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가 급등에 ‘30년 장사꾼’도 두손 두발 들었다... “지금이 최악”

안 오른 거 없이 다 오른 식자재 가격... 자영업자들 ‘울며 겨자 먹기’로 메뉴 가격 인상

식당가 자료사진 ⓒ뉴시스


“장사가 이렇게 힘들 수 있나 싶다. 아직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많아 손님도 예전 같지 않은데, 식자재 가격까지 말도 안 되게 올랐다. 30년 넘게 부대찌개를 팔았는데, 단연코 지금이 최악이다.”

22일 오전 10시께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서 인근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ㅇ’ 부대찌개 전문점 사장 김모(62)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라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11개(좌식·입식 포함) 테이블을 두고 영업 중인 김씨는 혼자 점심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씨가 운영 중인 ‘ㅇ’부대찌개 전문점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손님이 1/3 가량 줄었다. 손님 대부분이 주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인데, 아직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회사들이 많은 여파다. 김씨는 “장사도 안 되는데, 식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더욱 영업이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결국 함께 일하던 아줌마를 내보내고 오늘부터 혼자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1인분에 8천원이던 부대찌개 가격을 9천원으로 올렸다. 김씨는 “하루하루가 무섭게 가격이 오르는데, 밑지고 장사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현상유지를 위해서라도 가격을 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님들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하는 사리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주방에 보관 중인 라면사리 ⓒ민중의소리


최근 계란과 돼지고기 같은 식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다. 물가 상승의 주원인으로는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대란 등 국제적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삼겹살 등 축산물가격도 심상치 않다. 곡물 가격이 오르며 사료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엔데믹 전환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축산물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작황 부진에 따른 농산물의 가격 상승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은행은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도 4.8%를 기록했다. 앞서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4월(4.2%)보다 0.6%p 높은 수치다. 외식 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외식물가의 최근 10개월간(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6.8%에 달했다.

실제 김씨가 들여오는 파, 양파, 사리용 떡, 김치, 라면사리, 어묵 등 주요 식자재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단에 1,500원하던 파는 3천원으로 2배나 올랐다. 양파는 한망(15kg)에 1만3천원이던게 2만5천원까지 올랐다. 한 봉지(1.4kg)에 3천원 남짓이던 사리용 떡(쌀)은 4천원이 됐다. 사리용 라면도 한 박스(40개)에 1만원에서 1만2천원이 됐다. 밑반찬으로 사용 중인 김치는 10kg 기준 3만4천원이던 게 현재는 4만5천원이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멈추지 않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씨는 “자주 들여오는 채소 같은 경우는 지금도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지난주에 산 파나 양파 가격보다 이번 주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한탄했다.

물가 인상에 따른 고충은 인근 점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가게 운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올리거나, 타 점포들과의 경쟁을 위해 죽기 살기로 버티는 상황이다.

치솟는 외식물가 ⓒ뉴시스


치솟는 식자재 가격에 자영업자도 ‘죽을 맛’

인근에서 ‘ㅈ’ 돈까스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45)씨는 이달부터 메뉴 가격을 1천원~2천원 인상했다. 주력 메뉴인 돈까스는 8,500원에서 1만500원으로 2천원, 서브 메뉴인 라멘은 8천원에서 9천원으로 1천원 올렸다.

그동안 ‘ㅈ’ 돈까스 가게는 김씨와 아내, 아르바이트 노동자 1명까지 총 3명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자 김씨는 지난 4월부터 아내와 둘이서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식자재 가격이 무섭게 오르니 수익이 남질 않았다"며 "알바를 내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영업을 하는데도 버겁더라. 결국 이달 1일부터 메뉴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자재 가격이 오르는 게 거의 살인적인 수준”이라며 “단시간에 거의 모든 식자재 가격이 최소 20% 이상 올랐다”고 덧붙였다.

‘ㅈ’ 돈까스 가게에서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는 돼지고기와 계란, 채소, 생면, 소스 식용유 등이다. 우선 돈까스용 돼지고기는 1kg당 2만원이었던 게 현재는 2만9,400원으로 50%가량 올랐다. 20L(리터)에 2만원이던 식용유는 2배 넘게 올라 5만4천원에 들여오고 있다. 자주 사용하는 채소인 숙주는 한 상자(3.5kg) 4,500원이던 게 지금은 6천원이다. 이외에도 돈까스 소스가 1리터에 7천원에서 9천원으로, 라멘소스가 7천원에서 1만750원으로 올랐다.

김씨는 "가격을 올리면 당연히 손님이 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올렸다"면서도 "일부 비싸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가가 오른 만큼 가격을 올린 걸 이해한다'고 해주더라"라고 말했다.

주변 가게들과의 경쟁을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는 곳도 있었다. 같은 지역에서 ‘ㄴ’ 프랜차이즈 찜닭집을 운영 중인 편모(27)씨는 “근처에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꽤 있다. 먼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급격히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식자재 가격이 오른 걸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좀 더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에서 식자재를 공급받는 'ㄴ' 찜닭집도 물가인상을 피해 가지 못했다. 주재료인 닭은 물론 부재료인 냉동만두와 치즈, 소스류, 채소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편씨는 "7,600원이던 닭고기가 지금은 1만600원에 들어오고, 치즈도 3kg짜리가 2만500원에서 2만5,500원까지 올랐다”며 “인건비를 생각하면 솔직히 더 버티긴 힘들다. 이번달까지만 지켜보다 다음 달부턴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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