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국정원까지 나서서 직전 정부 ‘친북몰이’ 나서나

6일 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들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박 전 원장에게는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를, 서 전 원장에게는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서 북송 어민들에 대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에 종료시킨 혐의가 제기됐다. 국정원은 두 전직 원장에 더해 내부 직원들도 함께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 원장의 혐의가 있다면 재판에서 밝힐 문제다. 그러나 국정원이 전직 원장들에 대한 조사나 통보도 없이 고발부터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되냐", "그런 바보짓을 하겠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 전 원장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도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은 지난 5월 말 김규현 원장 취임 후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두 사건의 진상조사를 맡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번 고발은 TF작업의 결과물인 셈이다. 대개 정부 조직이 과거의 문제점을 들출 때는 외부인이 참가하는 중립적 조사기구를 만들고, 상당한 기간의 조사와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전 원장이 재임하던 시절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자신들이 처분한 사건들을 재검토했다. 나아가 불과 한 달 만에 결론을 내고 검찰고발까지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건은) 앞으로 더 진행이 되지 않겠나 싶다. 기다려보시라"고 했고, 21일엔 "(탈북 어민을) 북송시킨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한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의 전직 원장 고발은 대통령의 의중과 일치한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측근이었던 조상준 변호사를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임명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 과거 정부의 잘못을 들추는 건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정치적 논쟁이 되어야할 문제를 불문곡직하고 수사로 끌고 가고, 이를 통해 논란을 키우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정치적 판단의 최고 영역이라고 할 남북관계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이용해 전 정부와 야당을 '친북세력'쯤으로 몰아가는 건 심각한 잘못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검찰 주요 보직을 자신의 측근들로 가득 채웠다. 이렇게 진행되는 수사가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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