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속속 등장 중인 부동산 대세하락 신호들

집계 이후 최저를 기록 중인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 냉기가 도는 청약시장, 얼어붙은 경매시장

40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올리는 동시에 양적 긴축 등의 조치까지 취하는데다 이미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본질가치를 이탈해 팽창한 가격 덕분(?)에 가상화폐 시장과 증시가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주식시장에 비해 거품이 훨씬 더 많이 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도 대세하락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중이다. 대세하락의 신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잡히고 있다.

통계 작성 후 최초로 7개월 연속 1천건대 매매거래량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시장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작년 11월 이후 7개월 연속 1천건대(2021년 11월 : 1,358건, 12월 : 1,123건, 2022년 1월 : 1,087건, 2월 : 814건, 3월 : 1,437건, 4월 : 1,752건, 5월 : 1,728건)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06년 1월 실거래 신고제 도입 이후 최초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가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연속으로 1천건대에 머문 건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에 불과했다. 주지하다시피 거래량은 가격에 선행하는 지표다. 2014년 이후 대세상승을 거듭했던 시장의 에너지는 작년을 통과하면서 거의 고갈된 기운이 역력하다. 거래량이 그 증거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김슬찬 기자


분양가 할인이 등장한 서울 아파트 시장

오랫동안 불패를 자랑하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 할인분양이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15%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해당 단지는 지난 3월 본 청약 접수 결과 196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하였고, 이후 지난달까지 총 세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미계약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자 결국 할인분양이라는 극약처방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청약불패를 자랑하던 서울에서, 기분양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분양가 할인까지 감수하면서 분양물량을 털어내는 케이스가 등장한 건 의미심장한 변화라 할 것이다.

냉기가 감도는 청약시장

작년까지 활화산처럼 뜨겁던 청약시장이 올해 들어선 거짓말처럼 기세가 꺾였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6월23일 기준) 공급된 분양 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4.0대 1로, 작년 상반기 평균 18.2대 1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건 수도권과 서울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경쟁률은 30.0대 1에서 13.1대 1로 절반 이상, 서울의 경쟁률은 작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각각 급락했다.

지방 광역시도 대전(25.8대 1→11.7대 1), 울산(10.0대 1→4.8대 1), 광주(15.6대 1→6.9대 1) 등 전년에 비해 경쟁률이 반토막 수준이고, 대구(6.0대 1→0.2대 1)는 경쟁률을 언급하는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경쟁률 뿐 아니라 청약 당첨가점도 크게 낮아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최저 가점)은 44.5점으로, 작년 같은 기간 61.1점에 비해 16.6점 급락했다. 미달이 잦다보니 무순위 청약이 속출 중이고, 미분양 물량 또한 6827가구(4월 말 기준)로 1년 사이 7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폭증 양상이다.

통상 청약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읽힌다. 한데 지금처럼 청약경쟁률, 청약당첨가점, 계약률 등이 급락한다는 의미는 무주택자 위주의 시장참가자들이 청약시장에 더 이상 강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뜻한다. 즉 무주택자 위주의 시장참가자들은 부동산시장이 대세하락국면에 진입했고 위치가 좋은 곳에 소재한 기존 재고주택들이 강한 가격 조정을 받을 것인데 그렇다면 청약을 통해 소유하게 되는 신규주택과의 가격 갭이 지금보다 현저히 줄어들 것이니 청약 보다는 재고주택 구입에 나서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 상가(자료사진) ⓒ김슬찬 기자

주택시장의 보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도 식어

주택시장의 보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도 급랭 중이다.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낙찰률, 낙찰가율 모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5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49.2%)보다 떨어진 42.8%로 집계됐다. 낙찰가율 역시 전달(97.9%) 대비 3.6%p 하락한 94.3%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낙찰률이 전달 기록한 55.3%보다 19.7%p 하락한 35.6%로 집계됐는데, 이는 6년여 만의 최저치이며, 낙찰가율도 전달(105.1%)보다 떨어진 96.8%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의 보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의 열기가 식는다는 건 경매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대세하락을 예상해 지금의 경매시장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대세하락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의미하는 신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 중이다. 시장의 주요 선행지표인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를 능가할 정도로 빙하기이고, 청약시장은 경쟁률, 청약당첨 가점, 계약률 등의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일 뿐 아니라 분양가 할인까지 등장한 마당이며, 시장의 보조선행지표인 경매 시장도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모두 급락 중이다.

제비가 한 마리 날아왔다고 봄이 온다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제비가 떼로 등장하면 봄은 확실히 온다. 아직까지 기존 재고주택시장에서의 가격 하락은 국지적이고 폭도 제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 기존 재고주택시장에서의 가격 하락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면서 가격의 하락 폭도 시장참가자들을 경악시킬 수준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이기는 자산은 없으며,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어떤 논리와 근거로도 합리화가 어려울 만큼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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