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찰청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5.12.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은 굳이 명명하자면 ‘터프한 실용주의’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저하다 결국 못한 청와대 이전을 밀어붙여 결실을 맺었다. 집무실 이전 중간엔 ‘하면 된다’는 고풍스러운 기류도 느껴졌다. 회사 앞 헌재에 날마다 몇 대씩 서 있는 지방 관광버스를 보며 효능을 체감하고 있다. 많은 우려와 소소한 논란에도 굳세게 이어지는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은 특히 임기후반 문 대통령의 언론 접촉과 극적 대비를 이룸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권교체 세력으로서 차별성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이 두 가지는 꽤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70%를 상회했던 지지율을 보면 정권에 초기 여론은 뜬구름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속으로 치러 총선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을 갖게 된 윤 대통령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다. 지금부터 내년말까지가 정권 스토리의 ‘본론’에 해당할 것이며 차후 평가의 근간이 될 것이다. 외부조건은 좋지 않다. 글로벌 경제가 악화하고 우리도 이 파고를 피할 도리가 없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혼내주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다른 요인과 맞물렸다는 물가폭등, 금리인상, 원자재난, 그리고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 우려는 충분히 위험하다. 그러나 정권 주체가 이를 체감하는지는 모르겠다.

정부여당이 들춰낸 서해 피격 사건 등은 예견됐지만, 상상을 넘는다. 그래서 역으로 ‘정부가 아직 여유롭구나’ 싶기도 하다. ‘한동훈 총괄 시스템’ 구축도 마찬가지다.검찰총장 공석 하에 인사가 연이어 이뤄지고 청와대 민정수석 기능이던 인사검증도 한 장관에게 합병됐다. 행정안전부에 경찰청을 관할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장관의 지휘권을 명문화하는 조치가 진행되면서 독립외청에서 치안본부로 퇴보한다는 우려가 더해졌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 학교 후배 외에는 내세울 경력이 없어 ‘아바타’ 논란을 불렀다. 결국 경찰청도 한 다리 건너 한동훈 총괄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게 나라에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행안부에 경찰청 지휘부서를 만드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수완박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검찰권 분산을 나라 망할 일처럼 주장한 이들이 ‘검수완박’에 따라 나타날 것이라는 “경찰권 비대화”는 벌써 종합대책을 내놨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내용엔 동의하나 일처리의 느닷없음과 부실함이 불만이었다. 이제는 ‘검수완박이라도 했어야 했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지 싶다.

진보언론의 경찰 보도는 대개 비판적이다. 공권력 최일선이 경찰이니 노동, 인권, 집회시위 이슈에서 항상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실상 문재인 정부 내내 쟁점이었던 검찰 개혁에서 권한 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경찰 감시감독이 중요하지만 그 권한을 ‘아바타’ 장관이 행사하면 검경 일체화, 경찰 충견화로 ‘도루묵’이 된다고 예상한다.

최근 서울경찰청장이 전장연 지하철 선전전을 거론하며 “지구 끝까지 쫓아가”라고 말했다. ‘기동성 제로’인 전장연을 왜 지구 끝까지 쫓아가나. (경찰도 알지만) 전장연 활동가들은 주로 혜화역과 삼각지역에 예고한 시각에 나타난다. 독립성을 잃고 인권보호 임무도 망각한 채 정권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우울한 영화의 예고편 같다.
 
결론 짓자면, 경찰청장을 ‘대통령 후배’ 행안부 장관의 부하로 만들지 말라. 그래야 경찰이 독립적인 권한이 있는데 왜 정권의 수하가 돼 인권을 침해하냐고 맘 편하게 비판하지 않겠나. 그리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은 그것 말고도 긴요한 일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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