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구조조정’ 예고한 윤석열 정부가 하겠다는 일들

출자회사 처분 등도 추진...“자회사 정규직 전환, 민영화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6.21.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의 이유로 '방만 경영'을 들면서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경영 효율화'를 핑계로 진행됐던 '민영화'의 첫 단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노동계에서는 아직 정규직화를 진행 중인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피해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을 지적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경제가 비상상황인데 공공기관이 과하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 '너무나 호화로운 청사', '고연봉 임원진', '과도한 복지제도'를 문제점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공공기관은 이제 강도 높은 혁신을 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기관수는 29개, 인력은 11만6,000명이 늘었고, 부채는 84조원 증가해 공공기관 총 부채가 538조원에 달한다면서 방만 경영을 구조조정의 이유로 내세웠다.

추 부총리는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만연하고 이는 갈수록 심각해진다는데 문제의식이 있다"며 "(공공기관)직원 보수가 대기업보다 높은 상황인데, 생산성은 하락하고 수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지급 못하는 공기업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조직 축소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를 중점에 둘 방침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취약계층 지원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기조다.

이에 따라 청사 등 자산 매각과 고연봉 자진반납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공기관 부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은 정승일 사장 등 경영진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자회사 9곳의 경영진도 성과급을 반납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지 하루만에 1인당 청사 면적을 파악하는 전수조사에 착수해했다. 이른바 '호화청사'를 판단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기능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강도 높은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의 기능성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통해 민간 부문에서 참여한 부문이거나 다른 공공기관 업무와 중복되는 업무는 조정해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민간으로 대체가 가능한 부문이라면 해당 분야의 공공기관 업무를 축소 및 철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출자 회사 정리, 업무·인력 구조조정 등에 나서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담겼다. '호봉제'로 불리는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조정하는 것도 추진한다.

'공공기관 악마화'의 굵직한 이슈들이 일제히 재등장한 모양새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09.23. h ⓒ뉴시스

방만경영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민영화 포석놓나

정부의 공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민영화 얘긴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전문가와 노동계는 민영화를 향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추 장관이 구조조정의 배경을 강조하는 공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란 이름으로 추진하던 민영화의 이유이기도 했다. 지난달 민영화 논란을 일으킨 인천공항공사의 상장·지분판매를 주장한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방만 경영'을 이유로 내세웠다.

당장 공공기관의 지분을 매각하는 본격적인 민영화를 추진하진 않겠지만, 방만 경영을 강조하며 민영화의 배경을 조성하는 단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공공기관을 민간 회사의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보면 민영화나 다름 없다"면서 "소유구조는 현재 구조를 유지한다고 해도 민간 기업처럼 공공기관이 운영되면 수익이 없는 일은 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의 가치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이 부분적인 민영화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고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성식 정책실장은 "공공기관의 기능을 테스트해서 민간에서 하고 있는 부문이 있으면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당장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인력 조정 등)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은 공공기관에서 가장 지위가 약한 노동자인 공무직, 비정규직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재부의 주문으로 6조원 규모의 구제안을 내놓은 한전은 경상 경비 절감 등 긴축 경영을 방안 중 하나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기준과 주기를 조정하고, 무인·원격 진단체계를 갖춘다는 것이다. 당장 인력 감소와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공성식 정책실장은 "비용 문제로 외주화를 확대하고 하청 비용을 절감한다는 조치가 예상된다"면서 "그건 간접고용 노동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한전의 자구책도 경상정비 노동자를 쥐어짜서 절약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미 정규직화를 마친 부문도 다시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공공기관들 다수가 출자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정부의 자회사 정리 압박으로 민간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나원준 교수는 "공공기관들이 출자 회사를 민간에 매각하게 되면 공공부문 정규직이었던 신분이 민간 외주 노동자가 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을 완전히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계에서는 정규직 전환 자회사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출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그런 우려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공 정책실장은 "(정규직 전환 자회사 매각이) 재무 개선과 합리적으로 연결될 수는 없지만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노동계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통폐합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 공급을 대폭 줄이겠다는 말과 같다"고 반대하면서 내달 2일 총궐기 대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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