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창구라면서 ‘비공개’ ‘댓글 제한’, 대통령실이 신설한 ‘국민제안’ 제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홈페이지 소통창구 '국민제안' 관련 브 ⓒ뉴시스

대통령실은 23일 문재인 정부가 운영해온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새로운 대국민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을 신설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대국민 소통창구”라며 ‘국민제안’ 신설 배경을 밝혔다.

강 수석은 “지난 정부 청와대의 국민청원은 민원 및 청원법을 근거로 하지 않아 처리 기한에 법적 근거가 없었고, 답변도 20만 건 이상 동의 건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답변하면서 대다수 민원은 사장된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이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은 더이상 구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폐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민제안(https://www.epeople.go.kr/nep/withpeople/index.paid)은 ▲민원·제안 ▲청원 ▲동영상 제안 ▲102 전화안내 등 4가지 소통창구를 마련해 국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접수 받는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하겠다는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은 기존 청와대의 ‘국민청원’ 제도의 법적 근거 미비점을 보완하고, 소통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기존 국민청원 제도에 비해 다소 소통의 폭이 제한적이거나 불투명하게 운영될 소지가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비공개’, ‘실명제’, ‘댓글 제한’, ‘선별적 공개’ 원칙이 대표적이다. 국민과의 ‘소통창구’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들이다.

강 수석은 ‘국민제안’의 운영 원칙과 관련해 “첫째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국민제안 규정, 청원법 등 법에 따른 비공개 원칙을 준수하고, 둘째, 여론을 왜곡한다든지 매크로를 통해 여론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0% 실명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또한 “세 번째, 특정 단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런 댓글들은 제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밖에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에 올라온 청원 중에서 ‘우수 제안’을 선별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강 수석은 “10명 내외 민관합동 심사위원을 구성해 국민우수제안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며 “다양하게 접수된 국민제안 중 정책 제안 등을 중심으로 심사위원이 우수제안을 선정하면 온라인 국민투표를 통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다수 동의를 얻은 의견 등은 국정 운영 정책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용을 비공개하고 댓글을 제한하는 배경과 관련한 설명에 비춰보면, 대통령실은 소통창구를 통해 정치적으로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원 내용을) 처음부터 낱낱이 공개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편향된 층의 의견들이 ‘좋아요’나 ‘동의 여부’ 등으로 잘못 이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에 근거해 ‘편향된 층’을 구분하고 있는 것인지 모호하다. 아울러 ‘특정 단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댓글들은 제한할 예정’이라는 것은 반대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댓글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23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국민제안 사이트. ⓒ국민제안 화면 캡쳐

또한 비공개, 댓글 제한, 선별 공개 등 주요 원칙들은 청원 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우려가 있다. 애초에 청원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데다가 대통령실에서 ‘우수한 청원’이라고 판단하는 것만 선별해 공개한다는 것인데, 국민들 입장에선 어떤 청원들이 올라왔는지, 각각의 청원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알 수가 없다. 실제 국민제안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실명인증을 하고 나서 바로 청원 내용을 입력하도록 돼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청원을 볼 수 있는 메뉴는 없다. 

실명제가 오히려 소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원이나 제안 이런 부분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본인이 당한 억울한 사정들을 풀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비공개 실명제라고 해서 참여에 제한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통의 범위나 내용, 투명성보다는 1:1로 개인 민원을 처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심의위원회를 통해 청원을 선별하면, 정권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취사 선택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원 제도는 정치적 이용 목적이 아니라 국민들의 고충을 처리하고 여러 제도적 개선 등을 제안하는 문제기 때문에 그대로 노출시켜서 특정 정치 세력들의 활용 공간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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