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패한 MB 정책 답습하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호화청사를 과감히 매각하고, 고연봉 임원은 자진해서 과도한 복지혜택 등을 반납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공공기관 혁신을 주제로 토론방식으로 진행돼 사실상 공공기관 성토의 장이었다고 전해졌다. 호화청사, 고연봉과 과도한 복지제도, 부채 급증, 방만한 조직과 인력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청사 매각, 부채와 조직 축소를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 등이 강조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선도적인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기조인 셈이다.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국토교통부는 23일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산하 공공기관에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다. 원희룡 장관은 “28개 공공기관은 자체 혁신방안을 일주일 안으로 제출하고, 공공기관 자체로 진행하는 인사·조직개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민간 전문가들과 공공기관 혁신TF를 구성하고 공공기관이 제출한 혁신방안을 평가·보완해 최종 혁신방안을 확정·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공세는 낯설지 않다. 이명박 정부도 ‘공기업 선진화’의 배경으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지목하며,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예고에 전문가와 노동계가 민영화를 우려하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닌 이유이다. 여기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5월 국회 운영위에서 인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지분 30~40%를 민간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인천공항 선진화 방안과 판박이다. 당시 정부는 인천공항 정부지분 49%의 민간매각을 추진했으나 야당과 국민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불발됐다. 철도공사의 방만경영을 지적하며 진행된 철도민영화 역시 철도노조의 파업과 반대 여론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실패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답습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노동계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공공기관의 인력감축과 통폐합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후퇴시키고, 전체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를 약화시키고, 공공부문을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의사를 거스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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