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정말이지 윤석열 대통령의 협상 실력이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참석에 대해 1일 논평을 냈다. 내용을 보니 “한국 대통령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변화된 한국의 외교를 보여줬다. 목표했던 가치규범의 연대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달성된 성공적 일정이었다”고 자화자찬을 했단다.

그런데 그 정상회의 참석 결과라는 게 고작 한미일 동맹의 강화와 탈중국 선언이란다. 이따위 결과를 가져오고 자화자찬이 나오다니 이들 면상의 두께에 진정 감탄이 나온다. 나 같으면 창피해서 세계적 협상 전략가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을 한번 찾아 읽어보거나, 아니면 접시에 물을 받고 코를 한 번 박아볼까 어쩔까 고민을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멍청한 탈(脫)중국 선언

탈중국 선언 이야기부터 해보자. 나는 대한민국이 탈중국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탈중국이건 탈미국이건 탈의실이건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그런데 탈중국을 하려 한다 쳐도 그걸 그렇고 대놓고 말로 떠드는 멍청한 협상 전략이 어디 있나?

조용히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조용히! 중국은 외교와 경제를 연결시키는 이른바 이경촉정(以經促政), 즉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정책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다. 외교적으로 이익이 되면 경제적으로 퍼주고, 외교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으면 엄청난 경제적 탄압과 보복을 하는 나라란 말이다.

그래서 경제학계에서는 ‘달라이라마 이펙트’라는 연구가 있다. 2010년 독일 괴팅겐 대학교 안드레아스 폭스와 닐스 헨드릭 클란 두 교수가 진행한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떤 국가 정치지도자가 달라이라마를 만날 경우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 해 해당 국가의 중국 수출이 10% 정도 폭락한다.

실제 2008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라마와 만나자 중국은 프랑스와 진행 중이던 에어버스 항공기 150대 구매 협정을 전격적으로 연기해 버렸다. 2010년에는 노벨상 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이 노르웨이 연어의 수입을 금지해버렸다. 중국은 이런 나라다.

“그게 무서워서 옳은 일을 못하면 그게 바로 비겁한 거 아니냐”라고 반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친미반중과 탈중국 노선이 옳은 것이라는 데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그 노선을 신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반론을 귀담아 듣겠다.

그런데 이건 외교와 협상의 문제란 말이다. 어떤 외교 협상에도 퇴로가 있어야 한다. 설혹 탈중국이 옳은 노선이라도, 언제이건 빠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 외교다.

그래서 탈중국을 하려 했다면 조용히 했어야 했다. 그걸 그렇게 떠들고 다니니 퇴로가 다 막혀버렸다. 중국의 엄청난 경제 보복이 예상되는데 그걸 보고 “우리는 신념에 따라 옳은 일을 했어요”라며 경제적 손실을 방치하는 게 외교냐? 그냥 똥고집이지!

그 한심한 일본 정부조차도 한일 무역분쟁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한국 대법원의 위안부 재판이 기분 나빠 수출 규제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이유가 그것인데도, 공식적으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야 마지막 외교적 퇴로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2.06.29. ⓒ뉴시스

그런데 이 멍청한 윤석열 정권은 대놓고 “우린 탈중국이에요~” 이러고 자빠졌다. 아주 중국보고 무역 보복을 대놓고 하라고 부추기는 셈인데, 진짜 어쩌자고 저 머리로 나라를 운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의 주가 폭락이다. 탈중국 선언 소식이 들린 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패션업계 주가가 폭락했다. F&F는 이틀 동안 주가가 12% 넘게 빠졌고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 가까이 하락했다. 정용진 씨, 멸공 어쩌고 난장을 부리더니 이제 기분이 좀 좋으신가?

화장품 기업 코스맥스도 7% 가까이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도 이틀 동안 6.5% 폭락했다. LG생활건강과 제이준코스메틱, 토니모리 등 대부분 화장품 회사들도 4% 가까운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종목에 투자한 주주들의 손실은 누가 메워줄 거냐?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재산으로 메워줄 거냐?

엉망진창 협상 전략

앞에서 언급한 세계적 협상 전략가 허브 코헨은 협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힘, 시간, 정보 세 가지를 꼽는다. 그런데 이 중 ‘힘’에 관해 코헨은 “처음부터 자신을 너무 한정시켜서 규정짓지 말라”고 간곡히 조언한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매장에 가서도 “나는 냉장고를 꼭 사고싶어요” 이런 식으로 설레발을 치고 다니면 가격 협상에서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수틀리면 냉장고 안 살 수도 있지 뭐” 이런 선택권을 갖고 있어야 협상에서 힘을 갖는다. 그래서 코헨은 “힘이 없더라도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어땠나? 한미일 삼각동맹이 마치 지고지선의 가치인 것처럼, 나토 정상회담 출발 전부터 떠들고 다녔다. 선택의 여지를 스스로 없앴다는 이야기다. 설혹 한미일 삼각동맹이 옳은 일이라 쳐도 그렇게 무식하게 협상을 하면 얻을 것도 못 얻어낸다.

협상의 3요소 중 하나인 시간도 마찬가지다. 어떤 협상에서든지 시간에 쫓기는 쪽이 진다는 게 코헨의 조언이다. 그래서 나토 회원국도 아니면서 옵저버 자격으로 대통령이 나토에 쪼르르 튀어가는 순간 이 협상은 망한 거다.

도대체 거기를 왜 튀어가나? 시간에 쫓기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어도 미국이 훨씬 애가 닳았을 것이다. 나는 한미일 삼각 동맹이 국익이 도움이 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최소한 그 말이 옳다 해도 협상에 얻을 것은 제대로 얻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힘이 없는 티는 있는 대로 다 내고, 시간에 쫓기는 기색도 역력했으니 협상에서 뭘 제대로 얻었겠나? 자유진영의 가치규범 동맹을 이뤄냈다고? 그게 뭔데? 먹는 거냐? 진짜 이런 허접한 협상을 하고 돌아와서 자화자찬이나 늘어놓는 자들의 두뇌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

경제는 위기인데 대통령은 경제도 몰라, 지정학적 위치의 장점을 외교에 활용할 줄도 몰라, 할 줄 아는 건 부자 감세에 외교 폭망이다. 하도 한심해서 비아냥거리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나라가 너무 엉망진창이다. 이 일을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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