 많이 한다. 센터는 전화·온라인 무료상담 외에도 입증자료 검토가 필요할 경우 방문상담을 받기도 한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동센터가 늘면서, 상담 사례도 급증했다. 2015년 2184건 → 2016년 6744건 → 2017년 1만847건 → 2018년 1만4693건 → 2019년 1만7190건 → 2020년 2만2366건 등으로 5년 사이 10배가량 급증했다. 2021년 상담 건수도 2만283건으로 2만 건을 넘었다.

서비스가 필요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서울시 노동센터 상담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복지 아는게 힘’(회원 수, 19만9천여명)에서 한 게시글 작성자는 “처음에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했는데, 상담사마다 말이 다르고 그냥 일 처리한다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서울시)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 전화했다. 무료여서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적극적이고 친절하고 마음을 써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감사했다. 내용도 정확했고 심도 있는 상담을 했다”라고 소개했다. 공공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민간이 보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서울시 노동센터 권리구제 건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센터는 ‘권리구제 지원 절차’를 통해 취약계층 노동자의 소송을 지원하기도 한다. 권리구제 지원 절차는 노동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결과 행정기관과 법원을 상대로 진정·청구 등의 행정심판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경우 대리인(공인노무사·변호사) 수임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은 월 평균임금이 300만 원 이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7년 154건, 2018년 138건, 2019년 134건, 2020년 160건의 권리구제를 통해 센터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권리회복을 도왔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이지영 공인노무사는 “권리구제의 경우 자치구와 권역 센터에서 초기 상담을 한 뒤, 권리구제 신청을 하면 저희 광역센터가 노동권리보호관을 배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며 자치구 센터와 광역·권역 센터 일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받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취약계층 노동자였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10년 이상 일하던 장애2급 노동자는 사업장 보일러 수리를 하던 중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오자 구두해고를 당했다. 이곳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고, 피해 노동자는 노동센터 지원으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및 노동청 임금체불 진정을 진행해, 사용자와 합의할 수 있었다. 24시간 격일제로 일하다 2020년 6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한 경비노동자의 유족은 노동센터 지원으로 산재가 인정돼 장례비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같은 조건으로 일하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경비노동자 또한 노동센터 지원으로 업무상질병으로 인한 요양신청이 인정됐다.

지난 2019년 9월 18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열린 '직장 갑질 이동상담센터'에서 시민들이 직장 내 괴롭힘부터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각종 노동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 자치구노동센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시내 13개 주요 지하철 역사내에서 '직장 갑질 이동상담센터'를 운영했다. ⓒ뉴스1

“노동 문제, 무시하지 못할 것”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서울시 노동센터 예산 대폭 삭감을 시도하고 지방선거에서 민관협치 성격의 민간위탁사업 비용을 일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하긴 했으나, 함부로 노동센터를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굳이 크지 않은 예산으로 문제를 만들 이유는 없고, 아무리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석이 됐다 하더라도 노동의 문제를 무시하고 갈 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전 시장의 행적을 지우기 위한 명목으로, 성과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까지 구조조정하려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센터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단체,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이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치력이 오히려 떨어진 것 아니냐는 반성적 평가가 나올 수 있고, 혹은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잘했느냐 못했느냐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잘 했으니 사업을 유지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라며 “하지만 시민들로부터 평가라 던지, 서울시와 평가 테이블을 구성해서 뭘 하겠다 등 이런 절차는 전혀 없고, 느닷없이 (시민사회를) 폄훼하면서 일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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